가수 임영웅의 주제파악, 진지하게 해봤습니다 [일큐육공 1q60]

강신우 PD 2024. 2. 10. 14: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상] 전문가와 함께 파악해 본 임영웅의 '주제'
이슈 시사교양 유튜브 채널 '일큐육공' 업로드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서울경제]

떴다 하면 대기자만 70만 명, '전 국민 효도 배틀'이라 불리는 가수 임영웅 콘서트 얘기입니다. 티켓 잡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항간에서는 "임영웅, 제발 주제파악 좀 하고 살자"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볼 수 있게 호남평야 같은 넓은 곳에서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팬들의 귀여운(?) 아우성입니다.

안 되겠습니다. 궁금한 건 직접 뛰어들어 파헤치는 일큐육공 수사팀,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가수 임영웅의 '주제파악'을 아주 제대로 해보기 위해 업계 전문가를 붙잡아왔습니다.

(PD) "'임영웅 주제 좀 파악해라' 이런 말 많이 하시잖아요. 임영웅은 어느 정도 주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임영웅의 전국투어 마지막 콘서트가 열렸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온통 하늘색이 점령한 고양 킨텍스 공연장에서 임영웅의 주제 파악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이제는 외국인 팬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호남평야에서 공연 열어도 (티켓팅이) 힘들 거다"라는 영웅시대 분들의 애정 어린 답변. 실제로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외국인 팬과도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임영웅의 노래는 국내 차트를 넘어서서 미국 빌보드 차트까지 점령하고 있죠. 지난해 한국 가요계는 방탄소년단(BTS)과 임영웅이 양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데. 신드롬에 가까운 영웅시대의 개막, 과연 그 뜨거운 인기의 비밀은 무엇일지 좀 더 알아보기로 합니다.

◆가수 임영웅과 '파이오니어 이펙트'

임영웅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 이후 젊은 아이돌 중심이던 국내 음원차트는 처음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매주 집계되는 아이돌 차트 최근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10명 중 7명은 1명 트로트 가수 오디션 출신입니다.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그리고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을 더더욱 키워가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임영웅이란 가수를 시작으로 바야흐로 5060 덕질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콘서트장에서 만난 한 영웅시대 팬은 임영웅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에 댓글 단 것만 8만 6000개가 넘는다고 자랑했습니다. 5060세대는 구매력도 남다릅니다. 임영웅이 광고했다 하면 완판. 임영웅이 촉발한 5060세대의 폭발적 소비로 임영웅 노믹스, 즉 '히어로노믹스'라는 경제 용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일큐육공 수사팀이 만난 채지영 박사는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 <콘텐츠산업 트렌드 2028>을 통해 한국의 5060세대 콘텐츠 소비를 집중 조명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김세원 원장) 선임연구위원으로 문화예술과 관광, 콘텐츠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전문가죠. 채 박사에게 임영웅의 '주제파악'을 부탁드려봤습니다.

"파이오니어 이펙트(선점효과)라는 게 있어요. 우리가 '스포츠 음료'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O카리 스웨트'잖아요. 뒤에 다른 스포츠 음료가 아무리 나와도 그 음료를 딱 떠올리게 되는 거죠. 새로운 개척자의 상징성을 갖는 사람은 굉장히 파워가 오래가고 길게 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임영웅 씨의 인기는 꽤 오래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채지영 박사)

채지영 박사는 최근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넉넉한 자산과 소득 기반을 갖춘 5060세대, 즉 골드실버 세대의 등장으로 관련 콘텐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현재 5060세대는 과거 청년기 때 컬러 텔레비전을 받아들였고 대중음악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였던 세대라고고 분석했는데요. 덕분에 지금의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세대라는 흥미로운 설명까지.

"우리가 '공부해라'라고 하면 아이들이 공부 안 하듯이,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디지털콘텐츠 분야에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고 그걸 꼭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보니 유튜브 소비시간도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채지영 박사)

◆드디어 자기 주제를 파악한 임영웅?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임영웅은 피 터지는 트로트 시장에서 어떻게 최고 강좌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걸까. 단서를 찾기 위해 일큐육공 수사팀은 칼바람 속 현장 잠입을 시도했습니다. 따뜻해 보이는 공간이 있길래 다가가보니. 그곳은 바로 임영웅 콘서트의 시그니처, 바로 자녀존(히어로 스테이션)입니다.

공연장만한 규모의 넓고 따뜻한 대기 공간은 다양하고 편안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는데요. 특히 임영웅 등신대가 설치돼 있는 포토존에서는 스태프 분들이 직접 포즈까지 추천해 주며 팬들을 맞이하고 있었죠. 한 아르바이트생의 증언에 따르면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라는 등 최대한 친절하게 하라"라고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큐육공 수사팀이 붙잡아온 또 한 명의 전문가, 바로 임희윤 음악평론가입니다.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일큐육공 : 이슈] 가수 임영웅 편

"임영웅 씨 콘서트장을 메우고 있는 많은 장년층 관객들은 임영웅 콘서트가 인생 첫 콘서트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편안하고 너무 즐겁단 말이죠. 그건 임영웅 씨가 만들어낸 부분이 굉장히 커요. 사실 일반적인 콘서트장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관객 친화적인 시스템들. 그것이 코어 팬덤을 계속해서 성장시키고 지속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임희윤 평론가)

임영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21회 공연, 22만 명의 팬들과 만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자기 주제를 파악했죠. 바로 6만여 관객석을 지닌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초대형 단독 콘서트 개최를 예고한 것인데요. 이곳에서 공연하는 가수는 싸이 이후 처음입니다.

아이돌 중심 음원 시장 그리고 갈수록 파편화되어갔던 팬덤으로 더 이상 국민 가수가 나오기 힘든 구조 속에서 가수 임영웅의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임영웅 씨는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프다고 생각합니다. 도전할 과제가 굉장히 많기에 앞으로 남은 음악 인생도 설레고 기대되는 여정일 것이고. 영웅시대나 젊은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과연 어떤 모습의 임영웅이 나타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볼 만한 것이 바로 임영웅의 미래다, 라고 생각합니다." (임희윤 평론가)

"5060의 문화 소비는 사실 트로트에만 집중될 필요는 없고, 그들의 문화 소비 욕구는 굉장히 다양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또 다른 욕구를 건드리는 상품이 나오면 언제든 또 다른 시장이 열릴 겁니다." (채지영 박사)

강신우 PD see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