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이후 50년, 달 착륙은 왜 여전히 어렵나

김효인 기자 2024. 2. 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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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개한 달 착륙선 SLIM의 모습. 윗 부분이 월면에 박혀 고꾸라진 듯 보인다. 일본은 SLIM 착륙을 통해 세계에서 5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됐지만 JAXA는 이번 임무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연합뉴스

이달 초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전력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달 착륙 후 2시간여만에 작동이 중단된 후 일주일여만에 운용을 재개했다가 또 다시 중단한 것이다. SLIM이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애초에 착륙을 예정과 다른 자세로 했기 때문이다. JAXA가 공개한 SLIM의 착륙 모습을 보면 마치 거꾸로 추락한 듯 보인다. 이를 두고 야마카와 히로시 JAXA 이사장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했다.

달 착륙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1969년 아폴로 11호의 선장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은지 50년 이상이 지났지만 달 착륙은 그 때 보다도 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달 착륙의 어려움이 달이 가진 특성과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 등에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마지막 유인 달 착륙 임무인 아폴로 17호 프로젝트 중 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인 해리슨 슈미트가 거대한 월면 바위 옆에서 촬영된 모습. 1972년 NASA가 공개한 사진이다. /로이터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달 환경

우주 기술이 가장 발전한 미국도 유인 달 탐사선을 보낸 것은 지난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당초 올해 11월 목표였던 달 궤도 탐사선 발사를 내년 9월로 1년가량 연기한다고 밝혔다. 인류 달 정착 기지 건설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의 2번째 단계인 이번 발사가 연기되면서 우주 비행사 4명을 달에 착륙시키려던 아르테미스 3단계 계획도 2026년 9월로 늦춰졌다. 이번 발사 계획이 늦춰진 이유에 대해 NASA는 “이전 자사 테스트에서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문제를 발견했다”며 “최우선 과제는 우주비행사 안전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달 착륙은 여전히 위험한 도전이라고 지적한다. 유럽우주국(ESA) 전 사무총장 얀 뵈르너는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무게”라며 “우주선을 가볍게 만들지 않으면 날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장치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고, 때문에 달 착륙은 언제나 실패에 더 가깝다”고 했다.

또 모든 우주선이 단 한 개의 프로토타입이라는 점도 문제다. 우주선은 검증된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수정하기 어렵고, 우주에서는 더욱 그럴 수 없다. 뵈르너 전 총장은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고칠 수 있지만 우주선은 그럴 수 없다”며 “우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빠르게 움직이고, 중력도 적은 달의 특성은 착륙을 더욱 힘들게 한다. 달은 초속 1km로 공전하는데 이는 총알의 속도와 비슷하다. 중력은 지구의 6분에 1에 불과하다. 빠른 속력에 맞춰 궤도에 진입하기도, 대기 부양력 없이 표면에 착륙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특히 달 표면 가까이에 다가가는 착륙 직전의 순간이 ‘마의 20분’으로 불리는데, 이 때 우주선의 착륙 센서가 추진체의 발사 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먼지나 돌 조각 등에 의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우주 스타트업 ‘허니비 로보틱스’의 우주시스템 전문가 스티븐 인디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달 착륙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유인 달 착륙 미션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사용될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이 지난해 11월 두 번째 시험 비행을 위해 발사되는 모습. 스타십은 현재까지 2번의 시험 비행에서 모두 실패했다./AFP, 연합뉴스

◇중단됐던 달 탐사, 기술 정체에 영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 전에는 성공했던 유인 달 착륙이 현재는 어려운 과제가 됐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달 탐사의 역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달 착륙 계획은 아폴로 프로그램이 중단된 이후 인기를 잃었다. 과거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선을 개발하다가 미국이 완전히 승기를 잡기 시작하자 더는 달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졌다. 1976년 소련의 무인 탐사선 루나 24호가 마지막으로 달에 착륙한 이후 2013년 중국의 창어 3호가 달에 착륙할 때까지 달 탐사 계획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ESA 달 탐사 그룹 리더인 니코 데트만은 가디언에 “수십년간 사람들이 달 착륙선을 개발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며 “(달 탐사와 같은)기술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주 경쟁이 벌어지던 시기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에 250억 달러(약 33조 250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민간 우주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슈아 라세라 박사는 “이들 회사는 신생기업이기 때문에 달 궤도 진입과 착륙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그러나 처음에는 실패하더라도 전체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이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성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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