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출 통제된 러시아로 작년 183억 흘러갔다, 어떻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모습. /로이터·뉴스1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물품의 러시아 수출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상들이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제3국을 통하거나 목적지를 속여 러시아로 불법 수출하다 적발된 금액이 작년 18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무역업자가 수출 금지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하다 적발된 건수는 8건이고 적발금액은 183억원에 달한다.

수출 통제가 시작된 2022년 적발금액 2억7000만원(2건)과 합하면 2년간 총 185억7000만원(10건)이 적발된 것이다.

한국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직후부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다는 취지였다.

전쟁 발발 한 달 뒤인 2022년 3월 반도체·컴퓨터 등 57개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 금지했고, 이후 금지 품목을 늘려 현재는 1159개에 달한다.

그러나 일부 무역업자들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등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금지 조치를 피하다 적발됐다.

예를 들어 A씨 등 무역상 2명은 2022년 7월 부터 약 1년 간 말레이시아를 경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동차·제트스키 총 100여대, 약 51억원어치를 러시아에 불법 수출하다 부산세관에 적발됐다.

이들은 또 마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당국을 속인 뒤, 운송 과정에서 수취인을 바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물품을 보내기도 했다. 부산세관은 최근 이들 업자를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검발에 송치했다.

다른 무역상 B씨는 작년 중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장비 17억원어치를 러시아에 수출하다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무역업자들은 불법 수출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관세 당국에 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C씨는 2022년 10월부터 4개월 간 수출 금지 품목인 선외기(보트 외부에 장착하는 엔진장비)와 요트 총 2억 4000억원어치를 러시아에 불법 수출했는데, 그 과정에서 당국에 제출하는 ‘자가 판정서’엔 수출하는 물품이 금지 품목이 아닌 것처럼 썼다.

관세 당국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글로벌 중추국가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들도 이같은 부정행위를 발견하는 경우 관세청 밀수신고센터로 적극 제보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