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짙은 '친족 성폭력' 그림자···피해 상담 열에 일곱은 유·아동
전체 내담자 중 11%가 친족성폭력 피해자
피해자 중 72.1%가 만 13세 이하 유·아동
13세 이상 피해는 여전히 공소시효 10년
생존자들 매달 집회 열어 공소시효 폐지 촉구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 10건 중 1건은 친족에 의한 성폭력인 것으로 집계됐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 중 만 13세 이하 유·아동 비중은 70%를 훌쩍 넘었다.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로 상담을 의뢰한 557명 가운데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61명으로 전체의 11.0%를 차지했다.
전체 상담에서 친족 성폭력 관련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4.2%, 2022년 12.1%, 지난해 11.0%로 집계됐다. 2020년(8.3%) 이후 비중이 급증한 후 3년 연속 10%를 상회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에서 친족이란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을 뜻한다.
특히 어린이(8세~13세)·유아(7세 이하) 시기에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친족 성폭력으로 상담한 61명 중 44명(72.1%)가 유·아동 피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59.2%), 2022년(67.2%)에 이어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어린이·유아 피해자 64명 중 가해자가 친족인 사례 역시 44명으로 그 비율이 68.8%에 달했다. 역시 2021년(64.3%), 2022년(60.9%) 대비 5~1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전체 피해자 중 성인 여성(64.0%), 여성 청소년(8.4%)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여성 어린이(7.5%), 여성 유아(3.2%)의 비중은 비교적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족 성폭력은 그 피해가 유독 유·아동에 집중돼 있는 양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어린이 시기에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공간이 가족, 친족 공동체이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미성년자 피해가 대부분인 친족 성폭력 특성상 피해 경험을 성폭력으로 인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상담소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피해를 인식하고 상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 이상 걸린 경우가 55.2%에 이른다. 상담시점에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경우도 57.9%에 달했다.
애써 피해를 고백해도 되레 가해자를 두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2021년 친족 성폭력 피해에 대해 본인이 직접 상담한 경우 주변인들이 지지하는 경우는 20.5%에 불과했다. 반면 피해자를 방관(22.7%), 비난(22.7%)하거나 가해자를 보호(9.1%)하는 환경이라고 답한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의붓딸을 13년간 성폭행한 계부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사는 범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법적인 사각지대 역시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11년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그 이전 사건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또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선 여전히 10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된다는 법안 3건이 21대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 모임 ‘공폐단단(친족 성폭력을 말하고 공소시효 폐지를 외치는 단단한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친족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3년까지 약 30년 동안 총 9만 700회의 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상담은 1349건(608명)이고 이 중 성폭력 상담이 총 1291건(557명)로 전체상담명수 대비 성폭력상담의 비율은 95.7%에 달했다.
피해자 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89.2%가 여성 피해자로 개소 이래 현재까지 비슷한 양상을 이어왔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집단 역시 예년과 비슷하게 성인여성 피해자(65.7%)였다. 남성 피해자는 지난해 8.6%로 2021년(5.2%), 2022년(6.9%)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해자는 84.4%가 남성이었다. 성인 남성 가해자(67.1%) 집단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해자의 성별이 파악되지 않은 성별 미상의 비율도 11.8%로 높게 집계됐다.
의뢰인별 상담현황을 보면 전체 상담 중 70.4%가 본인이 직접 상담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직접 상담한 비중이 70%가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8년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한 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측은 “본인이 스스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상담소를 찾아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피해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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