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슬램덩크 키운 日 소년점프 난 자리…K-웹툰이 채운다
[편집자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K-웹툰이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났다. 일부 반복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작가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AI는 보조수단을 넘어 K-웹툰의 미래를 새로 그리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을 '글로벌 만화 왕국'으로 만든 건 슈에이샤(集英社·집영사)의 간판잡지 '주간 소년점프'(소년점프)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는 '드래곤볼'부터 최근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기를 끈 '슬램덩크', 발행부수 5억부로 기네스를 세운 '원피스'까지 모두 소년점프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매주 월요일 편의점 가판대에 나란히 서서 소년점프를 읽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도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2023년 말 일본 출판 도매 유통사인 닛판(日販)이 편의점 출판물 배송사업을 2025년 2월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닛판이 철수한 편의점 출판물 배송사업은 또다른 일본 출판 도매 유통사인 토한(TOHAN)이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전자출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성장세를 장담하긴 어렵다.
소년점프가 난 자리는 K-웹툰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편의점 가판대에서 소년점프를 읽던 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K-웹툰을 읽는다. '나혼자만 레벨업',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태원 클라쓰' 등 K-웹툰 IP(지식재산권)들을 활용한 2차 창작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적인 규모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매체별 추이다. 2023년 종이 출판물 규모는 1조612억엔으로 전년대비 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자 출판물 규모는 5351억엔으로 6.7% 늘었다. 2010년대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이같은 흐름은 최근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보급으로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서점과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전자 출판물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 했다. 현재 전자 출판물 규모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3072억엔)과 비교해 74.2% 급증했다.
전자 출판물 시장을 이끌고 있는 건 만화 콘텐츠다. 2023년 기준 일본 전자 출판물의 90.3%는 만화다. 그 다음 서적(8.2%), 잡지(1.5%) 순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출판되는 전자 만화 대부분은 여전히 단행본 혹은 잡지 형태를 띄고 있다. 기존 인쇄 만화를 전자 형식으로 옮겨만 놓은 셈이다. 일본의 주요 전자 만화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작품 상당수도 기존 인쇄 방식을 따르고 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론칭한 픽코마는 2023년 처음 연간 거래액이 1000억엔을 돌파했다. 2013년 4월 출시된 라인망가는 2022년 8월 거래액이 역대 최대치인 100억엔을 기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일본 전자 만화 시장에서 픽코마와 라인망가의 점유율은 각각 46.1%, 21.7%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픽코마의 성장 배경으로는 독특한 비즈니스모델(BM)이 꼽힌다. 일본의 웹툰 제작사 민트의 나카가와 겐토 이사는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전자 만화 플랫폼은 처음에는 무료 작품이 많다가 점차 유료 작품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택하지만, 대부분 망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픽코마는 '기다리면 0엔' 방식을 선보이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다리면 0엔은 무료로 만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다만 1편을 보고 나면 다음화를 볼 때까지 2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바로 보길 원한다면 유료 결제를 하면 된다. 책 한권을 사야하는 단행본 대신 1화씩 무료로 감상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만화를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재팬은 '아마존 플립툰', 라쿠텐은 '라쿠텐 R-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플랫폼을 론칭했다. 애플은 일본 애플 북스에서 웹툰 서비스를 선보였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한국 플랫폼의 방식이 일본 내에서도 자리를 잡게 되면서 후발주자들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작품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점프TOON을 이끄는 건 아사다 타카노리 편집장이다. 1990~2000년대 소년점프 편집국을 이끌며 △원피스 △블리치 △아이실드21 등 굵직한 작품들을 발굴했다. 아사다 편집장이 얘기하는 점프TOON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자체적인 웹툰 IP 조달과 플랫폼 구축이다.
아사다 편집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웹툰을 만들어 픽코마나 라인망가에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작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자체 앱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작가들에게는 기존 높았던 소년점프의 장벽을 넘어 슈에이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웹툰 제작만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들도 우후주순 등장하고 있다. 2023년 6월 기준 일본 내 웹툰 스튜디오는 77개사에 달한다. 문제는 익숙하지 않은 웹툰 제작 방식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과 손을 잡는 스튜디오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반다이남코는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일본 법인인 와이랩 스튜디오에 15억엔을 투자했으며 재담미디어와 소담미디어는 일본 컬처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웹툰 스튜디오 'SZ 미디어'를 공동 설립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웹툰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AI 기반으로 웹툰을 제작하는 라이언로켓의 정승환 대표는 "기존 만화와 웹툰은 표현 방식부터 모든 게 다르다. 일본에서 웹툰 전문 작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국내보다 AI 기술 도입에 대한 문이 더 넓다. 현재 일본 내 웹툰 스튜디오 5곳과 실증사업(PoC)을 진행 중이며 올 상반기 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송하윤, 친구 왕따시키고 때려 강제전학"…6년 전 '성지순례' 댓글 - 머니투데이
- "소속사 돈 2000만원 썼다"…한소희, 데뷔 전 '문신' 지운 사연 - 머니투데이
- 임신 아내 옆에서…여성 BJ 사진 보며 혼자 성욕 해결하는 남편 - 머니투데이
- 황정음 "통장잔고 485원→하루에 5억 찍혀…꿈 같았다" - 머니투데이
- 지인이 사고 싶대도 그림 안 판다는 박신양…직접 밝힌 이유는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과 열애설' 김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추모글 보니 - 머니투데이
- 로또 1등 당첨자 안타까운 근황…"아내·처형 때문에 16억 아파트 날려" - 머니투데이
- "여 BJ 녹음은 사적대화, 난 당당"…8억 뜯긴 김준수, 마약에 선긋기 - 머니투데이
- "트럼프 취임 전에 서둘러"…美, TSMC에 최대 9.2조 보조금 확정 - 머니투데이
- "돈으로 학생 겁박"…난장판 된 동덕여대, '54억' 피해금은 누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