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 진출' 클린스만 감독에 분노한 이유? 우리가 왜 벤투호에 열광했던가

김아인 기자 2024. 2. 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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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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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아인]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준결승에 그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분노하고 있는 이유가 과연 성적 때문일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이라는 기대감은 한순간에 실망과 충격으로 끝났다. 1승 2무로 조 2위를 거둔 조별리그부터 불안한 경기력이 도마에 오르며 크게 비판을 받았다. 16강전과 8강전에서는 선제골을 헌납하고 내내 끌려가다가 간신히 동점골을 넣고 연장전과 승부차기 혈투를 벌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FIFA 랭킹 87위이자 대회 역사상 첫 4강에 오른 요르단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팬들의 분노는 절정에 달한 상태다. 대회 전부터 한국에 상주하겠다고 알려졌던 사실과 달리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선수 기용과 K리그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졌다. 여기에 무전술 논란이 거듭되면서 이번 대회 최다 실점 오명을 낳았고, 득점 11골 중 필드골은 4골에 불과하면서 공격축구를 선호한다던 주장도 힘을 잃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껏 팬들의 의문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 결과가 나온 후 평가해달라는 말만 반복했지만, 결국 우승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경질 여론까지 거세졌다. 지난 8일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 후 인터뷰에서 “준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중동에서 개최하다 보니까 한국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팀들이 중동 팀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했다. 그럼에도 4강에 진출했다는 건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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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번 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성장하고 또 새로 발견한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다는 거다. 16강, 8강 극적인 승리를 거뒀을 때는 많은 분들이 행복해 하셨지만 당연히 패배를 안고 돌아오면 여론이 뒤집힐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인 부분들, 성장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명 우리는 지난 아시안컵 8강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요르단전 전까지는 A매치 13경기 무패라는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은 분노하고 있고, 클린스만 감독은 "이유를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 축구는 암흑기에서 벗어나고자 전에 없던 면밀한 감독 선임 과정 거쳐 벤투호를 출범했다. 목표는 확실했다. 현대 축구 흐름에 맞는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하고자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기반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점유율 축구를 내세웠다.


당연히 매번 좋은 평가만 나오진 않았다. 첫 시험대에 올랐던 2019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그쳤고, 한일전에서는 참패를 당하곤 했다. 브라질 등 강호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대패하면서 과연 한국이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 축구가 가능한지를 묻는 의심도 있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뚝심을 유지하며 자신이 내세운 철학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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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국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낳았다. 단순히 16강이라는 성적에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약팀이 주로 구사하는 선수비 후역습 스타일이나 고질적인 '뻥축구'와는 달랐던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지난 월드컵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뒀음에도 대등한 경기력을 펼쳐 '해볼 만한데?'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가나에 2-3으로 패하긴 했지만, 0-2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2-2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결국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하면서 한국이 장기적인 플랜에서 현대 흐름에 맞는 축구로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난 4년의 성과는 1년 만에 모두 사라졌다. 벤투호가 공들여 세운 탑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전술보다 선수 개인의 기량에 기대고, 일명 '꾸역승'을 달성해놓고 '긍정적이다'고 태평하게 말하는 클린스만에게 분노하는 이유다. 성적에만 연연하던 한국 축구는 과거형이다. 대표팀을 향한 인기는 초절정이고, 경기를 보는 눈도 높아진지 오래다.


단순히 태도나 성적을 놓고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왜 한국이 그에게 화가 났는지 정확하게 가르쳐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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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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