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윤 정부 1년9개월 ‘유일무이’ 초대 장·차관 유지
총선 후 개각 포함될 수도
국내외 금융시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10일부터 지금까지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긴축정책에 대응해야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 5월4일(현지시간) 22년 만의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22년 초 0.00~0.25%에서 지난해 7월26일 5.25~5.50%까지 올랐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021년 8월26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후 지난해 1월13일 3.50%까지 높였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2022년 9월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시작한 ‘레고랜드 사태’는 2023년 초까지 이어지며 국내 자금시장 경색을 가져왔다.
미국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2023년 3월10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위기와 스위스 UBS의 인수 발표(2023년 3월19일) 등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사태도 연이어 터졌다.
2023년 7월에는 새마을금고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위기가 발생해 정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2023년 12월28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현실화했다.
그래서인지 국내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장관)과 부위원장(차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현 정부 초대 장·차관이 자리를 유지하는 정부 기관은 금융위가 유일하다.
정부조직법 제26조는 19개 행정각부의 장을 국무위원에 보한다고 정하고 있다.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 국무총리와 함께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 구성원이다(헌법 제87조·제88조).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국무회의에 배석한다고 규정한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무회의에 참석하거나 배석하는 장관급 기관 22곳 중 지난 1년9개월 동안 장관이 바뀐 곳은 기획재정부·교육부·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국가보훈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국무조정실 등 14곳이다.
장관이 바뀌지 않은 곳은 금융위를 포함해 8곳이다. 이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공정거래위원회 등 7곳은 차관(과기정통부·복지부는 1차관) 교체가 있었다.
장관 후보자가 정식으로 취임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복지부는 정호영·김승희, 공정위는 송옥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후로 사퇴했다. 여가부도 김행 후보자가 여론 악화로 사퇴하면서 김현숙 초대 장관이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교육부는 김인철 초대 부총리 겸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전에 사퇴했고, 박순애 초대 부총리 겸 장관은 만 5세 학령 인하 정책 혼선으로 임명 35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산업부는 이창양·방문규 전 장관에 이어 안덕근 장관이 올 1월에 현 정부 세 번째 장관으로 취임했다. 법무부는 한동훈 전 장관(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임인 박성재 후보자가 오는 15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김주현 위원장(66·행시 25회), 김소영 부위원장(57)이 지금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최초의 금융위원장이 됐다. 2022년 7월11일 취임했다.
김 부위원장은 2022년 5월17일 임명됐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에 관료가 아닌 외부 출신이 임명된 건 제1대 이창용(현 한국은행 총재), 제5대 정찬우 전 부위원장에 이후 세 번째였다.
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의 후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분기쯤 교체설이 나왔고 연말에는 후임자 실명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절차가 진행됐다. 김 부위원장도 용산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최종 개각 명단에서는 빠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용산이 추진하고 대통령이 결심하는 인사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고금리 시대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대응에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현상 유지가 낫겠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경제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이 수시로 만나는 F4 회의에 만족감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4 회의는 현 정부 출범 후 정례화됐고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만 최상목 현 경제부총리로 바뀌었다.
다만 금융위도 오는 4월 총선 이후에는 개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상 금융위 위원장·부위원장·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은 1회 가능하지만 연임은커녕 임기 3년을 채운 전례가 없다.
역대 위원장 재임기간은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2년4개월이었다. 부위원장은 정찬우 전 부위원장이 2013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2년10개월동안 근무한 게 가장 길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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