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입 시사한 이창용? 금중대가 뭐길래 [뒷북경제]
①QE 전면 실시 어려운 韓에 대안될 것
②지나친 재정 의존 막아 나라 곳간 지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일 “금융중개지원대출은 금리 정책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중앙은행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금중대가 중앙은행의 정책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학계와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한은의 시장개입에 대한 필요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는데요,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한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금중대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연 2.0%)로 돈을 빌려주면 이를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구조입니다. 개별 은행이 먼저 대출을 하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각 은행에 자금을 제공하죠. 현재 한은이 운용하는 금중대의 총 한도는 30조 원입니다. 통화 당국인 한은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준(準) 재정정책입니다.
이 총재는 왜 지금 금중대를 화두로 던졌을까요.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빠져 제로금리 하한에 직면할 경우 선진국이 사용한 양적완화(QE)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재정에만 의지해 침체에서 벗어나려 하면 재정적자 확대가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파른 저출생·고령화로 이전과는 다른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는 지금 한은에게도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고, 그 중 하나가 금중대 확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총재는 ‘제로금리’를 단서로 달았습니다. 지금 당장의 계획은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에 상당히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2~3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고 이 시기를 전후해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도 금중대를 하고 있어 금리가 더 떨어지면 제로금리 단서는 무색해집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져도 금중대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금중대는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영세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한은은 지난달 11일 금중대를 통한 9조 원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 지원을 발표하면서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약 업종 및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사정 및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어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설명을 감안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경우 금중대를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확대되는 상태에서 제때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아 영세 기업이나 지방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경우 금중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죠.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하면서 핀셋 지원을 원한다면 금중대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 재정을 계속 쓰면 부채비율이 증가해 국가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잇단 감세 정책 발표에도 윤석열 정부가 큰 틀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금중대 확대 논의가 가능한 셈이죠.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교수는 “섣불리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뛸 우려는 크고, 그렇다고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어려운 경기를 외면할 수는 없는 한은의 고민이 담긴 조치 아니겠느냐”고 해석했습니다.
저출생·고령화로 구조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고 있어 금중대 활용 확대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특히 한국의 중립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금중대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입니다. 이 총재는 “미국은 추세적으로 하락해왔던 중립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 요인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 요인 때문에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금중대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맞섭니다. 정부 재정과 달리 금중대는 국회의 심사 등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은이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정부의 입맛에 맞춰 마구잡이로 돈풀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은이 발권력을 남발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도 있죠.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같은 이유로 한은의 금중대 규모 확대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조윤제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근의) 통화정책 기조와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금중대 확대 운용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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