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설날 잔소리… AI 친척 대화게임, 잔소리 메뉴판도 등장

신지인 기자 2024. 2. 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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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 및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 친척들의 결혼·취직·연애 질문 폭격에 대응하는 각양각색의 방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친척들의 불편한 질문에 AI 챗봇 형태로 가상 연습을 해보는 게임까지 등장했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출시된 ‘엄청난 결전 : 새해 모임’(Epic Showdown: New Year Reunion) 게임은 일주일 만에 30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에서는 이모나 고모, 조부모까지 다양한 친척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결혼이나 수입 등에 관한 질문을 한다. 플레이어가 만족스럽지 않은 답을 내놨을 경우엔 “너는 이기적이야” “너는 불효자야” “너는 가족들을 실망시켰어”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중국의 학생들이 24시간 만에 개발해 냈다는 해당 게임은 다양한 성격의 친척 아주머니 및 아저씨 8명과 대화를 단계적으로 통과한 후 ‘최종 레벨’인 부모님과 대화에 도달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어른들의 질문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됐지만, 가족 사랑을 느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플레이어는 “친척들이 우리를 걱정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게임을 통해 그들의 사랑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게임 개발자들은 “친척들의 질문이 사랑과 관심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출시된 '엄청난 결전 : 새해 모임'이라는 제목의 게임. AI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친척이 결혼, 연애, 취직에 관련된 불편한 질문을 하고 플레이어가 바람직한 대답을 내놔야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수 있다. / 엑스 캡처

한국에서는 ‘잔소리 메뉴판’까지 공개됐다. 메뉴판의 맨 위에는 “그간 무료로 제공됐던 저에 대한 걱정은 올해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됐으니 선결제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어느 대학 갈 거니?’는 10만원,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는 15만원 등 각 잔소리별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돈은 많이 모았어?’ ‘차라리 기술을 배워라’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나 받니?’는 각각 10만원, 20만원, 50만원이 책정됐다.

가장 비싼 메뉴는 ‘둘째는? 외동은 외롭대’와 ‘머리가 좀 휑해졌다?’로 각각 100만원이었다. ‘TIP: 10% 불포함 가격입니다’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가능’ ‘2만원당 치킨 기프티콘 1장으로 대체 가능’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명절 잔소리별로 가격이 책정된 메뉴판. /온라인 커뮤니티

각종 잔소리에 대응하는 방법들이 유행하는 건 그만큼 명절 잔소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성인 34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35.6%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유형 1위는 ‘취업, 직업 관련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47.5%·복수응답)’가 차지했다. 이어 선물, 세뱃돈, 용돈 등 비용 부담(29.2%), 상차림, 청소 등 명절 가사노동(28.8%), 연애, 결혼 관련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27.7%), 잘 모르는 가족·친지 모임(21.9%), 명절 고향 방문 시 교통체증(19.2%)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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