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면 어떡해요"...아파트 전기차 충전기 위치에 갈등 확산
“창문 바로 앞에 전기차충전기가 설치된 후로 불이라도 날까봐 밤을 지새웁니다.”
10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A아파트. 아파트와 불과 2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전기차충전기 15대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었다. 충전기 바로 옆으로는 불에 잘 타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 화단이 조성돼 있었다.
A아파트 입주민 김철수씨(62)는 “우리 아파트는 벽면에 고압가스 배관이 붙어있기 때문에 전기차에 불이 붙을 경우 삽시간에 큰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입주민들 동의도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벽과 가깝게 설치해 두면 어떡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입주민 박장남씨(가명·60대)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전기차충전기만 2대”라며 “화재라도 나면 집안으로 옮겨 붙는 것은 삽시간일텐데,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설치된 전기차충전기 설치 위치를 두고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입주민 등에 따르면 A아파트는 6개동, 713세대 규모로 주차대수는 총 732대다. 지난 2022년부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100세대 이상인 A아파트도 주차대수의 2% 이상 규모로 전기차충전설비를 의무 설치해야 할 대상이 됐다.
이에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지난해 9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해당 구역에 전기차충전기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수원특례시에 행위허가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충전기를 설치한 위치가 일부 세대와 맞닿아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현행 국토교통부의 ‘공동주택 전기자동차 화재대응 매뉴얼’에는 전기차충전기를 설치할 때 옆에 있는 건물과 10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사항이 아니다보니 현장에서 이 같은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대표는 “단지 내 주차면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치할 장소를 물색했으나 마땅치 않았다”며 “각 동에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 아파트 내에 전기차를 보유한 가구가 많지 않아 관리가 힘들다고 생각해 고민 끝에 해당 장소에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아파트 측에서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결정을 내린 사항이기 때문에 전기차충전기 위치 선정에 대해 시 차원에서 제재하기는 어렵다”며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관리사무소와 입주민대표 등과 함께 위치 변경 등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지난 2021년 6건에서 2022년 12건으로 2배가 늘어났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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