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②]이통3社→4社 경쟁체제 '초읽기'…통신비 확 내릴까
요금 경쟁 본격화…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 혁신 나와
단통법 시행·휴대전화 보급 포화…경쟁보다 집토끼 지키기 우선
22년 만에 신규 사업자 진입…과점 체제 깰 '메기'로 육성
[서울=뉴시스]윤정민 심지혜 윤현성 기자 = #이동통신 A사에 20년째 장기 가입한 50대 직장인 김모씨. 김씨는 최근 A사의 장기고객 혜택이 마음에 들지않아 이통사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자녀들도 알뜰폰으로 이동하면서 가족 결합 할인이 사라지자 굳이 한 이통사에 머물 이유도 없어졌다. 하지만 A씨는 결국 이통사 변경을 포기했다. 다른 이통사를 보더라도 5G 30GB급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5만~6만원대로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규 이동통신사(제4이통)에 목말라했던 이유다.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사라진 통신 시장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슈퍼급 메기'가 절실했다는 판단이다.
이동통신 3사가 지금처럼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011' SK텔레콤이 '017' 신세기통신을, '016' KT(당시 KTF)가 '018' 한솔엠닷컴을 합병하면서 형성된 현 이통3사 체제 초기에는 각 사가 서로 가입자를 뺏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펼쳤다.
3G→4G LTE 시절 이통사 경쟁 최고조… 5G·단통법 이후 사라진 경쟁
신규 고객 사실상 無, 단통법·알뜰폰 겹치면서 이통3사 경쟁↓
2010년 8월 SK텔레콤이 3G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많이 쓸수록 이통사는 기지국 등 네트워크 장비를 더 늘려야 한다. 투자비가 늘어난 만큼 고객은 더 비싼 요금을 내는 게 당연시했던 시대다. 월 5만5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SK텔레콤의 폭탄 선언은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도 비싼 데이터 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데 환호를 보냈다. 무제한 요금제 출시 10일 만에 100만명이 가입했다. SK텔레콤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6명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같은 해 9월, 10월에 3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통사 간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에도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던 대표적인 사례다.
요금 경쟁은 4세대 이동통신인 LTE 서비스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3등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도발했다. 2013년 4월 데이터는 물론 음성 통화와 문자를 모두 무제한 쓸 수 있는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발표했다. LTE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월 9만5000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KT와 SK텔레콤도 같은 달 비슷한 형태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잇따라 내놨다.
3G와 4G LTE 시대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서로 간 가입자를 뺏기 위한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버스폰', '0원폰', '주말 대란' 등 매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보조금 재원에 소요될 정도로 가입자 유치 경쟁이 뜨거웠다. 스마트폰 보조금 과열 경쟁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정을 불러온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이동통신 경쟁체제가 느슨해지기 시작한 건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인기와 더불어 3G에서 4G LTE로의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많았지만, 이용자들은 속도 갈증이 그다지 없었다. 386컴퓨터에서 486컴퓨터로 전환될때는 빨라진 속도 덕분에 수요가 폭발적이었지만, 586컴퓨터의 경우 교체주기가 확 늘어난 것과 유사하다.
단통법 시행 여파로 이동통신사가 가입자 뺏고 뺏는 경쟁도 급격하게 위축됐다. 단통법은 단말기 소비 합리화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2014년 도입됐다. 하지만 번호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에 따른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로 가입자 확보 경쟁 수단이 사라지자 이통사 간 경쟁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보유율도 정점을 찍으면서 예전만큼 신규 가입자를 모으기도 힘든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보유율은 2014년 77%에서 지난해 94.8%로 올랐다. 일반폰까지 포함한 휴대전화 보유율은 지난해 기준 99.3%로 사실상 국민 모두가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정부는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임대해 저렴한 요금을 받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MVNO)을 대안 사업자로 키워왔다. 그러나 이통3사가 자회사를 진출시키면서 사실상 지배력이 전이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이외에는 대부분이 중소 사업자가 나서면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활성화 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도 이뤄지고 있지만 경쟁을 통한 가입자 확보보다, 금융상품 가입자의 락인(Lock-in) 효과를 우선하고 있어 '메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알뜰폰 사업 구조 한계상 기대하는 요금·서비스 경쟁을 촉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앞선 7번의 실패를 딛고 또 다시 신규 이통사 출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는 과거 이통3사로 시장이 재편됐을 당시처럼 새로운 사업자가 혁신적인 서비스와 요금제로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과점 체제의 이동통신 시장 구조를 깨고 이통3사가 자발적으로 혁신에 나서길 희망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규 이통사가 당장 몇 년 내 시장에 정착해 이동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정책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siming@newsis.com,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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