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의 공습' 대처법, 고려거란전쟁에 있다

김아름 2024. 2. 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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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쿠팡 잡으러 왔다"…알리의 공습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전문관 판매자 모집
수수료 무료 조건…한국 시장 테스트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중국 직구 참 쉽죠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통칭되는 중국발 '고래'의 습격 때문입니다. 그간 중국 유통 채널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저가 생활용품이나 전자제품에 한정돼있었습니다. 신뢰도 문제도 있거니와, 한 번 주문하면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배송 기간도 문제였죠.

하지만 이들은 저가를 넘어선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배송 기간에 따른 국내 쇼핑몰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CJ대한통운 등 국내 배송업체와의 협업 등을 통해 배송 기간도 3~5일로 줄였습니다. 

가격도 저렴한데, 배송도 며칠이면 받을 수 있으니 직구 시장이 반응하지 않을 리 없죠. 이미 지난 2020년부터 해외직구 1위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해외직구 금액이 4조7928억원인데, 이 중 절반이 중국으로 갔습니다.

국내에서의 이용자 수를 봐도 이젠 웬만한 대형 이커머스 못지 않습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알리익스프레스의 MAU(월간 사용자 수)는 707만입니다. 11번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G마켓, 옥션은 추월한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알리가 온다

최근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기업들에 파격적인 입점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알리익스프레스 내 한국 상품 전문관인 'K-베뉴'에 입점시 입점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모두 면제해 주기로 한 겁니다. 

제조사들로서는 혹할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최근 쿠팡이 뉴스룸을 통해 수수료율을 밝힌 적이 있죠? 이때 쿠팡은 "자사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최대 10.9%에 불과하다"며 경쟁사들은 최대 15%라고 주장했는데요. 뒤집어 말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지금 제조사들에게 10.9~15%의 추가 이익을 주겠다고 한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미 알리익스프레스의 K-베뉴에는 LG생활건강, 쿠쿠, 애경산업, P&G, 롯데칠성 등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들이 여럿 입점해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제는 범위를 중소·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알리는 지난해 국내에만 1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대부분 물류와 마케팅에 든 비용입니다. 올해엔 물류와 공급 거점을 더 늘린다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직구의 최대 단점인 환불과 반품의 어려움, 긴 배송기간을 '국내 이커머스'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목표입니다. 

K-베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기업이 입점하면 구매는 알리에서 하더라도 배송을 한국에서 할 수 있게 됩니다. 배송시간이 훨씬 줄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입점·판매 수수료가 없는 만큼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끼리 싸울 때?

업계에서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한국 공략이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단 기업 규모부터 차원이 다릅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중 하나인 쿠팡의 연매출이 26조원(2022년)이었는데요. 같은 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매출은 180조원이었습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G마켓과 옥션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1번가는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하고 지금도 매수자를 찾고 있죠.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된 이후 여전히 재정비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인 물량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쿠팡이나 네이버 정도를 제외하고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알리와 테무, 네이버, 쿠팡에서 동일하게 팔리는 상품 대다수는 국내 플랫폼의 가격이 3배 이상 비싸다"며 "국내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상품 상당수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요즘처럼 동일 제품 가격 비교가 간편한 세상에서, 똑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살 소비자는 없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국내 업체들이 우리끼리의 싸움에 몰두하는 대신 서비스 개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플랫폼들의 제조사에 대한 갑질, 플랫폼끼리의 소송전 등이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극 '고려거란전쟁'에서 주인공 현종은 왕실과 호족, 백성이 모두 하나가 돼야만 거란을 막을 수 있다고 웅변합니다. 서로 '수수료가 높다 낮다', '타사에 제품을 팔지 말아라 팔아라' 싸우다가 알리바바의 먹이가 되기 보다는 고려 최고의 명군 현종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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