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무턱대고 먹다간 '이 병'으로 응급실行"
게실 = 장 근육 약해지면 생기는 구멍
음식물이나 변 찌꺼기 끼면 통증 생겨
맹장 통증과 비슷, 정밀검사로 확인해야
염증 심해지면 출혈까지… 수술도 필요
기름진 음식 피하고 한번에 과식 말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한윤대 (연대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 채선아> 월요병부터 각종 현대인의 질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분 있다면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 나만의 월요 주치의를 만나보는 시간, 여기는 <월요병원>입니다. 설연휴는 집안이 온통 기름 냄새로 가득해지는 날이기도 하잖아요. 전이며 고개며 잡채며 다 먹는데요. 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장 건강을 위협하는 게실염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식하는 명절에 주의해야 할 질병, 게실염에 대해서 알려주실 분 옆에 나와 계십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한윤대 대장항문외과 교수님 모셨어요. 안녕하세요.
◆ 한윤대>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의 대장항문외과 의사 한윤대입니다.
◇ 채선아> 명절이 되면 기름진 음식을 정말 많이 먹게 되는데 이럴 때 주의해야 될 질병을 오늘 가지고 나오셨어요. 게실염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고 이게 휴게실 할 때 그 게실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한윤대> 그렇죠. 게실염이 아니더라도 만병의 근원은 기름기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만도 그렇고요. 그래서 맛있지만 이런 시즌에만 살짝 드시고 조절하시면 좋죠. 게실염은 사실 일반적인 장염은 아니기 때문에 못 들어보신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휴게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게실이 쓰이는 다른 용어가 있네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휴게실이라는 단어를 아는 분이 얘기를 해주신 건데요. 우리가 어떤 공간을 짤 때 필요한 공간을 딱 짜게 되잖아요. 여기는 일하는 공간, 여기는 화장실, 여기는 거실 이렇게 전반적인 공간을 짜놓고 나서 꼭 필요한 공간들 외에 내가 잠시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 툭 튀어나와 있는 공간이 바로 휴게실이더라고요. 그래서 게실염도 휴게실과 같은 게실 한자를 씁니다. 근육층에 이어서 매끈한 동그라미를 형성해야 되는데 거기서 볼록하고 밖으로 튀어나 튀어나와 있는 게 게실이에요.
◇ 채선아> 게실이 도대체 왜 생기는 거예요?
◆ 한윤대> 그러니까 결국은 저 부분이 약해서 생기는 거고요. 장 안에 음식물들이 지나고 장이 연동 운동을 하면서 먹은 게 쭉쭉쭉 흘러내려가는데요. 입에서 항문까지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에 근육이 약해지는 부분들이 결국 생겨요. 이게 노화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젊은 층보다는 오히려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생길 수 있고요.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은 장 밖에서 봤으니까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거고 대장내시경으로 안에서 비춰보면 구멍처럼 보이게 되겠죠.
마치 아스팔트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밑이 움푹 파인 것 같은 느낌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되는 건 자동차를 생각하셔도 똑같습니다. 가다가 파인 부분에 바퀴가 걸리면 덜컹하면서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심지어 홈이 너무 크면 바퀴가 껴서 안 빠질 수도 있단 말이죠. 그런 류의 문제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제가 보통 환자들한테 치아로 설명을 해드리는데 이가 삐뚤삐뚤하게 났을 경우 그쪽으로 고기를 먹다가 끼인 경험은 누구나 한번 해보셨을 건데요. 그 부분이 가지런하게 돼 있고 움푹 파이지 않았다면 그런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고기가 끼고 잘 빠지지 않으면서 그쪽으로 나중에 충치가 생기고 썩고 이런 문제가 생긴단 말이죠. 그래도 치아는 반대쪽으로 씹어서 먹으면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는데 장 안에 있는 건 내가 그쪽으로 가지 말고 이쪽으로 가라고 하는 걸 조절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좀 과식을 하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 소화를 해야 될 일이 많이 있으면 지나가다가 걸리적거리는 애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 거예요.
◇ 채선아> 그러면 음식물이 게실이라고 하는 저 구멍 사이로 끼는 거예요?
◆ 한윤대> 그렇죠. 대장에 생기는 경우는 약간 변 위주의 찌꺼기가 더 끼게 되고요. 엄밀히 말하면 입에서부터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을 거쳐서 대장, 항문까지 하나의 긴 관인데 물론 중간에 넓어졌다 좁아졌다 기능도 조금씩 달라지고 그러긴 하지만 긴 관에 다 생길 수가 있고요. 그래서 식도에 생기는 경우들도 있고 그렇게 태어나서 아기들도 수술하는 경우도 있고 어른들도 문제가 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이 게실에 음식물 찌꺼기, 변 찌꺼기 같은 게 껴서 염증이 생기면 부을 수가 있어요. 우리 잇몸이 붓는 것처럼 심해지면 거기서 피가 나는 거죠.
◇ 채선아> 그러면 꼭꼭 잘 씹어 먹으면 좀 괜찮을까요?
◆ 한윤대> 아무래도 좀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식사량을 소량으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거든요. 꽉 차서 많이 지나가면 결국 거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죠.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꺼번에 과식하시는 것보다 소식을 여러 차례 하시는 게 좀 더 좋습니다.
◇ 채선아> 이렇게 게실염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통계를 보니까 2015년에 4만 명대였는데 2022년에 가니까 6만 명대가 됐거든요.
◆ 한윤대> 환자분이 계속 늘고 계시고요. 노화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령 인구가 많아지잖아요. 그러면서 생기시는 분들도 많고 서양식이 하나의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한식을 먹는 게 훨씬 담백하고 기름기가 덜하잖아요. 그런데 서양식은 굉장히 기름기가 많고 칼로리도 높단 말이죠. 육류도 많고 그래서 낄 것도 많아서 소화시키려다 보면 장이 힘들어요. 그러니까 과하게 쓰다 보면 근육층들이 빨리 노화가 되고 약해지는 부위가 금세 생길 수밖에 없어요.
◇ 채선아> 그럼 그 약해지는 부위에 게실이 생기고 거기에 음식물이 끼면서 게실염이 생기는 거예요?
◆ 한윤대> 피가 날 수도 있고 통증이 생기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충수염 통증이랑 정확히 간별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아파서 오시는데 초음파 혹은 CT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하지 않는 한은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염증으로 장이 굉장히 부어 있고 아파져 있는 양상들이 보입니다. 그런 경우는 결국 장이 일을 과하게 하면서 게실에 뭐가 많이 끼어 있는 거니까 쉬어줘야 하고요. 더 이상 뭘 먹지 말고 금식하면서 항생제를 써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우선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해주면 어느 정도는 가라앉히고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반복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쪽 치아에 고기가 한 번 꼈지만 어쩌다 이쑤시개로 잘 뺐는데 내일 먹다가 또 낄 수 있잖아요.
◇ 채선아> 완전한 치료가 잘 안 되나 보네요.
◆ 한윤대> 왜냐하면 그 틈은 계속 있으니까요.
◇ 채선아> 그걸 메우는 건 안 되는 거예요?
◆ 한윤대> 메우기엔 구멍이 너무 여러 개 있어요. 예쁘게 잘 발라서 메우기도 사실 어렵고 또 저기 말고 다른 데도 약해진 데가 있으면 근처에 또 생길 거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요. 메우는 건 어려워서 맨 마지막에 가서는 그 길을 통째로 드러내고 괜찮은 길들끼리만 연결해놓는 거죠.
그래서 결국 수술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요. 게실이 있는 분들은 처음 통증을 느끼고 나면 내가 게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심 하십니다. 그런데 추석 혹은 신정에 워낙 입맛이 도는 음식이 많다 보니 못 참으시고 드시다 보면 응급실로 오시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때 응급실이 가뜩이나 북적대고 의료진도 별로 없기 때문에 안 오시는 게 좋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음식을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 채선아> 그러니까 과식을 하면 안 되는 거네요. 그리고 처음에 보통 오른쪽 배가 아파진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맹장염인가?' 이럴 것 같아요.
◆ 한윤대> 맞아요. 그래서 처음 진단을 받으실 때는 잘 모르실 거고 우측에도 있는데 사실 좌측에도 있을 수 있고 대장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 동양인들은 주로 우측에 많이 있고 서양인들은 좌측에 많다고 돼 있거든요. 아무래도 여러 연구나 논문들이 서양에 우선적으로 더 많이 있다 보니까 찾아보면 전부 좌측 얘기만 있어요. 심지어 서양에서는 우측에 게실염이 있다고 생각을 거의 못할 정도로. 우리는 약간 우측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작년인가 재작년에 우리나라 게실염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동양인은 우측이 많다 해서 우측을 찾으려고 했더니 아무도 연구한 게 없어요. 동양 사람들에 대한 연구는 별로 안 하니까 굉장히 난감하고 어려워하면서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 채선아> 그럼 그 게실염의 대표적인 증상 이건 어떤 걸로 생각하면 돼요?
◆ 한윤대> 일단 기본적으로는 통증이 있고요. 그다음에 그쪽 부위로 열감이 생기고요. 보통 오른쪽 아랫배일 수도 있고 가끔 왼쪽인 분도 있습니다. 서양 음식이나 서구화된 음식이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드린 이유는 동양인들은 우측에 많다고 했는데 최근에 좌측도 많아졌어요. 예전보다 오래 살고 나이도 많아지고 서양식을 하니까 서구화가 된 거죠. 우리가 선진화가 되면서 의료도 발달하면서 기본적인 평균 연령이 예전보다 늘어났잖아요. 그러면서 서구식도 늘어났기 때문에 서구화가 많이 된 거거든요. 동양적인 유전자와 동양적인 체격과 장을 갖고는 있지만 서구화된 음식과 서구화된 의류를 따라간 부분이 섞여서 좌측 게실염이 많아졌어요.
◇ 채선아> 그러면 배 전체에 통증, 그리고 발열, 또 뭐가 있어요?
◆ 한윤대> 출혈이 있어요. 결국 항문에서 막 피가 나고 대변으로 피가 같이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게 치핵인가 이게 대장암인가 혼란이 오는 거죠. 혈변은 무서운 겁니다. 항상 조심하셔야 돼요.
◇ 채선아> 최악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한윤대> 염증이 반복되면 굉장히 딱딱해집니다. 최악의 경우는 그게 터져버려요. 구멍이 약하니까 터져버리고 복막염이 생기죠. 배가 엄청 아프죠. 그때는 게실염으로 아팠던 것보다 더 아파지죠. 천만다행으로 조금 터진 채로 오면 다행이고요. 심하게 터지면 정말 온 배가 다 아프고 응급 수술을 들어가서 장을 자르는데 그 상태에 부어 있는 장을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루로 잠깐 밖에 배로 빼놔야 될 수도 있고 변을 배로 보게 해야 될 수도 있어요. 정말 최악의 경우 다시 연결해 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채선아> 그러면 증상이 있을 때 약간의 통증이 있을 때 무조건 병원을 가야겠네요.
◆ 한윤대> 오셔야죠. 게실염이 있는 걸 아시는 분들은 본인이 조절도 하시고 "나 이번에 또 시작이야" 해요. 왜냐하면 같은 데가 반복적으로 아프니깐요. 본인이 조절을 하는데 이런 시즌에 좀 많이 드시고 술도 그렇고 매운 거 드실 때도 또 그렇더라고요.
◇ 채선아> 명절에 특히 음식 조심 하셔야겠고요. 방귀를 참으면 게실염이 생길 수도 있나요?
◆ 한윤대> 방귀를 참으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방귀는 가스잖아요. 방귀를 참는다는 것 자체가 장 안의 압력이 올라가면 결국 게실들은 더 커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변비랑도 연관이 있는 건데 게실염이 있는 분들이 변비가 있어요. 반듯한 길은 차가 뻥 가는데 갑자기 덜컹 덜컹 대면 잘 못 가잖아요. 그러니까 울퉁불퉁할수록 변이 지나갈 때 삐그덕 삐그덕 대기 때문에 변비가 동반되는데요. 그 와중에 더더군다나 참으면 안 좋겠죠. 그래서 게실염이 생길 수도 있고 있었다면 좀 더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제가 볼 때는 소변이나 대변이나 배설은 참으면 안 돼요.
◇ 채선아> 게실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거잖아요. 명절 음식 중에 기름진 건 나쁘다고 하셨고, 나물은 많이 먹어도 되나요?
◆ 한윤대> 그렇죠. 나물은 괜찮긴 하고요. 어쨌든 기름지지 않은 음식들은 많이 드셔도 되지만 전체적인 양이 많은 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많은 양의 변을 만들어내고 흘러가면서 건드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요.
◇ 채선아> 이번 명절 많이 드시고 싶어도 과식하지 마시라는 조언이었습니다. 명절에 모두들 소식하시길 바라면서 오늘 여기서 인사 나눌게요. 한윤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윤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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