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만나는 ‘이타적 삶’…4년 만에 재개방

강현석 기자 2024. 2.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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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통제, 지난 5일부터 출입 가능
설 연휴 중앙공원 출입 가능, 박물관은 휴관
전남 고흥군 소록도 전경. 소록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4년 반에 일반에 개방됐다. 고흥군 제공.

전남 고흥 반도의 끝에 있는 소록도는 섬 전체가 병원이다. ‘한센인(한센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이 섬에 있다. 고흥 녹동항 앞바다에 떠 있는 소록도와 육지 사이 거리는 400여m 남짓이다.

녹동항에서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었던 소록도는 2009년 소록대교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 한센인들의 아픔이 깃들어 있는 섬이지만 소록도는 병원과 한센인 거주공간을 제외한 섬 일부가 일반에 공개됐다.

하지만 소록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2월 3일부터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다. 한센인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섬 출입까지 모두 막혔다.

출입이 통제됐던 소록도가 4년 만에 다시 개방됐다. 설 연휴 기간에도 섬을 찾을 수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11일 “지난 5일부터 소록도 중앙공원과 한센병 박물관을 일반인들에게 다시 개방했다”고 밝혔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부터 한센인들이 강제 수용됐으며 현재도 369명이 소록도 내 별도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 ‘작은 사슴 섬’이라는 지명에도 담겨있듯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빼어난 자연경관에 녹아든다. 소록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57만명이 찾았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1936년 12월1일 착공해 3년 4개월의 조성 기간을 거쳐 완공됐다. 중앙공원은 한센인들의 피와 땀, 눈물이 서린 곳이지만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종려나무, 편백, 차나무, 능수, 매화나무, 등나무 등 5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공원에는 한센인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비,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이 있다. 특히 박애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들이 남아있어 마주하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가 지난 5일부터 일반인에 다시 개방됐다. 한센인 병원이 있는 소록도의 중앙공원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고흥군 제공.

40여년 동안 한센인을 돌보며 이타적인 삶을 살았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과 마리안느 스퇴거를 기념하는 공적비도 설치돼 있다. 1960년대 소록도를 찾았던 이들은 고령이 되자 2005년 홀연히 소록도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마가렛은 지난해 선종했다.

한센병 박물관은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개관했다. 소록도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과 한센병 극복을 위한 노력, 사랑의 나눔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박물관은 6개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지혜를 발휘한 소록도 주민들의 유품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다만 한센병 박물관은 설 연휴에는 개관하지 않는다.

소록도 인근에는 거금도 적대봉, 거금생태숲, 연홍도, 거금대교, 거금해양낚시공원, 녹동 바다정원, 고흥우주천문과학관, 마리안느와 마가렛 나눔연수원, 녹동장어거리, 녹동 수협활선어위판장과 건어물 상점가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많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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