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무슨 죄?' 클린스만 웃는 동안, 이강인도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슛돌이'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도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10일(한국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달 동안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 코칭스태프들, 지원 스태프들 함께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대와 성원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이강인은 이어 '많은 축구 팬 여러분께서 실망하셨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희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 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되어 경기장에서 더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헌신적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한 발짝 더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강인 뿐만 아니다. 앞서 다른 해외파들도 국민들에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지난 8일 SNS에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던 아시안컵 대회를 치르면서 온통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감사 인사가 너무 늦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지만 잘 도착했다'며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말 많은 사랑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대한민국 축구 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도 역시 9일 SNS를 통해 '긴 대회 기간 같이 고생해 주신 선수들 코치진분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드린다'며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를 나가는 선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뛸수록 더 발전해야겠다고 느낀다'며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회 기간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 속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조별리그 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바레인을 잡았지만, 요르단과 비기며 주춤했고, 말레이시아와 3대3으로 비기며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16강에서 우승후보 사우디를 만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후 승부차기 끝에 가까스로 이겼다.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추가시간 동점골, 연장 역전골을 통해 힘겹게 승리했다. 하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체력이 떨어진 태극전사들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이렇다할 플레이도 하지 못하고 0대2로 완패했다.
대회 후 후폭풍이 이어졌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대회 전부터 외유 논란, 투잡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던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했지만, 끝내 아시안컵에서 반전을 쓰지 못했다. 독일 대표팀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전술 부재는 현실이 됐다. 대회 내내 전술적으로 갈팡질팡했고, 선수들의 투혼으로 분위기를 바꾸는듯 했지만, 요르단전에서 완벽히 한계를 절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데리고도 이 정도 축구 밖에 만들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극에 달했다. 경질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국민청원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은 사과 없이 직을 이어가겠다는 뜻만을 전해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카타르아시안컵을 마치고 8일 오후 10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스탠딩인터뷰를 통해 사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퇴 관련 질문한 기자를 바라보며 "좋은 질문"이라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은 뒤, "대회 4강에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할 순 없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인지 몸소 느꼈다. 중동에서 개최하다보니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팀이 중동팀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봤다. 중동팀들이 홈경기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했다. 그들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을 받는지 느낄 수 있었다. 4강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선수들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는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대답이 계속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팀을 이끌어 행복하다. 여러분만큼 저도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어쨌든 요르단 경기에서 패하면서 원하는 목표 이루지 못했다. 요르단 만나기 전까지 좋은 경기 결과로 보답했다. 요르단이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있었다. 요르단전 전까지 13경기 무패라는 결과가 있었다.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다. 감독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좋았던 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게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귀국 현장을 찾은 한 팬은 클린스만 감독 인터뷰 도중 엿을 던지며 "이게 축구야?"라고 소리쳤다. 일부 팬은 공항을 빠져나가는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클린스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좋았던 부분, 긍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 중 휴식차 한국을 떠날 계획이다. 그는 "매번 말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 감독과 다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지속적으로 (나에게)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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