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지 말고 합치자” 그랩-고젝 합병 논의...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 플랫폼 탄생하나

임경업 기자 2024. 2. 1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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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양대 차량 공유 및 배달 플랫폼 고젝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최대 테크 기업 고젝이 경쟁사인 싱가포르 기업 그랩에 인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경제매체 비스니스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그랩과 고토(GoTo) 그룹은 두 회사 차량 공유 서비스인 그랩과 고젝의 합병을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 그랩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 진출해 ‘동남아의 우버’라 불리는 기업. 고토는 차량 공유 업체 고젝과 인도네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가 결합해 탄생한 회사다. 한국으로 치면 ‘배민’과 ‘쿠팡’의 결합과 비슷한 위치다. 기업 규모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그랩(134억 달러·약 17조9천억원)이 고토(101조 루피아·약 8조6천억원)의 2배 수준이다.

두 회사의 인수, 합병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두 회사가 인니 시장을 두고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 차량 공유 시장에서 고젝과 그랩의 점유율은 각각 52%, 48%로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오토바이 기반 배달 서비스도 하는데, 이 점유율도 양사가 비슷하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양사가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쿠폰을 뿌리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고토 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고젝을 비롯해 온라인쇼핑 토코포디아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토코포디아를 중국 틱톡에 매각했다. 이번엔 그랩마저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력한 합병 방식은 그랩이 현금과 주식을 고토에 내고 고젝을 인수한 다음, 그랩을 인도네시아에서 철수시킨 뒤 자회사가 된 고젝만 인도네시아에 남기는 방식이다. 이렇게되면 인도네시아 시장 경쟁자(그랩)가 사라지고 고젝만 남게되고, 그랩은 싱가포르 등 다른 해외 법인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 두 회사가 인도네시아 차량 공유 시장을 양분하는 만큼 정부가 두 회사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대중교통 영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합병 후에도 독점적 시장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차량 공유 시장만 두면 독점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도 독일 2021년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스타트업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인수 과정에서 독과점 이슈가 발생했다. 당시 공정위는 배민 인수를 승인하는 대신, 딜리버리히어로의 한국 사업(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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