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 TV소리로 설 명절 부모님 건강 살피세요
퇴행성관절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해 방치 위험
75세 이상 절반이 난청···소외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2023년 치매환자 100만명↑···초기 발견해 악화 막아야
설 연휴를 맞이해 고향 방문을 계획 중인 이들이 많다. 설 연휴는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하던 부모님의 얼굴을 뵐 수 있는 기회다. 모처럼 주어진 나흘간의 연휴를 부모님의 건강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들은 평소와 컨디션이 달라졌더라도 ‘나이가 들면 다 그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모님의 걸음걸이, 식습관 등 일상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건강 이상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설 명절에 자녀들이 챙겨야 할 부모님 건강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
◇걸음걸이가 달라졌거나 계단 오르기 힘들다면 ‘퇴행성 관절염’ 의심해야=노년층에 발생되는 대표적인 무릎질환 중 하나가 퇴행성관절염이다. 뼈를 보호해주는 연골(물렁뼈)이 노화로 닳아서 없어지는 상태로 초기에는 무릎이 뻣뻣해지고 시린 느낌 등 가벼운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양반다리 같은 움직임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통증이 발생하고 무릎이 굳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관절의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많은 부모님들이 퇴행성으로 인한 무릎통증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통증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평소 걸음걸이와 많이 다르다면 병원에 내원해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만약 다리가 O자 모형으로 변형됐거나 걸을 때 다리를 쩔뚝거리고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어 한다면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연골 손상의 정도나 개인의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달리 적용된다. 초기 관절염의 경우 연골 손상이 경미한 상태로 안정을 취해주고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연골 손상이 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등 중증으로 진전되면 수술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평소보다 TV소리 크게 튼다면 노인성 난청 의심해봐야=청력 감소는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고 자연스레 생긴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증세가 심각하면 일상 대화가 어려워 소외감 등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 발생에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보고에 따르면 65~75세 노인 중 약 3분의 1이 난청을 겪고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는 절반 정도가 난청을 겪고 있다.
난청 환자는 볼륨을 높여야 적당한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TV나 라디오 등의 볼륨을 크게 올리게 된다. 본인의 말소리도 크게 말해야만 적당한 크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커지기도 한다. 난청의 초기 고음영역의 청각 장애가 발생하면 ‘밥’ ‘밤’과 같이 비슷한 말을 구별하거나 음정이 높은 여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데 데 어려움을 겪는다.
노인성 난청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은 노인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일정 수준 이상 진행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생활이 가능하다. 남아 있는 청력이 너무 부족하다면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소리를 전달하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알츠하이머,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1%다. 65세 이상 9명 중 1명은 치매라는 얘기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는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를 통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중 추정치매환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초기에 발견하는 데 힘쓴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기억력 저하다. 실제 치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다른 인지력 저하까지 동반되면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평소 혼자서도 잘하던 전화 걸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씻기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진단 받을 필요 있다.
아직까지 치매에 대한 치료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약간 늦추거나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 뿐이다. 그만큼 예방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자주 깜빡 하는 건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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