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경영난, 佛은 시장 위축···제4이동통신 한국서 성공할까

김윤수 기자 2024. 2.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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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제4이통 서비스 상용화
해외선 사업경과 정부 기대 못 미쳐
일본 라쿠텐, 점유율 2.5%에 적자 늪
프랑스 프리, 성공했지만 시장 악영향
스테이지엑스, 점유율·수익성 두 마리 목표
1조원 자금조달하고 세브란스 등과 협력
온라인 유통·28㎓ 차별화 전략 성패 주목
[서울경제]

국내 통신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4사 체제로 재편된다.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최근 사업 전략과 함께 3년 내 매출 1조 원과 영업이익 흑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고 이를 통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도전한 해외 제4이통사들이 현재 경영난을 겪거나 시장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차별화한 전략으로 전례없는 제4이통 성공 사례를 남길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라쿠텐 현판. 로이터=연합뉴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제4이통사 라쿠텐모바일은 지난해 3분기 810억엔(약 7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당시 로이터는 “(모회사인) 라쿠텐 그룹은 모바일 사업의 문제로 1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 규모는 누적 8190억엔(약 7조 3000억 원)에 이른다”며 “2024년에도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지 투자자들의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라쿠텐모바일은 2020년 통신시장에 진출해 통신업계 전반의 요금을 낮추는 데도 기여했지만 정작 회사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라쿠텐 그룹의 누적 영업손실(주황색)과 모바일 사업의 분기 영업손실(빨간색) 추이. 사진 제공=라쿠텐

라쿠텐모바일은 시장 진출 초기에 현지 3사인 KDDI, 소프트뱅크, NTT도코모의 반값 수준의 요금으로 이목을 끌었으며 전국망을 구축하고 5세대 이동통신(5G)도 상용화했다. 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520만 명을 모았다. 한국에서는 제법 많은 숫자지만 일본 시장 점유율로는 2.5%에 불과하다. 라쿠텐모바일은 현재 가입자 순증 추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말까지 최다 1000만 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10%가 안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파격적인 요금 정책도 지속해야 하는데, 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악화한 수익성을 감안하면 향후 계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이미 2022년 월 1GB 이하 데이터 요금을 안 받는 무료 정책을 폐지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12년에는 프랑스에 일리아드의 자회사 프리모바일이 제4이통사로 나섰다. 프리모바일은 2021년 기준 점유율 13.7%를 차지하며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줬다. 게다가 일리아드의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프리모바일에 해당하는 ‘프랑스’ 사업 실적은 매출이 44억 5700만 유로(약 6조 400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8.3% 성장했을 뿐 아니라 이익(EBITDAaL)도 17억 3600만 유로(약 2조 5000억 원)로 4% 늘었다.

회사 자체는 양적 성장은 물론 수익성까지 지키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출혈 경쟁이 심해져 통신사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프랑스 통신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제4이통사 진입 직전인 2011년 224억 유로(약 32조 원)에서 직후인 2014년 176억 유로(약 25조 원)로 급감했다. 2·3위 통신사는 매각과 구조조정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방한했던 마츠 그란리드(사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사무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4이통사가 시장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통신비가 내려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사의 가입자 규모가 성장하지 못하고 이는 통신 품질과 커버리지(범위) 저하, 혁신 저해, 결국엔 소비자 피해로 돌아간다”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도 주류 통신사가 3개를 넘지 못하는 이유이며 한국의 제4이통사 유치가 장기적으로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스테이지엑스

해외 대표적 제4이통사 2곳 모두 사업 경과가 정부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한국에서도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도전을 두고 업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배경이다. 한국 정부는 3사 과점 체제를 깨고 가계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2010년부터 일곱 차례나 제4이통사 유치를 추진했지만 후보 업체들의 재무건전성 문제로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여덟 번째 시도에서는 재무건전성 심사를 면제했고 기지국 의무 설치 대수를 줄였으며 3사 망 공동이용(로밍)과 정책금융 지원 등을 마련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알뜰폰(MVNO)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3파전의 주파수 경매에서 이기고 제4이통사로 선정됐다.

정부가 검증하지 않은 스테이지엑스의 재무건정성을 두고 특히 우려가 나왔다. 회사는 2018년 3사가 할당받았던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당시 낙찰가의 2배인 4301억 원에 사들였고 기지국 6000대에 1827억 원, 그외 로밍 대가로 연간 수천억 원 등 적어도 1조 원 안팎의 초기 사업비를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28㎓는 현재 3사의 5G 주파수 대역인 3.5㎓보다 빠르지만 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지어야 하고 마땅한 특화 서비스가 없어 사업성을 두고도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3사는 이 주파수를 지난해 포기하고 반납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를 의식했는지 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상원 대표가 직접 자금조달 계획을 공개했다. 서 대표는 “초기 자본 4000억 원을 준비했고 내년 상반기 서비스 출시 직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통해 최대 4000억 원의 저금리 대출까지 받으면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컨소시엄 참여사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신한투자증권의 권혁준 기업금융2본부장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스테이지엑스의 자금조달과 관련해 금융주관사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며 “사전에 접촉한 많은 투자자들이 (스테이지엑스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또 28㎓ 상용화 3년 후 연 매출 1조 원과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3사의 이동통신 매출 대비 가입자 수를 감안하면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려면 가입자 300만 명대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5년차에 520만 명을 모은 라쿠텐모바일과 맞먹는 속도로 가입자를 모으는 동시에, 라쿠텐모바일처럼 적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마케팅 등 비용 관리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최근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통신시장의 경쟁 과열 가능성이 생긴 것은 스테이지엑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통신 3사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마케팅 경쟁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규 사업자가 점유율 뺏기에 나설 경우에는 3위 LG유플러스부터 연쇄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3사의 속내가 전해진다.

스테이지엑스가 라쿠텐모바일과 프리모바일이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뚫고 전례없는 제4이통사 성공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3사와 차별화한 서비스 승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시장을 뒤흔드는 독행기업은 꼭 돈 많은 사업자가 되는 게 아니다”며 “기존과 다른 서비스와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리점·판매점 없는 온라인 유통으로 요금을 최대한 낮추고 다양한 기업·기관 협력으로 28㎓ 서비스를 확산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를 위해 컨소시엄을 올해 상반기 안에 합작법인으로 출범한다. 컨소시엄에는 신한투자증권, 연세의료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폭스콘 계열사 FIH모바일, 삼성전자·애플·구글 등 단말기 제조사, 공항·경기장·공연장 업체 등이 참여했거나 참여 추진 중이다. 주관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운영 중인 알뜰폰 플랫폼 ‘핀다이렉트’를 제4이통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로 전면 개편하고 고객응대용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유통 비용을 최소화한다.

연세의료원은 28㎓ 킬러 서비스의 대표적 수요처로서 세브란스병원에 사물인터넷(IoT), 로봇, 물류 등 스마트병원 기술을 상용화한다. KAIST는 연구개발(R&D), FIH모바일은 아직 국내에 없는 28㎓ 전용 단말기 출시에 힘을 보탠다. 단말기와 관련해 스테이지엑스는 올해 중저가 제품 2종 이상을 출시하고 내년 28㎓ 상용화에 맞춰 전용 안테나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의 민원기 스테이지파이브 ESG위원장도 스테이지엑스의 고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5G 투자비용은 2018년 3사의 5.5% 수준이며 절감한 재원은 R&D와 혁신 서비스 발굴에 쓰일 예정”이라며 “조만간 사업설명회를 열고 주주 구성과 역할 등에 대한 더 자세한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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