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군무' 내려놓고 봄바람처럼···보이그룹의 '청춘' 열풍 [SE★초점]

허지영 기자 2024. 2.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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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손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칼군무', 귀를 가득 채우는 빠른 BPM, 팬덤 사이에서는 '차력 쇼'로 불리곤 하는 고음 보컬 등은 K팝 음악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데뷔하는 보이 그룹은 이 같은 K팝의 장르성을 내려놓고, 대신 친근함과 편안함으로 대중성을 노리고 있다. 특히 10대의 풋풋함과 맑은 이미지를 살린 '청춘' 콘셉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이즈 '러브 119' /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세계관 내려놓은 SM, 라이즈로 '청춘' 정조준 = 앞서 보이그룹 엑소(EXO)와 NCT 등으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SM엔터테인먼트가 과감히 색을 덜어냈다. NCT 론칭 이후 7년 만의 SM 보이그룹인 라이즈(RIIZE)는 론칭 때부터 이전 SM 보이그룹과는 궤를 달리했다. 잘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정형화된 콘셉트 필름이 아닌,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멤버들의 내추럴한 모습을 공개한 것. 스토리텔링도 멤버들의 진솔한 성장을 뜻하는 '리얼타임 오디세이'를 내세웠다. 음악은 독자적 장르인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을 지향한다. 멤버들이 음악에 '감정'을 담고, 팬들과 함께 진솔하게 성장해 나간다는 뜻을 담은 장르다.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는 펑키한 리듬이 돋보이는 팝 장르로,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는 멜로디가 특징이다. 지난 1월 발매한 싱글곡 '러브 119(Love 119)'은 '청춘'의 대표 격인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곡이다. 밴드 이지(izi)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한 이 곡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 주간 차트에서 한 달 내내 꾸준히 20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멜론은 빌보드 차트, 아이튠즈와는 달리 국내 인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라이즈가 보이그룹의 고질적인 숙제인 대중성에 대한 우려를 완벽하게 씻어냈음을 알 수 있다.

보이넥스트도어 / 사진=KOZ엔터테인먼트

◇ '옆집 소년'처럼 편안하게, 보이넥스트도어 =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는 3세대 보이그룹 블락비를 이끈 가수 지코가 지난해 5월 론칭한 보이그룹이다. 그룹명은 말 그대로 '옆집 소년'이라는 뜻으로, 10대 또래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솔직한 음악으로 표현해 꾸밈없이,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데뷔 앨범 '후(WHO!)'와 차기 앨범 '와이(WHY..)'는 각각 '첫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며 풋풋한 소년의 일상을 표현했다.

그룹의 특징은 데뷔곡부터 멤버 다수가 지코와 함께 작곡·작사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곡 제목부터 가사까지 지코의 위트에 10대 멤버들의 풋풋함, 진솔함이 더해져 개성이 넘친다. 두 개의 타이틀곡 제목은 각각 '돌아버리겠다', '뭣 같아'다. 'Sometime 꺼져버려 제발', '홀가분하게 밀린 영화 드라마 때리고 헌신짝 됐으니 다 새로 꾸며야지', '다 뭣 같아' 등 가사에서도 보이넥스트도어만의 말맛이 느껴진다. 개성과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데뷔 두 달 만에 신인상을 받고 올해 미국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노미네이트 되는 등 선전하고 있다.

보이그룹 투어스 데뷔 앨범 '스파클링 블루' 콘셉트 포토 /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

◇ 투어스, '보이후드 팝'으로 기분 좋은 소년미 = 지난달 데뷔한 풋풋한 보이그룹 투어스(TWS)는 올해 가장 주목 받는 신인으로 꼽힌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세븐틴 이후 9년 만에 론칭하는 보이그룹으로 화제를 모은 이들은 청량하고 기분 좋은 음악으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데뷔 앨범 '스파클링 블루(Sparkling Blue)'의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발매 직후 멜론 일간 차트 톱100에 차트인하며 투어스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라이즈가 '이모셔널 팝'이라면, 투어스는 '보이후드 팝(Boyhood Pop)'을 지향한다. 소속사에 따르면 '보이후드 팝'은 밝고 청량한 팀 정체성에서 확장한 독자 장르로, 소년 시절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자극한다. 투어스는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이야기로 친근한 음악적 화법을 들려주고, 이를 통해 대중과 팬의 평범한 일상을 특별히 만드는 소중한 친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음악과 함께 비주얼 콘셉트도 맑고 청량하며, 부드러운 이미지가 돋보인다. 투어스의 순항은 파워풀하고 긴장감 있는 칼군무를 내려놓았지만, 오히려 대중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신인 보이그룹의 흐름이 잘 드러나는 셈이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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