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땅: 성수동서 사라지는 추억 [분석+]

최아름 기자 2024. 2.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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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경제를 걷다➍ 성수동 2편
지식산업센터에서 오피스로
달라지는 고가도로 옆 풍경
변화와 함께 사라지는 산업도
성수역 일대는 2021년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이 적용됐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낮은 공장이 모여 있던 성수동 일대는 서울에서 두번째로 지식산업센터가 많은 곳이다. 다만, 지구단위계획이 바뀌면서 지식산업센터도 고층업무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성수동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붉은 벽돌'은 여전하고 성수동에 있던 회사가 새 사옥을 짓는 경우도 있지만 사라지는 것도 있다.

우리는 1편에서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북쪽 뚝섬역까지 걸었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붉은 벽돌' 건물이 이곳의 함의를 빛내고 있었다. 이제 성수역으로 발걸음을 넓혀보자.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앞 디벨로퍼 네오밸류가 자리 잡은 '누디트 서울숲'에서부터 성수역까지는 850m에 이르는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걷다 보면 광화문, 강남, 여의도 업무지구와 성수 업무지구가 다르다는 느낌이 분명해진다. 당장 서울숲역 일대에 있는 업무시설과도 차이가 느껴진다. 가장 큰 차이는 고가도로다.

일반적인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라면 소음이나 어두운 분위기를 우려해 고가도로 옆을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 공장처럼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라면 오히려 고가도로 옆이 민원을 피하기에 좋은 위치일 수도 있다. 조용히 일하는 오피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성수역 인근의 업체들은 왜 고가도로 옆을 선택했을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울숲역 일대는 뚝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기본 용적률만 800%에 달한다. 서울숲역과는 달리 뚝섬역에서 성수역 일대는 모두 준공업지역이다. 법정 최대 용적률은 400% 수준이고 공장이 입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도 일반상업지역보다 더 저렴한 편이다. 소음이 나고 어둡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곳에 둥지를 튼 이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팩토리온]

뚝섬역을 따라 성수역으로 가다 보면 SM엔터테인먼트보다 더 먼저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연예기획사의 사옥이 보인다. 그 맞은편으론 또다른 업무시설이 시공 중이다. 임차인을 찾는다는 현수막이 나부끼는 모습을 보면서 '성수동에 몰리는 오피스 대부분이 패션ㆍ게임ㆍ영화 등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인 데다 거의 모두 강남에서 왔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 업무시설은 또다시 강남에서 이주한 기업들로 가득 찰까.

업무시설 공사장을 뒤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성수역의 북쪽으로 향했다. 이곳은 원래 지식산업센터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업무시설과 지식산업센터의 차이 중 하나는 '공장 입주'가 가능하느냐다. 업무시설에는 불가능하지만 지식산업센터에는 공장이 들어올 수 있다.

지금은 다소 쇠퇴했지만, 성동구의 지식산업센터는 지역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운영하는 팩토리온의 지산센터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건설하거나 건설계획을 신청한 399곳의 지식산업센터 중 성동구에 주소지를 둔 곳은 88곳(22.0%)에 이른다. 1위인 금천구(139곳)에 이어 두번째로 지식산업센터가 많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 위주의 성수역 일대 분위기도 서울숲역 일대처럼 바뀔 가능성이 높다. 2021년 성동구청이 성수역 북쪽 일대를 '성수IT 산업ㆍ유통개발진흥지구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부채납을 하거나 특정산업을 유치하면 해당 건물의 용적률은 80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일반상업지역인 서울숲역 일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밀 개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성수동엔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일고 있다. 사진은 시민 문화·여가공간으로 재탄생한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사진=뉴시스]

그러면 정육면체를 닮은 성수역 북쪽에 있는 건물의 모양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바닥면적이 건축면적의 300% 이상이어야 하는 지식산업센터는 대부분 정육면체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이제 계획이 바뀌었으니 정육면체 건물도 조금씩 변해갈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대신 오피스가 들어설 성수역 북쪽을 등 뒤로 돌리고 다시 뚝섬역으로 향했다. 뚝섬역으로 다시 가는 길에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수년 전 이곳에서 수제 가죽 구두를 주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가죽 구두를 맞췄던 가게의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로운 업무지구로 급부상하는 성수동은 '과거'까지 품고 갈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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