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뇌물에 추락한 ‘광주 청년 정치인’… 19개월 해외도피 끝 자수
장기간 해외 도피 끝에 자수한 ‘청년 정치인’ 최영환(40) 광주광역시의회 전 의원은 2018년 6월 더불어민주당 비례 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당시 34세로 ‘풀뿌리 청년 정치’를 내걸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출신 그는 한 언론과의 당선 인터뷰에서 “광주의 청년이 광주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발굴하겠다”며 “청년의 고민을 현장에서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 시의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씨는 시의회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광주의 아들”이라며 “젊기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다가가 의견을 듣고 지역을 활기차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제 삶의 터전인 광주라는 도시에 자부심과 깊은 애정이 있다”며 “살고 싶은 광주, 누구나 살 수밖에 없는 광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광주시의회에서 예결특위 위원장, 윤리특위 부위원장, 청년발전특위 위원장 등을 맡았다. 2020년 국회사무처가 주관하는 ‘청년의 날’ 행사에서 청년 친화 헌정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역 사회가 주목하는 청년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광주의 청년 정치인은 4년 만에 몰락했다. 의원 임기가 끝날 무렵인 2022년 6월 2일, 돌연 종적을 감췄다. 사립 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사업과 관련해 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 경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다음날 필리핀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최씨의 여권을 무효로 하는 조치를 했다. 경찰은 국제형사 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는 등 그의 행방을 쫓는 수사를 1년 7개월 동안 이어왔다.
장기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벌인 최씨는 지난달 29일 변호사를 통해 캐나다 영사관에 자수서를 냈다. 그는 19개월 동안 필리핀과 일본, 캐나다 등에서 불법 체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뇨와 시력 저하 등 지병이 지난해부터 악화했다”며 “가족의 회유 등이 자수 사유”라고 밝혔다.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최씨는 지난달 30일 체포됐고, 지난 1일 구속됐다.
경찰은 사립 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 과정에서 2021년 5월 최씨가 유치원 원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선정위원이었던 최씨는 지역 한 사립 유치원 원장에게서 자신의 유치원을 전환 대상 유치원으로 선정되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사업 시행 전 공모 일정과 평가 항목 등을 그 유치원 원장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평가 후 나온 각 유치원의 항목별 점수와 결과를 발표 전에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가로 자신의 계좌가 아닌 지인 명의 계좌를 통해 6000만원을 받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적용된 혐의는 제3자뇌물수수와 공무상비밀누설, 범죄수익은닉, 전자금융거래법 등이다.
경찰은 지난 7일 최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그는 범행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년 정치인으로 촉망받던 그는 ‘겁이 나서 해외로 도주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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