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국민의힘 vs '비례연합' 민주당, 누가 더 꼼수?
정치권 꼼수 심판하려면 선거제 관심 필요
1등만 당선되는 지역구, 2-3등 표는 '사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사표 줄이기 위한 대안
과거처럼 하자는 국민의힘, 위성정당 창당
비례연합 추진하는 민주당, 명분 충분할까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평론가
◇ 채선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치 뉴스 알면 좋은 포인트만 쏙쏙 집어 설명해 드립니다. 정치 탐구생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우리가 찍은 표가 어떻게 국회에 반영되는지 이번 주 들어서야 확정됐죠. 총선에서 우리는 어떻게 투표하면 되는지, 그리고 선거제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김민하 평론가와 정리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선거제가 너무 복잡하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투표하는 게 그럼 좀 달라지는 건가 싶기도 해요.
◆ 김민하>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지역구에 나온 후보한테 한 표 찍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한 표 찍고, 이건 바뀌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실 필요가 없고 그냥 하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다만 내가 찍은 표가 어떻게 계산이 되느냐, 이걸 이렇게 바꾸자거나 저렇게 바꾸자거나 그대로 두자거나, 이런 얘기들을 정치권이 계속 해왔던 거죠.
◇ 채선아> 오늘 한번 그 맥락을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뉴스에는 병립형, 준연동형, 이런 단어가 많이 나와요.
◆ 김민하> 병립형은 우리가 이미 익숙해져 있는 제도죠. 전체 국회 의석 300석 중에 지역구 의석 253석은 지역구에서 1등한 사람에게 각각 배분하고요. 비례대표 의석 47석은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서 배분하는 겁니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건, 300석이라는 전체 의석 수를 정당 투표에 득표한 비율로 나누자는 거예요. 예를 들면 어떤 당이 정당투표에서 10%를 득표를 하면, 이 당은 전체 의석 300석 중에 30석을 얻어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당이 지역구에서는 1석 밖에 못 얻었다고 하면, 29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하다보면 전체 의석 숫자가 모자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전체 의석 수가 변할 수 있습니다.
◇ 채선아> 비례대표 의석수 자체가 저걸 나눠주기에 모자랄 수 있으니까 그걸 맞추려고 의석 수를 늘린다는 거죠.
◆ 김민하> 그런데 우리는 연동형이 아니라 준연동형을 적용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연동률이 50%입니다. 연동형에서는 정당 득표를 10% 한 당이 300석 중에 30석을 얻어가야 하는데, 10석을 지역구에서 얻었으면 20석을 비례대표에서 가져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연동률이 50%인 준연동형에서는 20석을 다 주지 않고 10석만 주기로 한 거죠.
◇ 채선아> 이렇게 되면 전체 의석 숫자가 300석이 넘을 일은 없겠네요. 애초에 병립형에서 준연동형으로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 김민하> 우리나라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을 때 소선거구제를 적용하고 있잖아요. 선거구 크기는 작고, 1등만 당선되는 구조죠. 소선거구와 대비되는 중선거구나 대선거구 제도에서는 선거구 자체가 커지고 2등이나 3등까지도 당선이 되거든요. 그런데 소선거구제에서 1등이 40%를 얻어서 당선되고, 2등이 30%, 3등이 20% 얻었다고 하면 그 50%의 표심은 국회에 반영이 안 되잖아요.
◇ 채선아> 사표가 되는 거죠.
◆ 김민하> 그런 사표를 줄이고 국민들의 민심이 국회 의석 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효과를 키우기 위해 이런저런 연구를 한 결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어떨까라는 결론이 나왔던 거죠.
◇ 채선아> 완전한 연동형은 아니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였을 텐데, 바로 그 제도로 치른 게 4년 전 총선이잖아요. 그런데 위성정당이라는 게 등장하면서 그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굉장히 많이 나왔거든요.
◆ 김민하> 지구의 위성인 달처럼, 본체인 정당이 있고, 그 본체에 딸려있는 자매정당 같은 개념이 위성정당인데요. 이게 생겨난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득표율에 맞춰서 의석 수를 나눠준다고 했잖아요. 예를 들면 한 정당이 정당득표에서 10%를 득표했다고 하면, 300석 중에 30석을 가져가야 되는 건데 지역구에서 이미 40석을 확보할 수도 있죠.
◇ 채선아> 그럼 다 채우고도 10석 넘쳤네요.
◆ 김민하> 그렇다고 해서 10석을 뺏어 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례대표에서는 한 석도 가져가면 안 되는 거죠. 40석을 인정을 하되 전체 의석수가 늘어나는 건데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 만큼의 의석을 다 채우고도 남으니까, 비례대표 의석은 하나도 못 가져가고 다른 소수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게 되는 거죠.
◇ 채선아> 그러라고 그 제도를 만든 거잖아요.
◆ 김민하> 그렇죠. 그런데 양당 입장에서는 그게 의석 수에서는 손해잖아요. 그래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4년 전에 내놓은 게 위성정당입니다. 본체인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지역구 후보만 내고요.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지역구 후보를 아무도 안 내고 정당 투표만 받는 거예요. 그러면 위성정당이 정당투표에서 받는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거죠. 그 뒤에 결국 본체와 위성정당이 합당을 하면 과거 병립형에서 가져갔던 의석만큼을 똑같이 가져갈 수 있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함으로써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거죠.
◇ 채선아>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이미 만들었고요. 민주당에서는 준위성정당, 비례연합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건 뭐가 다른가요?
◆ 김민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서로 가져오는 논리적 정당성의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애초에 연동형이 싫고 병립형이 좋다, 연동형은 악법이기 때문에 그걸 무력화시킬 거고, 그걸 위한 수단이 위성정당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연동형 도입을 주도했기 때문에 그런 얘길 할 수는 없죠. 그래서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해서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다만 그걸로만 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위성정당을 만들지만, 그나마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려서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길을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게 준위성정당, 비례연합정당입니다.
◇ 채선아>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 김민하> 위성정당에서 내놓는 비례대표 후보들이 있잖아요. 이 후보를 공천할 때 선거 끝나고 민주당에 돌아올 사람들만 공천하는 게 아니라 다른 소수정당들도 여기 참여해서 당신들이 공천하고 싶은 후보를 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이 위성정당을 찍을테니까 소수정당들이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들도 국회의원이 될 길이 열리는 거죠. 이렇게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살리는 길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보겠다는 게 민주당 얘기입니다.
◇ 채선아> 우리는 국민의힘이랑 다르다는 얘길 하고 싶은 거군요.
◆ 김민하> 그렇죠. 여기서 논쟁이 생길 수 있는 건 비례대표 순번을 어떻게 배치할 거냐는 겁니다.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1번부터 순서대로 당선되는 거니까요. 그럼 소수 정당을 좀 앞에다 놔야 되는 거 아니냐, 또 너무 그러면 소수 정당만 다 가져가니까 교차해가지고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놔야 되는 거 아니냐, 몇 번까지 소수 정당을 배려해야 되느냐, 이걸 협의해야 하는 건데, 지금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이걸 해보겠다는 게 민주당 설명입니다.
◇ 채선아> 지금까지는 그런 상황인 거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는 이 위성정당이라는 문제가 없나요?
◆ 김민하> 독일은 위성정당이 없습니다. 왜냐면 독일은 기본적으로 지역구 의석 299석, 비례대표 의석이 똑같이 299석입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처럼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가 있어요. 게다가 독일은 다당제가 이미 좀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또 이중 등록제라고 해서, 지역구에 후보로 나간 사람이 지역구 선거에서 져도 비례대표 후보로 부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 이걸 감안하면 굳이 위성정당이라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없는 거죠.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전제인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개념이 독일 사람들한테는 기본적으로 장착이 돼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병립형 제도를 해왔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됐다고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걸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 있는 거죠.
◇ 채선아> 익숙해지는데 시간도 필요할 거 같은데, 우리가 선거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김민하> 좋은 선거제도를 계속해서 도입을 해 나가야, 즉 우리가 던진 표가 그래도 최대한 국회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런 걸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무슨 꼼수를 써서 그러한 시도를 무력화시킬 때 우리가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걸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을 알아야 되는 거고, 사실 지금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고 해서 거대 양당이 선거에서 그 이유로 심판 받지는 않는 상황이잖아요.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다른 데 있는 거죠. 그런데 나중에라도 혹시 이런 문제로 정치인들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가 논의된 맥락들을 미리 알고는 있어야 하는 거죠.
◇ 채선아> 네.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선거제를 우리가 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김민하 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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