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은 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지켜주지 않을까
‘축하축하. 근데 그래 봐야 5인 미만 쪼개기...’
의문의 시작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마침내 온전히 시행된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겨레 기사에 달린 어느 독자의 댓글이다. 열일곱 글자와 말 줄임표 안에 환호와 체념이 뒤섞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2년간 시행을 유예해 지난달 27일부터 적용됐다. 단 5명 미만 사업장은 또다시 예외다. 엄밀히 말하면 5∼49명 사업장으로의 확대 적용이다. 댓글에 담긴 모순된 감정은 적절하다. 가능성 있는 앞날을 점치고 있다.
①왜 중대재해처벌법은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될까?
법이 그렇다. 중대재해처벌법 제3조(적용범위)는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외된다’고 규정한다. 2021년 법 제정 때도 논란이었다. 산재 희생자 가족과 정의당, 노동계는 모든 사업장에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대재해를 줄여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인 탓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발생현황’(2022년 12월)을 보면 산재 사망자의 39.1%가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다.
결국 ‘5명 미만 영세 사업장은 안전 보건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거대 양당의 논리에 막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5명 미만 사업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정의당은 기권했다.
②애초 영세 사업장을 나누는 5명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온 걸까?
국내 노동법의 기초를 이루는 ‘근로기준법’에서 비롯했다. 근로기준법 11조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적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은 극히 일부만 적용받는다.
1953년 최초 법 제정 당시엔 사업장 규모 제한이 없었다. 이듬해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법 적용 범위를 15명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했다. 1987년 시행령 개정 때 10명 이상 사업장 전면 적용으로 그 범위가 다소 넓어졌다.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이르러 5명 이상 사업장 전면 적용, 5명 미만(4인 이하) 부분 적용이라는 현재 꼴이 갖춰져 35년째 이어졌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법 적용을 달리하는 구조가 왜 만들어진 건지, 하필 5명이 기준인지, 별다른 설명을 찾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노동청 행정 감독상의 어려움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 △법의 실효성 미흡 등을 적용 배제 사유로 본다. 영세사업자는 법을 세세히 준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다, 정부가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가 더해진 셈이다.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근기법 개정의 역사를 봐도 15인, 10인 등 특별한 기준 없이 변화해왔다”며 “5인 이하여도 사업장에 따라 영세하지 않을 수 있고 근로자 수만으로 따지기도 어렵다. 해외와 비교해봐도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근로기준법 같은 법을 달리 적용하는 곳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모호해 따져보기도 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지를 다투는 헌법소원 심판이 있었다. 헌재는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국가의 근로 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며 5명 미만 적용을 일부 배제한 근로기준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③ 5명 미만의 ‘5명’은 어떻게 계산할까?
중대재해처벌법과 근로기준법 등에 적힌 5명은 ‘상시’ 근로자 5명을 의미한다. 상시라는 것, 판단 기준이 꽤 복잡하다.
상시 근로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한 연인원을 가동 일수(사업장을 운영한 날)로 나누어 계산한다. 연인원에 포함되는 이는 정규직, 일용직, 단시간 근로자 등 고용 형태는 무관하다. 다만, 고용주와 그 가족,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은 제외된다. 파견·용역 노동자 등 회사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도 상시 근로자 계산 때는 빠진다.
예를 들어 정직원 4명이 일하는 ㄱ사업장에서 한 달 근로일수가 20일이라고 할 때, 근로 인원 4와 근로일수 20을 곱하면 연인원 80명이 된다. 이를 해당 월 영업일 수인 20으로 나눈다. 그러면 상시근로자 수 4명이 나온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이런 계산을 할 때 고용한 직원이 모두 몇 명인가가 아니라 ‘실제 일한 근로자’를 기준으로 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 예컨대 주 중(5일)에는 4명(5×4=20), 주말(2일)에는 3명(2×3=6)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면, 일주일 연인원은 20명과 6명을 더해 26명이 된다. 이 경우 상시 근로자 수는 연인원(26명)을 가동 일수(7일)로 나눠 약 3.71명이다. 전체 직원 수 7명이 아니다.
④ 왜 이런 복잡한 계산까지 예민하게 해야 할까?
5명 미만이냐 아니냐는 법 적용 여부를 매개로 일터의 조건을 완전히 가른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예민한 이유다. 이를테면 5명 미만 사업장은 다음과 같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53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23조) ‘부당 해고를 당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28조) ‘1년간 80% 이상 출근하면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60조) ‘연장·야간·휴일근로에는 임금의 50%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56조)
5명 미만 사업장에는 공휴일 법의 대체공휴일도 적용되지 않고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댓글에 적힌 ‘5명 미만 쪼개기’는 노동자 일부를 사업 소득세를 내는 개인 사업자로 둔갑시키거나 사업장을 둘로 나눠 한 사업장의 직원 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가는 일터의 현실을 말한다. 이런 곳을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이라고 부른다. 5명 이상 사업장 사장님이 5명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해야 할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더해진 셈이다. 환영과 체념은 적절하다. 2020년 기준, 전체 사업장 수의 61.5%를 차지하는 5명 미만 사업장에 노동자의 16.5%가 일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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