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과 함께' K-라면 먹기 위해 러시아 감옥에서 소송까지? 전세계에 부는 ‘K-푸드 열풍’ 비밀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이 11일 오후 7시 10분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와 함께 K푸드의 인기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세계로, K푸드
전 세계로 빠르게 뻗어나가는 K푸드. 예부터 한식의 대표주자라 손꼽히는 김치와 비빔밥을 넘어서 냉동 김밥과 만두 등 수많은 종류의 K식품이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음식 문화도 점차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K푸드 확산의 원인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는 이를 넘어서 K푸드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때다.
-한국인도 몰랐던 한국 음식의 역사
오늘날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1위는 바로 한국식 치킨. 이어서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등이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치킨을 K푸드라고 볼 수 있을까? 주 교수는 한국인이 즐겨 먹으면서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음식과 식품을 모두 포괄해 K푸드로 보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K푸드의 맛’은 세계화 과정을 거치며 한국 사회가 수용한 ‘혼종성(hybridity)’의 결과라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잡채로, 잔칫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채는 사실 당면이 들어있지 않은 고기와 야채 무침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한 뒤, 서울에 있던 중국집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되면서 중국식 잡채가 당면이 들어간 한국식 잡채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잡채는 이후 또 한 번의 변형을 겪게 되는데, 겨자소스 대신 일본식 양조간장이 사용되게 된 것. 오늘날의 잡채는 그야말로 3국 음식의 혼종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냉동김밥이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김밥은 일본의 노리마키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김과 재료가 변형되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혼종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주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출연자들이 서로 어떤 김밥을 좋아하냐며 이야기하던 중 가수 유빈 씨가 다소 생소한 크림치즈 김밥을 가장 좋아한다고 얘기해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K푸드 열풍의 세 가지 힘. 품질, 소비자, 맛!
최초로 해외에 수출된 K푸드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하는 대표적인 두 음식인 라면과 김치다. 과거 베트남 전쟁 때 파월 장병들을 위해 김치 통조림과 라면이 처음으로 수출되었고, 이후 라면 수출은 계속 늘어나 2023년 한국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겼을 정도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한국 ‘도시락’ 라면을 먹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해, 러시아에서의 한국 라면 인기가 증명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라면은 다양한 수프, 즉 국물의 맛이 중요해 식품회사에서 수프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K푸드의 첫 번째 힘으로 주 교수는 ‘품질’을 꼽았다.
두 번째 힘은 ‘소비자’로, 과거 한국인에게 식사란 단순히 끼니 해결의 수단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음식에 진심인 소비자’들이 늘어나 K푸드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맛’으로, 양념치킨, 비빔라면, 닭갈비 등 한국의 독특한 매운맛이 인기를 끌고 있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늘날 K푸드의 열풍은 ‘세계인이 K푸드의 맛을 수용한 결과’라고 주 교수는 강조했다.
-K푸드가 글로벌 음식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듯 K푸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선호도에서 한식은 오랜 세월 동안 동안 세계 시장에 정착한 중식이나 일식에 비해 위상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주 교수는 K푸드 열풍이라는 말에 너무 자만하지 말자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음식과 민족주의를 연결하는 것은 곤란할 수 있다고 했다. ‘음식 민족주의’는 음식을 통해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찾는 것으로, 자칫 지나치게 한식의 고유성과 우수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K푸드의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일이라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과연 K푸드는 잠깐의 유행을 넘어서 오랜 생명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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