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마저 이기는 에르메스, “작년 20% 성장, 올해 가격 8~9% 올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명품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르메스가 2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AFP,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9일(현지시각) 작년 매출 134억 유로(약19조2000억원), 순이익 43억 유로(약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에도 매출 33억6000만 유로(약4조8000억원)를 기록했는데,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당초 증권가에선 에르메스의 성장세가 올해 4분기 주춤하면서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이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에르메스 매출은 세계 전 지역에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가장 큰 시장인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작년 매출은 75억 유로(10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일본은 전년 대비 15%, 나머지 아·태 지역은 13%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유럽과 미주의 매출 성장률은 각각 19%, 17%였다. 에르메스는 이런 성과를 반영해 전 세계 2만여 직원에게 연초4000유로(574만원)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주주에겐 주당 10유로 특별 배당한다.
올해 에르메스 제품 가격도 더 오른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은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세계적으로 가격을 8∼9% 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에르메스는 작년에도 물가인상과 생산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약 7% 인상했다. 당시 국가별 인상률은 미국은 3%, 일본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두 자릿수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킨백 등 에르메스 대표 제품 수요와 브랜드 마니아층이 탄탄한 에르메스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타격을 거의 입지 않았다”며 “그 자신감이 반영된 가격 인상”이라고 말했다. 고가 브랜드 중에서 루이뷔통, 크리스챤 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카르티에의 리치몬트는 실적이 소폭 개선되는 차원에 그쳤고, 버버리나 구찌의 모회사 케링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과 달리 에르메스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에르메스가 클래식 디자인과 함께 세심한 생산·재고 관리에 힘입어 고가 브랜드 중에서 가장 꾸준한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투자은행 JP모건은 “에르메스는 사실상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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