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바이든 ‘고령 리스크’ 악화일로…“나이, 재선 최대 걸림돌”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81)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특검보고서로 인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검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표현했습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정치적 동기’를 품은 보고서였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임기 중 최악의 날”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현지시간 9일 미국 NBC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늙고 장애가 있다는 인상을 남긴 특검 보고서가 민주당을 ‘패닉’에 빠뜨렸다고 진단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방송에 “악몽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암울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 재임 중 최악의 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당내 한 전략가는 “이것은 파괴적인 것 이상으로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의심과 우려를 확인시켜 준다”며 “특검이 기소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라면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공화당 당적을 가진 로버트 허 특검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때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검은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를 결정했으나,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재직 시기와 장남의 사망 시기도 떠올리지 못했다면서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 기억력은 괜찮다(fine)”,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며 반박했으나, 정계의 시선은 온통 ‘고령 리스크’로 쏠린 상태입니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와 이번 특검 보고서 등으로 표면화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문제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5개월 연속 대선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뒤진 이유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직접적인 것은 나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 호황으로 재선에 아주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이 수많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오는 5∼6월까지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한다면 결국은 나이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경제가 더 강해지면 바이든의 나이는 공화당이 공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로 남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어떻게든 그 의문에 직면해야 하는데 특검 보고서로 그 대결이 일찌감치 다가왔다”고 분석했습니다.

백악관과 선거캠프는 고령 리스크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보고서가 대통령의 행동을 규정한 방식은 사실 측면에서 크게 잘못됐다”면서 “분명히 정치적 동기가 있으며, (그런 결론의) 근거는 없다”면서 특검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제이미 래스킨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은 CNN 방송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고, 성추행 피해자 진 캐럴을 자신의 두번째 부인으로 착각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쪽 실언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이가 바이든 대통령 재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났습니다. NBC 방송의 지난 1월 조사에서 유권자의 76%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대해 심각 또는 중간 정도의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11월 NYT-시에나칼리지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조지아 등 6개 주의 유권자 71%는 그가 유능한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인지능력 우려로 정가가 떠들썩하더라도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NBC 방송은 예상했습니다. 이 매체는 “민주당이 바이든을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대통령은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고 누구도 그에게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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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