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보답? 박민영의 이유있는 정면돌파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배우 박민영이 해냈다. 굳이 '해냈다'라는 표현을 쓰는 건, 숱한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개인사에 휘말려 휘청이며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박민영의 경우, 억울함을 토로하기는 했으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과 과거 연인 관계였으며 그의 계좌가 차명으로 부적절하게 쓰인 정황 등으로 인해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박민영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는 받았다. 하지만 그는 '피의자'가 아니다.
이미지 실추와 별개로 사법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다면, 박민영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실추된 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는 무엇을 통해 가능할까? 결국 연기다. 배우의 본업은 연기, 가수의 본업은 노래다. 이러한 본질에 충실한 배우와 가수는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도 이를 극복해내곤 한다. 박민영이 이에 해당된다.
박민영은 현재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 중이다. 7일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조사업체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2월1주차 조사 결과, 박민영이 5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 중인 이이경과 송하윤은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드라마가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박민영이 연기를 잘 하니까.
새해 첫 날 방송을 시작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출발부터 준수했다. 1회 시청률이 5.2%였다. 월화 드라마 시장이 주춤하고 주요 드라마들이 주말로 몰리는 것을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이는 동명 웹콘텐츠의 인기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다음이 더 중요했다. 드라마의 만듦새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2회부터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2회 5.9%로 소폭 상승한 후 11회까지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매회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10회가 10.7%를 기록하며 두자릿수 시청률을 거뒀고, 11회는 11.8%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 비결은 뭘까? 단연 극 중 "내 남편과 결혼해줘"라고 수차례 외치는 강지원 역을 맡은 박민영의 열연이다.
강지원은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착한 심성을 바탕으로 못된 기질을 가진 남자친구인 민환(이이경 분)와 오래 교제 후 결혼한 후에도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왔다. 그의 곁을 지키는 친구 수민(송하윤 분)도 끔찍하게 아낀다. 하지만 열심히 산 인생에 대한 대가는 위암이었다. 투병 중 그는 민환과 수민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이후 다시 눈을 떴을 때는 10년 전이었다. 잠시 당황하던 지원은 곧 현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로. 이 때부터 박민영이 상반된 연기가 펼쳐진다.
2회차 인생을 살게 되며 강지원은 달라진다. 일단 외모에 변화를 준다. 안경을 벗고 의상부터 바꿨다. "이렇게 꾸미니 절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 그런 사람들한테는 이런 식으로 상대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미련하게 정공법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실제로 강지원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를 둘러싼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더 극적인 변화는 삶의 태도다. 수동적이고 당하기만 하던 과거는 없다. "나를 막 대하는 사람한테 잘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배웠다"면서 정확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런 당당함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동시에 '사이다' 한 잔을 마신 것 같은 통쾌함을 안긴다.
박민영은 이런 강지원의 상반된 면모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아버지를 여읜 후, 매일 배를 타는 기분으로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자신감 없는 강지원은 "발을 디디고 서 있는데 배가 계속 흔들려 불안해. 나는 땅을 밟고 싶은데…"라고 토로한다. 이 모습을 기억하는 지혁(나인우)은 "나는 땅이 되고 싶었어요"라고 고백하며 "도와 달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어려운 길을 가냐"고 묻는다. 이 때 강지원은 "행복해지고 싶어요. 내 손으로, 내 힘으로. 그게 나니까"라고 답한다. 2회차 인생을 살더라도, 남에 의지해 삶을 바꾼다면 의미가 없다. 이걸 깨달은 강지원의 모습은 박민영의 안정된 연기를 통해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인기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의 필모를 훑어보면, 박민영은 '흥행보증수표'라 불릴 만하다. 2007년 데뷔작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부터 주목받았고, 이듬해에는 눈에 띄는 여배우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고향'의 구미호 역을 맡았다. 2010년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주연 배우로 만개했고,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힐러', '김비서가 왜 그럴까', '기상청 사람들' 등 다양한 히트작을 냈다. 그 오랜 기간 연기하며 박민영에게는 연기력 논란 한 번 없었다. 배우로서 본질에 충실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의미다.
박민영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마친 후 취재진과 직접 만나는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개인사 때문에 취재진을 피하고 싶을 법한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그가 스스로 일군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성과로 인해, 여론과 언론 모두 조금 더 그의 이야기가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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