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비행기 탔더니 탄소가 이만큼…다음엔 기차표 예매 다짐
교통수단별·식단별 온실가스 배출량 얼마나 차이 나나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한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설입니다. 1년 중 어느 때보다 장거리 이동이 많아지고 평소보다 풍성하게 상을 차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 때이기도 하고요.
국토교통부는 이번 설 연휴 고속도로 통행량이 평소(지난해 기준 498만대)보다 4.4%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랜만의 연휴에 하루 평균 520만대의 차량이 움직인다는 얘기입니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명절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평상시 대비 20% 늘어난다고 합니다.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이번 설 연휴에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는 얼마나 될까요. 가상의 가족 ‘하니네’를 통해, 명절 연휴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보았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디서 얼마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것을 제안합니다.
서울에 사는 하니네 가족은 이번 명절 부산 외가로 총출동합니다. 하니네와 하니 이모 가족이 각각 셋씩, 아직 미혼인 삼촌 홀로, 저마다 일정에 맞춰 다른 교통수단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부산까지 이동할 계획입니다. 하니네와 이모 가족은 ‘자동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하니네는 차는 하이브리드차이고 이모네 차는 휘발유차입니다. 삼촌은 설 기차표 예매에 실패해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하니네 가족처럼 이번 설 연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해 귀경길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실시한 ‘설 연휴 통행실태 설문조사’를 보면, 10명 중 9명(92%)이 승용차로 이동할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버스와 철도를 이용하겠다는 답변은 각각 2.9%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 그럼, 하니네 가족들이 하이브리드차와 휘발유차, 비행기로 부산 외가까지 이동할 경우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될지 계산해보겠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부탁해 서울~부산을 이동 거리 395㎞(환경성적표지 작성지침 부속서 권역별 수송 거리 기준)로 잡고, 비행기, 휘발유차, 하이브리드차, 고속버스, 기차(KTX)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습니다.
먼저, 하이브리드차(현대차 코나 SX2 1.6GDI 하이브리드 기준)를 타고 가는 하니네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32.8㎏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왕복 65.8㎏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휘발유차(코나 SX2 2.0 가솔린 2WD 기준)를 타는 하니 이모네는 이보다 더 많은 47.8㎏Co2e(왕복 95.6㎏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요. 하니네와 하니 이모네는 각각 세 식구입니다. 하니네가 1인당 약 11㎏Co2e, 이모네는 1인당 약 16㎏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는 셈이죠.
아, 이 결과는 차량 1대에 운전자 1명이 탑승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여럿이 한 차로 이동할 경우 차량 연비가 낮아져 수치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1인당 탄소 배출량은 더 줄어든다”고 합니다. 또 이번 계산은 중소형 스포츠실용차량(SUV)인 코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 , 중대형 차량을 이용할 경우 배출량은 훨씬 늘어날 수도 있고요.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삼촌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 얼마나 될까요. 비행기를 타고 서울~부산을 이동할 경우, 50.7㎏Co2e(왕복 101.4㎏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하니네보다 무려 5배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내뿜게 되는 셈이죠. 삼촌이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고속버스는 13.6㎏Co2e(우등버스 기준, 왕복 27.2Co2e), 철도의 경우 9.1㎏Co2e(왕복 18.2Co2e) 를 배출합니다. 삼촌은 다음 명절엔 좀 더 서둘러 기차표 예매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 드디어 막히는 도로와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드디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모처럼 모인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잔뜩 준비하셨습니다. 잡곡밥 10사발, 갈비탕 10대접, 배추김치, 깍두기, 콩나물, 시금치나물, 소고기 장조림, 생선구이, 멸치조림, 불고기, 전 두 종류, 잡채가 두 접시씩 놓였습니다. 후식으론 딸기와 사과, 배를 먹었고 식혜도 한 그릇씩 마셨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제공하는 ‘밥상의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통해 10명 가족이 이 한 끼 식사를 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양을 확인하니, 0.67tCo2e(이산화탄소환산량)입니다. 농산물 생산 단계에서 0.59tCo2e이 발생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계산기는 이 식사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승용차 1대가 339㎞를 주행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명절 상차림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먹을 만큼만 차리고, 불필요한 메뉴를 줄이는 것’입니다. 어른과 같은 양의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기 벅찬 아이들을 고려해 잡곡밥은 8그릇으로 줄이고, 갈비탕 대신 소고기뭇국으로, 국과 겹치는 불고기 반찬은 빼고, 전도 한 가지로 줄입니다. 후식으론 딸기 한 종류만, 식혜는 먹겠다고 한 5명분만 준비합니다. 이렇게 하면, 한 끼 식사를 통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0.2tCo2e)이 3분의 1 이상 줄어듭니다.
가장 큰 차이는 갈비탕을 소고기뭇국으로 바꾼 데서 왔습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갈비탕 한 대접을 만드는 데 5052gco2e의 온실가스가, 소고기뭇국 한 그릇을 만드는 데는 1841gco2e의 온실가스 배출됩니다.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콩나물국의 경우, 고작 182gco2e를 배출하는 데 불과합니다. 기후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대부분 공장식 축산으로 이뤄진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자동차, 트럭, 비행기 등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지적합니다.
음식을 많이 만들다 보면 버려지는 것도 많습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알에프아이디(RFID) 음식물쓰레기 관리 시스템 통계를 살펴봤을 때, 명절 연휴 기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평상시보다 20%가량 늘어난다고 밝혔습니다. 명절 전후 이틀 정도를 포함해 1주일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과 명절 3주 전 기간을 비교했을 때의 수치입니다. 적지 않은 양이지요. 한국환경공단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번 설 연휴부터 명절마다 ‘음식물 쓱싹 줄이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감량 성과가 높은 가정에 경품을 제공한다고 하니 다음 추석엔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기후환경네트워크가 제안하는 ‘생활 속 실천 방안’을 통해 이번 명절 조금이나마 ‘명절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거리 여행 전 타이어 공기압 확인해 연료비 낭비 줄이기 △불필요한 짐은 트렁크에서 빼기 △음식은 먹을 만큼 △냉장고는 60%만 채우기 △적정 난방 온도는 20도. 이것만 명심하면 됩니다. 어렵진 않죠?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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