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내 마음 같아"…'마음의 병' 드라마 주인공에 쏟아지는 공감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부산바다어묵 공장네 집안 장녀로 태어난 남하늘(박신혜 분)은 이 악물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학창 시절에는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려고 등하굣길을 뛰어다녔고, 화장실 갈 시간도 아끼려고 커피를 알갱이 채 입에 털어먹으며 독하게 버텼다.
치열하게 공부한 끝에 결국 의사가 됐는데, 어쩐지 삶은 점점 더 고달파지기만 한다. 지도 교수의 지속적인 폭언은 매번 그를 비참하게 만들고, 혹사한 몸은 결국 마음의 병으로 이어진다.
10일 방송가에 따르면 마음의 병을 앓는 다양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닥터슬럼프'의 남하늘은 우울증 환자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복통이 점점 심해져 결국 담낭 제거 수술까지 받게 되는데, 그 지경이 돼서야 몸과 마음이 망가져 버린 스스로를 돌아본다.
몇 번을 망설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남하늘은 우울증 판정을 받는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의대 교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찾아온 우울증은 남하늘에게 마치 나약함의 징표, 실패라는 낙인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는 하늘이 우울증을 마주하는 과정을 꽤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시놉시스 작품 소개에 적은 그대로 "(마음의 병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닌, 적당한 행복을 찾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시청자들은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가 본인의 행복을 잃어버린 남하늘에게 뜨겁게 공감하고 있다. "딱 내 마음 같아서 눈물 난다", "(남하늘이) 마음껏 아프고 꼭 나았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인생이 다 그렇다. 인생을 담아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이 보인다.
첫 회 시청률 4.1%로 출발한 '닥터슬럼프'는 매주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며 4회 시청률 6.7%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의 주인공 서재원(장나라)도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캐릭터다.
모두가 인정하는 자수성가 최고경영자(CEO) 서재원은 사실 어릴 적부터 양극성 장애가 있었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더불어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는 기분 장애다.
가까운 지인들에게조차 병을 숨기고 몰래 약을 먹어가며 홀로 버티던 재원은 병세가 점점 심각해진다. 결국 조증 에피소드 증상으로 과대망상까지 생긴 서재원은 병을 극복하기 위해 자진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장나라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병을 키운 서재원의 위태로운 정서, 그리고 병식이 생긴 후 병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는 평을 받는다.
케이블 TV 특성상 시청률 자체는 높지 않지만, 첫 방송부터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부문 3위에 올랐고, 지난 7일 기준 4위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신 질환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악인으로 내세우거나, 해리성 기억상실증, 해리성 정체감 장애 등을 극적 재미를 위해 소재로 활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흔하고 일상적인 정신 질환인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속속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 병동을 배경으로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게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고, 올해 중 방송되는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도 우울증에 걸린 초능력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의 임박사무엘(안재홍)도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시달렸다고 소개되는 인물이다.
임박사무엘은 누나만 셋인 기독교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고향 친구의 적극적인 제의에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가 회사가 망해 실직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배우 안재홍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우울증이 직접적으로 극 중에서 다뤄지지는 않지만, 이런 세밀한 설정들이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고, 표현의 폭을 넓혀준다고 생각했다"며 "임박사무엘의 여러 면면을 최대한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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