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먼지 쌓인 ‘청남대·도청 지하 벙커’가 문화공간으로…충북도, 새 단장
군사·보안 시설로 사용되다 제 기능을 다 하고 방치됐던 ‘옛 대통령 별장’인 충북 청주 청남대의 경비초소가 이색적인 갤러리로 변신했다.
또 충북도의 지하 벙커도 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청남대서 대통령 경호에 쓰이던 경호·경비 초소 벙커 갤러리로 변신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남대에 방치된 경호·경비 초소를 ‘벙커 갤러리’로 새 단장 했다고 10일 밝혔다.
1983년 건립된 청남대에는 90여 개의 경호·경비 초소가 있다. 이들 초소는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쓰이다 2003년 청남대가 민간에 개방되면서 방치됐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지난해 청남대 헬기장 비탈과 양어장 앞에 있는 초소 2곳을 갤러리로 만드는 새 활용(upcycling·업사이클링)사업을 했다. 올해도 수영장과 오각정길, 솔바람길 등 3곳의 초소를 갤러리로 새롭게 꾸몄다.
헬기장 비탈·양어장·수영장 초소는 4.6㎡, 오각정길·솔바람길 초소는 17㎡다. 헬기장 비탈·양어장·수영장 초소는 청와대 경비단·경찰 등이 한 명씩 돌아가며 경비 근무를 서던 곳이다. 오각정길·솔바람길 초소는 배를 이용한 침투 등을 탐조등으로 살피던 탐조 초소로 사용됐다.
하지만 청남대 민간 개방 이후 이 시설물들은 수십 년간 버려졌다. 잡초가 무성했고, 장마철에는 비가 샜다. 뱀이 나오기도 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초소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초소 주변을 정리하고 내부 회색빛 시멘트 담장에 흰색과 초록색 페인트를 칠해 단장했다. ‘벙커 갤러리’라는 새 이름도 붙였다.
새 생명을 얻은 경호·경비초소는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공간이 돼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헬기장 비탈 갤러리는 이홍원 작가의 한국화 ‘숲속의 노래’, 박현순 작가의 서양화 ‘사랑 깃들다’, 임헌영 작가의 공예작품 ‘생명 나무’, 정민용 작가 조각작품 ‘다이어트 맨 2’가 전시됐다.
양어장 초소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은 고정원 작가의 ‘bags of time’이다. 과거 대통령과 청남대를 지키던 병사들이 사용하던 물품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했다.
수영장 초소 갤러리에는 윤덕수 작가의 ‘토마토’가 설치됐다. 잡초가 무성했던 초소 지붕을 깔끔하게 단장하고 빨간색 토마토를 위에 올려놓았다. 오각정길 초소 갤러리엔 임성수 작가의 ‘Manual for bunker’, 솔바람길 초소에는 김동진 작가의 ‘공생’이 각각 전시돼 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올해 상반기 초소 2곳을 벙커 갤러리로 새롭게 꾸민다. 충북도 수장고에 있는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또 나머지 초소들도 차례로 벙커 갤러리로 만들어 청남대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50년간 닫혀있던 충북도 지하 벙커…충북도, 문화공간으로 새 활용
충북도는 오는 13일부터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 당산공원에 자리 잡은 ‘당산 터널’ 보수공사에 나선다. ‘지하 벙커’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1973년 12월 만들어졌다. 암반을 뚫어 터널 형태로 만든 지하 벙커다.
충북도는 50년 동안 이곳에서 을지·화랑훈련 등 비상 훈련을 해왔다.
지하 벙커 내부는 높이 2.6m, 너비 4m에 두께 20㎝가 넘는 철문 세 개를 지나야 진입할 수 있다. 내부 터널 높이는 5.2m, 폭은 4m나 된다. 1t 트럭도 출입할 수 있다.
터널 길이는 200m 정도로, 터널 양쪽에는 크고 작은 공간 14곳이 있다. 비밀통로 또는 유사시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작은 통로 등도 갖췄다. 6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말 이곳을 보안 구역에서 해제했다. 수십 년 된 지하 벙커가 노후화되면서 습도조절 장애 등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오는 13일부터 1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보수공사를 진행한 뒤 4월쯤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김은관 충북도 민방위팀장은 “오는 4월 벙커 보수공사가 완료되면 미술관, 어린이 체험공간, 음악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후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전 국민 공모를 통해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정해 내년 말 정식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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