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전에 그가 있었다...핸디캡 딛고 '불멸의 캐릭터' 까치 창조
[편집자주]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K-웹툰이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났다. 일부 반복작업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작가의 화풍을 AI에 학습시키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AI는 보조수단을 넘어 K-웹툰의 미래를 새로 그리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가는 자타공인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 1970년대까지 어린이·청소년 대상 명랑만화 위주이던 국내 만화계는 1980년대 들어 만화방(대본소)이 퍼지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성인들도 볼 수 있는, 극적인 전개를 갖춘 만화가 등장한 게 결정적 요인이다.
어른들은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며 어린 현세를 큰어머니의 양자로 입적시켰다. 늘 자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던 작은아버지와 작은 숙모가 자신의 친부모란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1970년대만 해도 연좌제로 인해 이현세는 공무원이나 군인 등 사회진출이 어려웠다. 그림을 좋아한 그는 경주고에 다니며 미대 진학을 준비했다.
이번엔 '색약'이 발목을 잡는다. 자신이 색약이란 사실을 고3때 비로소 알게됐다. 색약은 완전한 색맹과 달라 그때까지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낙담하고 좌절한 그는 매일 술에 취하는 등 방황했지만 "흑백으로 그리는 만화는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이현세 인생의 대전환, 경제용어로 '피봇'(사업전환)을 한 것이다.
고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로 상경, 만화가들의 작업실을 찾아다니며 문하생 생활을 시작한다. 1978년 데뷔한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1982) '떠돌이 까치'(1987) 등 큰 성공을 거둔다. "1980년대 만화 르네상스의 주역"(박인하)이라는 평가다.
1990년대는 성공과 좌절이 교차했다. '블루엔젤', '남벌' 등 화제작을 냈지만 '천국의 신화' 논란과 법적분쟁으로 수년간 작품활동을 못했다. 그는 1998년 성인 독자를 타깃으로 '천국의 신화'를 내놓았지만 성적 묘사, 표현 수위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 작가는 벌금형을 받고 항소했다.
2003년 대법원에 가서야 해당 법 조항의 위헌판결에 따라 승소한다. 하지만 이 작가 스스로 "한창 일할 40대를 소송으로 보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SF만화 '아마게돈'은 성공했지만 애니메니션화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는 큰 돈을 날렸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 다르단 점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 펜을 놓은 사이 시대는 이미 디지털만화, 웹툰으로 넘어왔다. 연재를 중단했던 '천국의 신화' 다음 부분을 웹툰으로 만들었는데 평가는 엇갈렸다. 무엇보다 스크롤해서 내려보는 웹툰의 연출 문법은 책을 펼쳐보는 출판 방식과 너무 달랐다. 이 작가는 "천국의 신화를 (웹툰으로) 연재할 때 출판 만화의 연출 방법을 그대로 썼다"고 털어놨다.
이 작가는 "요즘 최고 관심은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라며 "어딘가 어둡고, 찝찝한 디스토피아라고 할까. 그런데 그게 내가 보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현세 만화는 영화, 드라마로 변신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IP(지식재산) 산업을 개척한 셈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1986)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22세이던 배우 최재성이 오혜성을 연기했다. AI로 리부트 작업중인 '카론의 새벽'은 영화 '테러리스트'(1995)의 원작이다.
이 작가는 만화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맥주 광고모델 등 대중문화 스타로 활동했다. 제품 디자인 등 산업계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했다. 작품의 인기는 물론이고 만화가 자신이 스타가 된 첫 사례였던 셈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박지윤 "다 그만두고 싶었다…폭풍우 뒤 첫 회 믿기지 않아" 심경고백 - 머니투데이
- "믿어지지 않아" 태진아, ♥옥경이 치매 충격…4년 지난 현재 상태는 - 머니투데이
- "관리비가 얼마인데" 박현빈 엄마, 며느리 뜨거운물 설거지 훈수 - 머니투데이
- 독기 오른 박수홍, 친형 부부 '엄벌탄원서' - 머니투데이
- 장동민, '개콘' 방송 중 '펑'…"머리 녹아 없어져, 119 후송됐다" - 머니투데이
- 김병만도 몰랐던 사망보험 20여개…'수익자'는 전처와 입양 딸 - 머니투데이
- 웃으며 들어간 이재명, 중형에 '멍'…'입 꾹 다문 채' 법원 떠났다 - 머니투데이
- "여 BJ 녹음은 사적대화, 난 당당"…8억 뜯긴 김준수, 마약에 선긋기 - 머니투데이
- 전성기 때 사라진 여가수…"강남 업소 사장과 결혼, 도박으로 재산 날려" - 머니투데이
- "돈으로 학생 겁박"…난장판 된 동덕여대, '54억' 피해금은 누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