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허리야" 부모님 통증 호소…'나이 탓'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135) 척추관협착증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고령화 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를 연재합니다. 100세 고령화 시대 건강관리 팁을 전달하겠습니다.

민성훈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

외부 기고자 - 민성훈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노년기 허리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척추질환으로 척추관협착증을 꼽는다. 길을 걷다 보면 허리를 굽힌 채 걷거나 보행기구 등을 밀고 다니는 어르신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부분 노화로 인한 퇴행으로 나타나지만,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허벅지·종아리로 이어지고 저릿저릿한 느낌이 든다. 걸을 때 유독 증상이 심한데 협착증이 있는 어르신들이 길을 가다 주저앉아 쉬거나, 유모차나 보행기구 등을 밀고 다니는 것은 앉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77만 7263명으로 50대 이후 환자가 전체 환자의 96.2%, 60대 이후 환자가 84.7%를 차지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노년기 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년기 건강은 허리에서 시작된다.

허리가 건강하지 않으면 세수하거나 양말을 신는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방해받고 걷기도 힘들어 활동량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관리에 '비상'이 걸리는가 하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줄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거나 삶의 질이 떨어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르신들은 허리 통증이 있어도 이를 나이 탓으로 여겨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증상이 오래됐거나 심한 경우 보행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감각 이상이나 배뇨 장애가 동반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보니 수술적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허리질환은 실제 수술이 필요한 비율이 5% 정도로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비수술 치료 후에도 통증과 다리 저림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나 하지 마비, 대소변 장애처럼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마취와 수술 기술의 발달로 자기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이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허리 건강 상태를 살펴보자. 우선 평소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지 여쭤본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허리 질환이 있으면 허벅지와 종아리 등 한쪽 다리에 저림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걷는 모습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몇 걸음 걷지 못하고 힘들어서 쉬려고 하신다면 허리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허리를 펴고 서 있는 것보다 숙이거나 쪼그려 앉아 있는 게 더 편하다면 특히 척추관협착증일 수 있다. 갑자기 체중이 너무 많이 증가했다면 척추·관절 모두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커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