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소풍’에서 찐한 인생을 드러냈다. 그걸 카메라에 담았을 뿐”

이정우 기자 2024. 2. 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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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아침마당', '인간극장' 보고, 저녁에 '6시 내고향' 열심히 봐요. 다른 할머니들이 사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요."

이처럼 현실적인 노년의 모습에 숭고한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데엔 영화의 주역인 80대 배우 나문희(82), 김영옥(86), 박근형(83)의 힘이 크다.

특히 나문희는 이번 영화에서 늘 그랬듯 진짜 엄마·할머니보다 더 엄마·할머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나문희는 16살 소녀다움을 간직한 현실적 할머니 은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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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영화 ‘소풍’ 주연 은심 역
“보통 할머니처럼 살고, 그걸 표현하려고 한다”
“철들지 않은 자식이라면 꼭 보길”
영화 ‘소풍’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침마다 ‘아침마당’, ‘인간극장’ 보고, 저녁에 ‘6시 내고향’ 열심히 봐요. 다른 할머니들이 사는 것처럼 그렇게 살아요."

설 연휴에 기해 개봉한 영화 ‘소풍’(연출 김용균)은 현실적인 노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식은 마음 같지 않고, 몸은 점점 아프다. 고단한 인생이 마무리될 순간이 점점 다가오지만, 친구와 먹는 막걸리는 여전히 달고, 소풍엔 마음이 설렌다. 이처럼 현실적인 노년의 모습에 숭고한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데엔 영화의 주역인 80대 배우 나문희(82), 김영옥(86), 박근형(83)의 힘이 크다.

특히 나문희는 이번 영화에서 늘 그랬듯 진짜 엄마·할머니보다 더 엄마·할머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나문희는 7일 서울 종로구 한 까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할 때 아주 보편적인 사람을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통 할머니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살고 있나 늘 고민해요. 물론 저도 그냥 보통 할머니처럼 살고, 연기할 때 그걸 표현하는 거죠."

영화에서 나문희는 16살 소녀다움을 간직한 현실적 할머니 은심 역을 맡았다. 은심은 자신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온 고향 친구이자 사돈지간 금순(김영옥)과 돌연 고향 남해로 내려간다. 나문희는 "이번 영화 역할은 우리 나이가 돼야지만 할 수 있는 연기"라며 "이번엔 특히 연기를 했다기보단 카메라에다 대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이 다른 데에선 볼 수 없었던 ‘찐’한 인생을 드러내요. 다만 그걸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에요."

배우 나문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년 세대가 주역인 ‘소풍’은 요양병원과 연명치료, 존엄사 등 죽음에 대한 고민을 안긴다. 나문희 역시 지난해 12월 남편과 사별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는 "아픈 몸으로 한없이 누워있을 때가 정말 지옥인 것 같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회복이 안 될 때는 과감하게 (병원에서 연명 치료 하지 않고) 지옥에서 해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동안에 미끄러지고 다쳐서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야지. 가늘게 연장하려고 하는 그 마음은 우리가 과감히 접어야 할 것 같아요."

나문희의 애절한 토로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 중 가수 심수봉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 중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란 대목을 부르며 "정말 백만송이 꽃은 미워하는 마음 없이 순수하게 사랑할 때 피는 것 같다. 난 그런 꽃을 한 번 피워봤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서 영화에 자작곡을 ‘선물’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에서 남편상과 관련한 사연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소풍’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문희는 동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사실 걱정이 많아서 움직이지 못한다"며 "그런데 사실 우리는 무조건 집에서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평소 동네 목욕탕과 주민센터를 자주 다니는 그는 "그곳엔 나보다 더 활기차고 용기 있는 할머니들이 많이 있다"며 "함께 요구르트 나눠 먹고, 소통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자식 중에 일찍 철드는 사람도 있지만 철이 안 든 사람도 있잖아요. 이 영화는 철이 안 든 사람은 꼭 봐야 해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 인생이 얼마나 길고 힘든가가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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