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패널조사③] 유권자 10명 중 9명 '정치 스트레스 시달려'
유권자들에게 정치는 ‘비용'이 듭니다. 어떤 정책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때로는 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이런 실재하는 비용 이외에도 정치의 '감정적·사회적 비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든가, 또 명절에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다 감정이 상한다든가 하는 것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와 힐러리 클린턴(민주당)이 강하게 맞붙었던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는 '선거 스트레스 장애(election stress disorder)'라는 단어가 미디어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미국인 중 52%는 정치가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총선 민심을 읽기 위한 MBC 패널조사에서도 '정치 스트레스'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가지 문항으로 정치 스트레스를 물었는데요, 여러분도 한번 테스트 해보세요.
●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① 매우 그렇다 ② 다소 그렇다 ③ 다소 아니다 ④ 매우 아니다 ● 내가 지지한 후보가 졌을 때 화가 나거나 우울하다 ① 매우 그렇다 ② 다소 그렇다 ③ 다소 아니다 ④ 매우 아니다 ● 정치 이야기 피곤하고, 피하고 싶다 ① 매우 그렇다 ② 다소 그렇다 ③ 다소 아니다 ④ 매우 아니다
세 문항 중 하나의 문항에 하나라도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91% 였는데요, 4천 4백만 명의 유권자로 환산하면 약 4천 만 명이 '정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96%, 40대는 94%가 '정치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60대 이상 96% > 40대 94% > 50대 91% > 30대 88% > 20대 81%)
● 정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Politics has caused me to be stressed) - 38% ●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졌을 때 우울하다 (I have become depressed when a preferred candidate lost) - 26.4% ● 정치 때문에 피곤하다 (Politics has caused me to be fatigued) - 21.4%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 비슷한 문항으로 미국에서도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스트레를 받는다는 비율이 MBC 조사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발표한 연구진은 '극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대통령 취임 후 2달 만에 실시된 조사기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매우 높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주관적 이념성향에 따라 정치 스트레스 정도를 구분해봤는데요, 중도층에서 가장 낮고, 진보층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내가 지지한 후보가 졌을 때 화가 나거나 우울해진다'는 진보층은 72%로 보수층 66%·중도층 52%의 응답과 상당한 차이가 났습니다.
지난 1월 16일 백분토론에서 '진보층이 보수층보다 더 양극화돼 있다'는 2차 패널 조사에 대해서 유시민 작가가 "선거에 진 진보층이 화가 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었는데요, 그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조사 결과입니다.
[100분토론] 유시민 작가의 양극화에 대한 평가https://www.youtube.com/live/QAT6cLFf1oY?si=io1RQbzJd0XL5FZf&t=2905
[the21%] 양당 모두 '비호감'‥'유튜브x진보'·'신문x보수'서 양극화 심해https://www.youtube.com/watch?v=BoLCAbGWyOU
스트레스 정도와 함께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가 내 삶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었습니다. 시민들이 '정치가 내 요구에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외적 정치 효능감이 높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스스로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적 정치 효능감'과 달리, 외적 효능감이 높으면 정치나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총선의 중요 이슈가 내 삶과 관련이 없다'고 답하면 외적 효능감이 낮은 것입니다.
전체 응답자 중 31%가 '이번 총선의 주요 이슈는 내 삶과 관련이 없다'고 답했는데요. 이념별로는 나눠보면 보수층에서 36%가 '관련이 없다'고 답해 중도층 31%와 진보층 26%보다 외적 효능감이 낮았습니다. 즉, 진보층이 보수층 보다 정치와 제도를 더 신뢰하고 있는 겁니다.
종합하자면 진보층이 보수층 보다 정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동시에 정치에 대해서는 신뢰하고 있습니다. 박선경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이념 성향에 따라 정치에 대한 기대 정도는 어느 정도 고정적"이라면서 "보수 정권 하에서 야당이 확실한 대안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이 진보층의 스트레스 원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보층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기 때문에, 지금같은 상황을 거꾸로 보수층에 적용하더라도 진보층만큼의 스트레스는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정치 뉴스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미디어 소비를 제한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거나, 산책을 하거나, 친구나 가족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십시오. ● 선거에 관한 토론이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아예 참여하지 마세요.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 4월 10일(선거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 투표하십시오. 스트레스가 많은 선거에 참여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느끼시길 바랍니다.
미국심리학회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기권하지 말고 꼭 투표하라고 조언했는데요, 내 한 표가 '나를 이렇게 스트레스 받게 하는'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한 표가 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야겠습니다.
참고Smith, K. B., Hibbing, M. V., & Hibbing, J. R. (2019). Friends, relatives, sanity, and health: The costs of politics. PloS one, 14(9), e0221870. 2016.12.22, 동아시아연구원, 정한울, <촛불 들었던 2040, 내년 투표혁명 이끈다>https://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4434&board=kor_eaiinmedia
APA Survey Reveals 2016 Presidential Election Source of Significant Stress for More Than Half of Americans https://www.apa.org/news/press/releases/2016/10/presidential-election-stress
□ 패널조사란? 매번 다른 응답자를 조사하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패널조사는 동일한 응답자를 반복·추적해서 조사합니다. '미결정층'이 언제 마음을 정하는지, 지지 정당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은 누군지 추적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사 방법입니다. 패널조사는 다른 일반 조사와 비교해서 읽기보다는, 차수에 따른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참고) MBC가 실시한 이번 3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에서 참여한 1,508명에 모두 접촉을 시도해 1,265명이 응답했습니다. 4차 조사에서도 1,508명에게 모두 접촉을 시도해 이들의 표심을 추적할 예정입니다.
MBC 총선 패널조사 조사 의뢰 : MBC 조사 기관 :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기간 : 1차 - 2023년 12월 13일 ~ 12월 17일 (5일간) 2차 - 2024년 1월 10일 ~ 1월 12일 (3일간) 3차 - 2024년 1월 30일 ~ 2월 3일 (5일간) 조사대상 : 1차 -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중 패널조사 참여 의향자 / 2023년 1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셀가중) 2차 -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중 패널조사 참여 의향자 / 2023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3차 -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중 패널조사 참여 의향자 / 2024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조사방법 : 1차 - 무선 RDD 전화면접 / 패널조사 2차 - 전화면접조사, 모바일 웹조사 /패널조사 3차 - 전화면접조사, 모바일 웹조사 /패널조사 표본 크기 : 1차 - 1,508명 2차 - 1,314명 3차 - 1,265명 응답률 / 패널유지율 1차 - 4.8% 2차 패널 유지율 - 87.1% 3차 패널 유지율 - 83.9% 표본 오차 : 1차 - 95% 신뢰수준에서 ±2.5%p 2차 - 95% 신뢰수준에서 ±2.7%p 3차 - 95% 신뢰수준에서 ±2.8%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24총선 3차 패널조사 통계표]https://image.imnews.imbc.com/pdf/politics/2024/02/20240206_2.pdf
[2024총선 3차 패널조사 보고서]https://image.imnews.imbc.com/pdf/politics/2024/02/20240206_1.pdf
[2024 총선 패널조사 한눈에 보기]http://poll-mbc.co.kr/the21
장슬기 기자(seul@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570167_36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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