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과거 회귀'. 운명을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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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사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회한이 전혀 남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과거로부터 결코 해방될 수 없는 나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편에게 떠밀려 머리를 부딪힌 후 사망하게 된 강지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십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 채 깨어났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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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설사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회한이 전혀 남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실수하지 않는 인간은 없고, 미래를 미리 알 수도 없기 때문에 옳은 선택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은 채워질 수 없는 심리적 공간을 향한다.
과거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담에서는 과거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해서 내담자의 마음에 쌓인 회한을 풀어준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를 보면 보편적인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다.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건 시청자의 욕망이 자극되고 충족되는 과정이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반복 돼왔던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같은 테마의 변주곡을 듣는 기분으로 즐긴다. 과거로부터 결코 해방될 수 없는 나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 회귀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이어진다.
tvN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이런 욕망을 제대로 겨냥한 드라마다. 실패한 결혼과 불륜이라는 뻔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진행 방식은 쾌락을 연장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드라마에서 시청률이 상승하는 시기는 주인공이 온갖 핍박과 불평등을 참아내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가 드디어 복수의 칼을 꺼내는 반전이 일어나는 회차가 나올 때이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중요한 일화를 하나씩 교정해 가면서 매회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짜릿한 복수의 쾌락을 선사한다.
강지원(박민영 분)은 정수민(송하윤 분)과 학창 시절부터 단짝 친구로 서로의 휴대폰에 반쪽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을 정도다. 늘 다정하게 굴면서 너밖에 없다고 말해왔던 정수민이 사실은 뒤로 자신을 모함해 왔고 왕따를 당하게 했던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내왔던 강지원은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남편과 정수민이 불륜관계였으며 자신이 죽은 후 받게 될 거액의 보험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규한다. 남편에게 떠밀려 머리를 부딪힌 후 사망하게 된 강지원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십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 채 깨어났음을 알게 된다.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간 강지원은 둘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극 중에서 최고 명문대를 나온 것으로 설정된 강지원은 첫 생애에서 왜 늘 정수민과 남편에게 당하기만 했을까. 그 안에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들어 있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강지원은 과연 그 오랜 시간 동안 정말로 정수민이 자신에게 진실한 친구일 거라는 믿음에 조그마한 의혹도 없었을까. 그전까지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남편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의 내면에는 현재 상황이 바뀌었을 때의 두려움이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너 없인 안 돼'라는 믿음이다. 복수의 쾌락을 목표로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극과 극으로 나누어 선악의 경계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애증관계가 잠깐씩 나온다. 제2의 삶을 살게 된 강지원은 치를 떨면서 치밀한 복수를 시작한 후에도, 자신을 향한 정수민의 눈빛, 그리고 변한 강지원 때문에 죽을 작정을 하는 정수민의 태도에 찰나지만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나온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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