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2000명 증원’에 전공의 부글부글…설 이후 총파업 현실화되나
“정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파업 불가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2025학년 입시에 적용할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서 근무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중심으로 파격적 수준의 증원 규모에 대한 불만이 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파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전공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정부에 맞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해 ‘설 이후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전공의들은 “2000명 증원은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30) 씨는 지난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를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정씨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한 배경을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정부가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 없이 그저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 2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A(32) 씨도 의대 증원 규모를 비판했다. A씨는 “필수·지역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건 무작정 의사 수를 2000명 더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이를테면 ‘응급실 뺑뺑이’ 사태는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계속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응급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식으로 해결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의사 수 늘리기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고 했다.
의대교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는 “지역의료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2000명 증원은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표심을 얻기 위해 파격 증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전공의 B(27) 씨는 “(정부가) 증원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늘릴 줄은 전혀 몰랐다”며 “선거 앞두고 ‘2000명’이라는 보기 좋은 숫자를 제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증원’에 파업 시 참여하겠다는 전공의도 늘고 있다. 의협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공의의 참여 여부가 파급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돼, 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일 의협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당장 집단행동 계획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앞서 의협이 비대위에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관한 절차를 밟겠다고 구상한 만큼 연후 직후 투쟁 계획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레지던트 임모(30) 씨는 “의료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증원 규모인데 파업은 당연하다”면서 “파업해야 의사들도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지 않느냐”라고 했다. 인턴 김모(25) 씨 역시 “의사 수를 늘려야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라 많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당장 파업을 하지 않으면 의료계가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파업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는 인턴 정씨도 2000명 증원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됐다. 정씨는 “원래 증원 규모가 적은 편이면 파업에 굳이 참여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파업하면 결국 우리가 손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라면서도 “필수의료 패키지에 이어 2000명 증원 발표한 것 모두 말이 안 되는 수준이고, 정책이 나와도 상호 협의를 충분히 거쳐 좋은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이젠 정부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아 파업을 하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 역시 공식적인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집단행동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해왔다. 지난 5일 대전협은 수련병원 140여곳,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느냐’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참여율은 86.5%다.
대전협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12일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증원 등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대급’ 인기女에…“정부 비밀요원” “열애설도 작전” 음모론 봇물, 무슨 일
- '이재명 저격수' 원희룡 계양을 핏빛 현수막 '깜짝'
- 박기량, 무슨 일 있었나?… '쇄골 골절' 병원行
- “주장으로 부족했다” 복귀한 손흥민 반성에…누리꾼들 댓글 보니
- 이수만 쫓아내면 ‘주가 30만원’ 간다더니…“실상은 7만원” 사달난 SM엔터
- “그곳에 형수가 있었다”…검찰, 황의조 형수를 ‘협박’ 용의자로 보는 이유
- “병장 월급 125만원 보다 못 벌어요” 유튜버 하려고 사표썼는데…수입 ‘처참’
- 최동석, 전처 박지윤 저격글 하루만에 삭제 후 일상으로
- ‘연봉 29억’ 클린스만 경질?…70억~100억대 ‘위약금’이 최대 고민
- ‘홍콩 노쇼논란’ 메시, 日에선 뛰었다…中 “우린“ 무시했냐”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