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세상에 나온지 20년…SNS는 세상을 어떻게 바꿨나 [글로벌 핫이슈]

오현우 2024. 2.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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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하버드대 학생 사회에선 괴상한 논쟁이 벌어졌다. 하버드대 여학생의 사진을 무단 도용한 뒤 외모 점수를 측정하는 '페이스매시'때문이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페이스매시는 즉시 폐쇄됐다. 같은 해 2월 4일. 이 사이트를 설립한 대학생은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새로운 플랫폼을 개설했다. 학생 이름은 마크 저커버그. 오늘날 전 세계 30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은 그렇게 제작됐다.

 세계 SNS 사용자 수 50억명 돌파

10일 디지털 전문 조사기관 데이터리포털에 따르면 전 세계 SNS 활성 사용자 수는 지난 1월 50억개를 돌파했다. 이 중 60%인 약 30억개가 페이스북 계정이다. 불과 20년 사이에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SNS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20억개)을 합치면 세계 인구(80억명)의 절반 이상이 메타의 앱을 쓰고 있는 셈이다.

메타의 영향력은 계속 성장해왔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SNS인 틱톡과 유튜브가 1위 자리를 넘봤지만, 페이스북의 아성은 두터웠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모바일 앱 10개 중 6개가 메타가 출시한 서비스였다. 메타는 구글에 이어 세계 2위 광고판매업체가 됐다.

SNS의 영향력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데이터의 대부분을 SNS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데이터 전문 리서치업체 GWI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난해 하루 약 2시간 23분가량을 SNS에서 보냈다. 리서치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SNS에서 총 2조 3000억 시간을 썼다. 2020년 이후 42% 증가한 수치다.

 소통 기능 약화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의 활용 목적이 달라지면서 사용량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나왔을 당시에는 소통의 목적이 중요했다. '친구'나 '팔로어'의 게시물을 보고 감상을 공유하는 식이다. SNS 업체들도 지인과 친구의 게시글을 가장 먼저 화면 상단에 띄워줬다.

사진=AP


SNS의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소통 기능은 약화하고, 콘텐츠 검색 플랫폼으로 변했다는 지적이다. SNS의 변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짧은 동영상 SNS인 틱톡이 급성장해서다. 틱톡의 짧은 동영상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SNS 업체도 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에 '릴스'를 도입했고, 유튜브도 '숏츠'를 적용했다. 투자은행(IB) 번스타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 중 60%가량을 동영상 시청에 썼다. 2020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SNS를 활용하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바꿨다. 가입자 지인들의 소식을 단순 나열하던 방식 대신 '인기 있는 게시글'을 먼저 보여주는 식이다. 틱톡은 설립 초 사용자와 친구의 취향을 기반으로 다음 콘텐츠를 추천해주던 '소셜 그래프'를 폐기하고, 이전에 시청한 동영상으로 다음 콘텐츠를 제시하는 '관심도 그래프'를 도입했다. 페이스북도 2022년 과거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게시물을 보여주는 '디스커버리 엔진'을 도입했다..

사용자간 소통 기능은 약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IT 리서치업체 가트너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중 28%만이 자신의 사생활을 SNS에 기록하는 것을 선호했다. 2020년 40%에서 12%포인트 감소했다. 리서치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61%가량은 SNS에 게시글을 올릴 때 이전보다 신중하다고 답했다.

동영상 중심으로 SNS가 재편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문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인기 게시글에 비해 개인의 콘텐츠가 빈약해 보일 것이란 우려도 반영됐다. 마이클 보세타 룬드대 교수는 "과거 창작자였던 SNS 사용자들은 이제 소비자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시사 문제서 사용자 떼놓는 SNS

SNS가 단순히 '재미'만 좇다 보니 소통을 통한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SNS가 사회 이슈와 시사 문제로부터 사용자를 떼어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성 언론의 뉴스 대신 선정적이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콘텐츠가 피드를 장악했다. 실제 지난해 세계 인구가 하루 동안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본 시간은 평균 1시간 41분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2% 줄어들었다. TV를 시청하는 시간도 전년 대비 8.2% 줄었다.

뉴스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도 줄었다. 트래픽 추적업체 차트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성 언론사로 유입된 인터넷 트래픽 양은 1년간 페이스북에선 48% 감소했다. X(옛 트위터)에서도 27% 줄었다. 뉴스로 도달하는 경로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옥스퍼드대의 로이터 센터에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한 번 SNS에 뉴스를 공유하는 비율도 2018년 26%에서 지난해 19%로 감소했다.

뉴욕대학교에서 소셜미디어 및 정치센터의 조슈아 터커 교수는 "친구가 공유해준 게시글마저 없다면 SNS에서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사회 이슈와 시사를 접하지 않으면 지식도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에 관심이 사라지면서 극단적인 사용자들은 SNS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로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뉴스를 보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수동적인 뉴스 소비자'들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영국에서는 68%가 수동적 뉴스 소비자라는 추정도 나온다. 자신을 '강경 보수' 또는 '강경 진보'로 자칭하는 이들은 중도주의자들보다 1.5배가량 더 활발하게 SNS에 글을 올렸다. 양극화가 더 악화한 이유 중 하나다.

SNS가 극단주의로 치달으면서 '가짜 뉴스'가 확산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니나 얀코비치 전 미국 허위정보 관리위원장은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에 "SNS에 음모론과 혐오 게시글이 점점 더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억제하지 않으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치는 SNS업체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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