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설 민심'에 文 웃고 朴 울었다... 尹 정치력 시험대
박근혜 정부, '야당 배제' '수직적 당청관계' '공천 갈등'에 1당 놓쳐
윤 대통령, 두 정부 참고해야... 방송대담 내용에 민심 향배 촉각
이번 설은 취임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에 대해 민심이 평가를 내리는 시험대나 다름없다. 추석과 설, 두 명절의 여론 동향이 늘 중요하긴 했지만 특히 이번 설은 4월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터라 민심의 향배가 곧 선거 결과와 직결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총선이 있는 해의 설 명절은 늘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기회이자 위기였다. 국정 운영의 키를 쥐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할 경우 민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오만’과 ‘내부 갈등’ 등이 겹칠 경우 민심은 회초리를 들었다. 지난 7일 KBS와의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도 설 민심의 평가를 겸허히 지켜보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민생' 영향 준 코로나19 올인 전략 통해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민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국’을 정확히 간파하고 이행한 선거였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당시 정부와 여당은 설 명절을 전후해 ‘코로나19’와 ‘경제’라는 키워드를 앞세웠다.
특히 설 연휴 동안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하는 등 초기에 강한 대응에 나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여론이 지지를 보내자 여권은 재난지원금 이슈를 키워가며 총선의 주도권을 쥐었다. 한 재선 의원은 9일 “포퓰리즘적으로 재난지원금을 뿌린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낙제점을 주고 싶지만, 총선을 앞두고 재난에 적극 대응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가져간 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당시 여권도 악화하는 민심에 코너에 몰리는 상황도 있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충돌이었다. 공직기강비서관이던 최강욱 의원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활동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한 사건 등을 두고 두 사람의 갈등이 컸고, 설 밥상의 최대 화두였다. 그러나 권력을 두고 공직의 정점에 있는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한 평가보다 당면한 민생 현안에 국민들의 관심이 깊었던 때였다. 결과는 범여당(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180석 확보, 압승이었다.
현 정권과 비슷했던 박근혜 정부... '독단 이미지' 경계해야 하는 이유
반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4년 차 때 치러진 20대 총선(2016년)은 윤 대통령과 여권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당시를 복기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윤 대통령이 처한 악재가 박 전 대통령이 가졌던 과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당시 설 민심은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수직적 당청관계 △희미한 국가비전 등으로 악화하고 있었다.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부정평가의 이유로 꼽히는 것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에 인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 원로들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야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국정 기조를 새로 설계하라”고 조언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까지 여야 지도부와 회동한 게 일곱 차례였지만, 야당 지도부와 따로 만난 적이 없단 점이 비판 소재가 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을 받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사건은 ‘수직적 당청관계’의 단면이란 지적이 컸다. 계파 패권주의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컸지만 설 이후 진행된 공천 과정에서 비박계 인사들이 줄줄이 컷 오프(공천 배제)되면서 민심이 악화했다. 그 결과 당초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을 놓쳤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이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공천 갈등과 유사한 것으로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은 설을 기점으로 해 철저하게 당 공천에 관심을 두지 않아야 하고 측근 의원들의 언행도 조심시킬 필요가 있다”며 “선거의 시옷 자도 꺼내지 말고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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