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착륙에서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까지···美경제 4대 시나리오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4.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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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성장·고용도 호조에 연착륙 기대감
△경착륙···금리 시기조절 실패시 침체 가능성
△노랜딩···성장 지속해도 물가 안 떨어질수도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성장·고용·물가 개선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의 건설 현장에 설치된 크레인 위에서 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 경제가 연착륙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과연 ‘골디락스’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비롯해 다양한 경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놓쳐 불필요한 침체를 일으킬 시나리오부터 경제 과열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론을 맞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월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국 경제 시나리오를 △연착륙 △경착륙 △무착륙(no landing)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immaculate disinflation) 네가지로 제시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 기대감···연준도 “연착륙 활주로 보인다”

현재 월가의 무게중심은 연착륙 쪽에 가깝다. 도이체방크의 정의에 따르면 연착륙은 일반적인 침체의 기준을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최근 미 뉴저지주 로완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 “경제지표들이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노동시장 균형 회복, 탄력적인 소비자 지출 등 연착륙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가리키고 있다”며 “아직 연착륙한 것은 아니지만 목적지의 활주로가 눈에 들어온 상황”이라고 낙관했다.

경제 데이터가 연준의 연착륙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6개월 추세 연율 1.9%로 이미 연준의 목표보다 낮아졌다. 동시에 미국의 실업률은 연준의 긴축이 시작됐던 2022년 3월 3.6%에서 올 1월(3.7%)까지 단 0.1%포인트 상승하며 사실상 최대 고용을 유지했다 .특히 미국의 국내총생산도(GDP)는 지난해 4분기 3.3%로 고성장했다. 특히 미국의 국내총생산도(GDP)는 지난해 4분기 3.3%로 고성장했다. 파월 의장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솔직히 말해서 지금 경제는 좋은 상황”이라며 “물론 앞으로 성장추세가 지금보다는 부드러워지겠지만 전반적으로 꽤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잡힐라···‘노랜딩’ 이어지면 종착지는 ‘하드랜딩’

애초 지난해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월가에서는 침체를 전망하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이후 소비와 고용이 동반 호조를 보이면서 경착륙론을 주장하는 월가의 목소리는 다소 줄어든 분위기다. 도이체방크는 경착륙을 △2개 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 △실업률 1% 이상 상승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경착륙 시나리오는 노랜딩 전망과 연계해 거론되고 있다. 노랜딩은 경기 둔화가 없지만 이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아 인플레이션도 둔화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연준이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시나리오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노랜딩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도이체방크의 매트 루체티는 “경기 침체를 피하겠지만 앞으로 중립 금리는 더 높아 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부양하지도 억누르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일컫는다.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은 물가를 잡으려면 이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채권기관 핌코의 이코노미스트인 티파니 와일딩은 “공급 측면의 개선이 끝나면서 더이상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시장 기대치가 연착륙 시나리오에서 노랜딩 전망으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경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호조를 보일 경우 고금리가 지속되고 은행권 불안이 깊어지면서 신용 부문에서 충격 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노랜딩이 경착륙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랜딩 없이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남아있다. 시티리서치의 글로벌 최고이코노미스트 나단 시트는 “침체를 우려할 만한 이유를 계속해서 발견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지연 효과는 진행 중이고 서비스 지출은 감소하고 있으며 지정학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골디락스 이상의 경제···‘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

연준이 연착륙을 넘어 고성장과 2% 물가상승을 동시에 달성하는 이른바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immaculate disinflation)’ 시나리오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용어는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 등 경기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2022년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가 '인플레이션의 완벽한 안정화'는 표현에 착안해 JP모건의 최고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가 뉴욕타임스에서 사용한 용어다.

최근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근원 PCE가 7개월 추세로 2% 이하를 유지하는 성과가 나온것이 이같은 시나리오를 불러일으켰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는 “탄탄한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둔화, 금리 인하 등의 조합은 금융자산시장에 매우 우호적”이라며 “우리의 전망이 옳다면 이런 금융 상황 완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성장 예측을 더욱 상향 조정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도 연착륙을 넘어 사실상 완벽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강력한 경제 성장과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인플레이션 둔화”라며 “이를 방해하는 사건이 없다면 상황은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에 놓은 변수는 다양하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지정학 리스크 증가 △금융 상황 완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따른 은행 부문 스트레스 △노동 시장의 예상치 못한 악화 등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을 둔화하기 위해서는 경기 완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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