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CEO]이재용 회장, 이제 승부수 던질까

이현주 기자 2024.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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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경영자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동안 이 회장은 107차례 열린 재판에 법원 허가를 받고 빠진 11차례를 제외하고 총 96번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이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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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아랍메미리트연합(UAE)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설 연휴를 맞아 해외 현장 경영을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 2024.02.06. myjs@newsis.com


[편집자주] 기업 최고경영자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주간 CEO'는 과거의 활동, 현재의 고민, 미래의 먹거리 등 기업 CEO의 분주한 활동을 되짚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코너입니다.

CEO가 만나는 사람과 그들의 동선을 점검해 기업의 현안이 무엇이고,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의 기소 이후 무려 3년 5개월여만에 나온 1심 결과입니다.

그동안 이 회장은 107차례 열린 재판에 법원 허가를 받고 빠진 11차례를 제외하고 총 96번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재판을 빠졌던 때를 보면 주로 정부나 대통령이 주관한 주요 행사들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첫 방문지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고, 이 회장이 직접 안내했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대통령 특사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해외 출장도 잦았는데요.

이 회장이 재판에 출석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은 6조5400억원을 올렸는데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입니다.

심지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는 인텔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는 애플에 내줬는데요. 반도체 사업의 경우 지난해 14조8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소니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영업이익에서 뒤진 건 1999년 이후 24년 만입니다.

전사적 위기 속 이 회장의 적극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이 회장은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 모두 무죄"라는 선고를 내리자 자리에서 일어서 만감이 교차한 듯 7초간 침묵했습니다. 법원을 나갈 때도 굳은 표정을 유지했지요. '무죄'라는 해방감을 오롯이 만끽하기에는 삼성이 처한 상황이 엄중했기 때문 아닐까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2.05. myjs@newsis.com

이 회장은 무죄 판결 후 하루 뒤인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출국했습니다. 설 연휴를 맞아 해외 현장 경영을 위해 나간 것인데요. 이 회장은 매년 명절 연휴가 되면 해외 출장을 통해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해왔습니다. 이번에는 UAE 등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찾을 계획입니다.

중동과 동남아는 성장 가능성이 커 이 회장이 수 년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UAE에는 삼성물산이 참여한 한국의 첫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인 '바라카 원전'이 있고, 6G 등 차세대 통신망과 IT 신사업, 반도체 등과 관련된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배터리, 전장과 관련된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삼성SDI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짓고 있는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이 가동 중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2곳과 TV·가전 공장 등이 있습니다. 동남아 최대 규모 모바일기기 연구개발센터도 이곳에 있습니다.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은 무죄 선고날과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사법리스크를 떨어낸 이 회장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업무를 마친 뒤 좋은 결과를 들고 한국에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올해 반도체 호황이 다시 시작될 예정인데 이 회장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 지 주목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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