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美 공격원잠 최대 ‘굴욕’···적 공격 아닌, 페인트공 “휴가가고 싶다” 방화로 폐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작업 귀찮고 휴가를 더 얻고 싶어 범행”
미 해군의 자존심 핵추진 잠수함으로 지난 2013년 5월 뉴햄프셔 주의 포츠머스 해군 조선소(Portsmouth Naval Shipyard·PNS)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Los Angeles) 공격원잠인 USS 마이애미호(USS Miami·SSN-755)가 화재가 발생해 4억 달러(5300억 원 상당)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USS 마이애미호 가치는 11억 달러(1조4600억 원 상당)에 달한다.
이 화재로 승조원 거주공간과 지휘 및 통제실, 어뢰실을 포함한 USS 마이애미호의 전 구역이 피해를 봤다. 7명(조선호 소방대원 3명, 잠수함 당직승무원 2명, 현지 소방대원 2명)이 다쳤다. 당시에는 화재사고 원인이 진공청소기에 의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진공청소기를 잘못 다루면서 화재로 이어졌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미 해군수사대, 우리에게 미드로 잘 알려진 ‘NCIS’(Naval Cruminal Investigative Service) 수사 결과, USS 마이애미호에서 발생한 화재는 사고가 아닌 방화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NCIS는 방화 용의자로 24세인 ‘케이스 제임스 퓨리’라는 PNS 소속 민간인을 체포했다.
페인트공인 퓨리는 2가지의 죄목으로 체포됐다. 우선 의도적으로 악의를 갖고 화재를 일으켜 USS 마이애미호를 불태운 혐의다. 다른 하나는 USS 마이애미호 내부와 주변에 있던 자재와 물자를 태운 혐의다. NCIS에 따르면 퓨리는 앞서 PNS의 2번 드라이독에서 발생한 소규모 화재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나 중국 같은 적국도 상대하기 힘든 세계 최강 미 공격원잠이 수리공 한 명의 방화로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4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방화로 피해를 입은 USS 마이애미호가 수리가 불가능해 미국 군 당국이 폐기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퓨리는 적국의 스파이었던 것인가. 가장 보안이 철저한 핵잠수함 내부에서 이런 사건이 방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수사 결과는 미국 군 당국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NCIS는 퓨리가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에 퓨리는 여자 친구를 만나고 있었는데, 휴가를 모두 쓰고 휴일도 없는 상황에서 보수 작업은 너무 힘들다고 느꼈다. 또 여자 친구에게는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문자로 본인의 안부를 전하며 통탄해 했다. 그러던 중에 나름대로 기막힌 생각이라고 한 것이 직장에 불을 내면 작업도 중단되고 본인은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방화를 했다는 것이다.
보수를 위해 포츠머스 해군 조선소에 들어간 USS 마이애미호는 페인트가 칠해진 상태였지만, 방화로 내부가 불이 타버리면서 잿더미가 되버렸다. 당시 보수를 위한 비용은 9400만 달러(1250억 원 상당)가 들어갔다. 미국 군 당국은 다시 보수에 착수하려고 했지만 내부가 상당한 피해를 봤고 복구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는 복구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특히 거듭되는 미국 정부의 예산 삭감 정책 기조에 따라 수리 비용을 감당해내지 못해 결국 고철로 처리되게 됐다.
이에 따라 당초 실내 청소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조사 결과 퓨리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화재로 수리 비용만 4억5000만 달러(5970억 원 상당)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미 해군은 수리를 마치고 USS 마이애미호를 현역에 복귀시킬 예정이었지만, 정부 예산 삭감으로 늘어나는 수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페인트공의 단 한 번의 방화로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나가는 핵잠수함이 공중으로 사라지게 된 셈이다. 사건 발생 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한 퓨리는 방화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퓨리는 수리 작업이 귀찮고 휴가를 더 얻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해 당시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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