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콜럼버스와 마젤란처럼…넷마블의 AI 전략
넷마블 AI센터 오인수·홍윤석 인터뷰
콜럼비아·마젤란실로 구성된 AI센터
게임흥행으로 쌓인 방데한 데이터 기반
"콜럼버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닻을 올렸다는데 있다."
레미제라블을 지은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콜럼버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콜럼버스가 활동한 대항해시대, 아메리카의 존재는 이미 유럽 내에서도 알려져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알려진 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콜럼버스는 첫 미 대륙 도달 이후 3번이나 더 왕래하며 유럽과 미 대륙을 잇는 신항로를 닦았다. 그를 위대한 항해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넷마블의 'AI(인공지능) 센터'도 마찬가지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로 이름 붙이며 AI 연구를 진행했던 넷마블이 최초로 게임 내 AI 기술 개발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AI 시대 초기 성과를 내며 게임과 AI 사이의 길을 텄다. 대항해시대 개척가의 이름을 붙여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오인수 넷마블 AI 센터장과 홍윤석 음성언어AI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남들이 안가본 길이기에"
넷마블은 게임 업계 내에서 AI가 태동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게임 내 AI 적용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회사 경영진은 이 연구를 콜럼버스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신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처럼 AI를 연구해보자는 뜻이 담겼다.
2018년에는 연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AI 센터'를 세웠다. 센터 내에는 게임 운영을 맡는 콜럼버스실과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마젤란실이 있다.
이 중 콜럼버스실은 콜럼버스 프로젝트가 확장돼 만들어졌다. 마젤란실은 세계 일주를 최초로 해낸 마젤란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성과를 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 센터장은 "처음에는 게임 운영과 같은 사업적 관심에서의 데이터가 더 많았다"며 "게임 개발에도 초점이 맞춰지며 AI 센터 내에 담당 실을 만들어야 했는데, 옆 실은 콜럼버스인데 게임 개발부서만 '게임 개발실'이러면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마젤란을 붙였다"고 했다.
2002년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인 오 센터장은 2014년 무렵부터 게임 내 딥러닝 AI 기술 적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게임 개발자로 일하던 중 게임 내 콘텐츠가 추가되다보니 기술적인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 고민이 AI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과 AI 연구를 병행하던 그는 센터 설립 원년인 2018년부터 4년 동안 마젤란실장을 맡았다. 2022년에는 AI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오 센터장은 "당시 '없던 것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며 "군함에 위인 이름을 붙이듯, 마젤란과 콜럼버스를 보면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 많은 데이터를 어찌할까?'…고민의 출발
2010년대 중반,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사업에서 큰 흥행을 거두고 있었다. 2013년 출시 후 글로벌 누적 이용자 2억명을 기록한 캐주얼 게임 '모두의 마블', 출시 99일만에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레이븐'이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몰리며 넷마블 내에는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쌓였다. SNS로 인해 개인화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갔던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게임사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적으로 이렇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쌓인 전례가 없었다.
넷마블도 쌓여가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오 센터장은 "이전에는 데이터 몇 개를 골라 쓰는 수준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빅데이터와 같은 것들이 붐을 일으키며 대규모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며 "회사 내에서는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오고 갔다"고 했다.
고민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1년 넷마블은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에서 열린 'EMNLP 2021' 내 AI 번역 후보정 기술 챌린지에서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EMNLP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연어처리 분야 컨퍼런스로 AI 번역과 챗봇, 기계 독해 등 언어 데이터 기반 자연어처리 접근법 연구를 다룬다.
홍 팀장은 "AI센터의 목표는 AI가 게임에 들어가 있는지 이용자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이용자로부터 '어라, 이게 AI였어요?'라는 반응을 듣는 게 목표"라고 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억 로또'라는 메이플자이, 현금 6억은 있어야?
- [공모주달력]케이웨더 수요예측은 맑음?…물량 풀리는 '파두'
- [꼬집]'스벅 공짜 우유?'…나만 몰랐던 카페 서비스
-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 통과…수혜 바이오 기업은?
- '기상청보다 정확하다'는 케이웨더, 기술특례로 IPO 도전
- [보니하니]②포텐 터진 '갤S24 울트라'의 이유 있는 존재감
- 이자 환급 시작…은행들 '일회성으로 끝날까'
-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⑥임종윤 "선대 회장 유지 왜곡 말아야"
- 에코프로, 액면분할 통해 주주가치 높인다
- '큰집' 덕 보는 건설사들, 덩치 '사상최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