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에게 물었다···지금 머릿속 누구 얼굴이 떠오릅니까[스경x설 기획]
감독이 아무리 간절히 기원해도 선수들과 호흡하지 못하면 2024년 소원도 부질이 없다. 시즌 준비를 시작하는 이맘때면 기대가 되거나 고민이 돼 감독 머릿속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스포츠경향은 감독들에게 올해 소원을 물은 뒤 하나 더 질문했다. “그럼 지금 바로 딱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입니까.” 감독에게는 모든 선수들이 다 중요하고 염려되지만 상황적으로 올시즌 팀의 성패를 쥐게 될 이름들을 한 명씩은 들어볼 수 있었다.
확실한 1선발이 등장하는 것이 올해 우승의 관건이라 여기고 있는 염경엽 LG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를 지목했다. 염 감독은 “작년에 1선발이 없어 굉장히 힘들었다.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1위 팀에 1선발 없다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연속성의 왕조가 되려면 기본을 갖춰야 한다. 그게 선발진이고 무엇보다 확실한 1선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새 마무리 박영현을 떠올렸다. 지휘봉을 잡은 이후 투수진을 재구성하고 조련해 마운드 강팀으로 만들어온 이 감독은 그동안 마무리로 활약한 김재윤을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보내고 3년차 신예인 박영현을 새 마무리로 앞세운다. 중간계투진을 확실하게 탄탄하게 만들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가장 큰 바람을 위해서는 박영현이 마무리로 연착륙 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박영현 마무리로 자리를 잘 잡아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그 부분이 올시즌 가장 부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최고참, 추신수부터 떠올렸다. 추신수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주고 싶다는 취지다. 이숭용 감독은 “추신수가 우승을 하겠다더라. 라스트댄스를 멋지게 만들어 보내주고 싶다. 올해 추신수 활용법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 일대일면담으로 대놓고 물어보려 한다. 잘 마무리 짓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지난해 주전포수로 가능성을 드러낸 김형준을 떠올렸다. 실질적으로는 박세혁과 함께 견줘야 할 주전포수 경쟁 자체가 고민이다. 강 감독은 “김형준이 지난 가을야구처럼, 또 그렇게 활약해줄 수 있을지가 아직 미지수다. 주전포수가 처음인데 처음부터 김형준을 밀어붙여야 할지, 박세혁을 먼저 기용하고 김형준이 받치면서 더 배우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박세혁도 FA로 우리 팀에 왔기 때문에 올해 둘의 비중을 어떻게 해야 될지가 내게는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국내 1선발 자원인 곽빈을 먼저 떠올렸다. 곽빈은 지난해 리그에 등장한 젊은 에이스 그룹 중 한 명이다. 두산이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곽빈이 지난 시즌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 감독은 “지난해 12승으로 데뷔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가 커리어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성장해서 대한민국 에이스로 거듭나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역시 포수 유강남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FA 계약을 하고 롯데에 입단했으나 부진했던 유강남이 기록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 있다. 김 감독은 “유강남이 작년에 롯데 와서 부담이 좀 있었을 거다. 새로운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되는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은 일이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낫지 않을까, 좀 더 좋은 모습 보이면서 주전 포수로서 안정감 갖고 있으면 아무래도 팀이 더 좋아질 수 있다. 타격도 결국 유강남이 좀 해줘야 된다. 올해는 더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내야수 오재일의 이름을 불렀다. 삼성의 4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오재일이 올해는 활약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박 감독은 “작년에 바닥치면서 오재일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오재일이 살아나야 우리가 가을야구 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작년처럼 하면 내가 또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역시 지난 시즌 활약으로 한화 마운드에 새 희망을 더한 문동주를 지목했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는 아직은 보장된 선발 투수라 말하기 어렵다.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를 올해 내줘야 한다. 기대 이상으로 잘 할 수도 있지만 못 미칠 수도 있는 거니까 가장 변수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나가려면 1~3선발이 같이 35승 이상은 해야 하는데, 문동주가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10승 이상을 해줘야 한다. 동주 활약이 우리 선발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내야수 송성문을 지목했다. 송성문은 지난 시즌 개막하자마자 경기 중 수비 실수 뒤 분을 참지 못해 의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가 골절돼 한 달 넘게 강제 휴식하는 참사를 겪었다. 키움이 줄부상을 겪은 시즌이었고 개막 당시부터 분위기를 깨뜨린 어리석은 부상에 홍 감독도 화를 삭여야 했다. 홍 감독은 “작년에 기대를 많이 한 선수였는데 그 주먹질 때문에 결국 자신도 굉장히 힘들어 했다. 12월에 결혼도 했고 이제 다른 마음가짐으로 올시즌을 치르지 않을까 기대되는 선수다. 이제 야수 쪽에서는 송성문이 중심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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