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 대신 보리로…‘디카페인’ 대체커피 아시나요? [NEXT 커피가 뜬다]
보리로 만든 ‘가짜 커피’까지 등장…전문가 “대체 음료 점진적으로 늘 것”
[헤럴드경제=김벼리·박병국 기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디카페인으로요.”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약 20명의 손님이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한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작년에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여러 잔 마시고 있다는 걸 깨닫고 하루 한 잔만 마시려 노력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아침에 출근해 한 잔을 마시고, 이후부터 디카페인을 마신다”고 말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해당 매장에서 팔리는 음료 10잔 중 1잔 정도가 디카페인 커피라는 답이 돌아왔다.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도 일부 보였다. 30대 직장인 이권훈 씨는 “카페인에 예민해 커피를 잘 안 마신다”며 “보통 카페에 오면 디카페인을 마시거나 차, 또는 미숫가루를 마신다”고 했다.
매장에는 스타벅스의 차 브랜드 티바나(TEAVANA) 전용 테이블도 있었다. 얼그레이, 유스베리 등 차가 담긴 시음용 유리병 옆에는 여섯 종류의 차 원료가 담긴 시향용 용기가 보였다. 시음이나 시향을 원하는 고객은 매장 직원에게 요청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매장 관계자는 “티바나 바를 보고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카페인 충전하러 커피 전문점에 간다’는 건 옛말이 됐다. 건강에 관심을 쏟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나 차 등 대체 음료를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집에서 커피는 즐기는 ‘홈카페족’이 급증하면서 국내 커피 시장의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란 ‘건강한(Healthy)’과 ‘즐거움(Pleasure)’을 조합한 신조어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실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긴장감과 메스꺼움, 숙면장애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공복 커피는 위염, 위궤양, 과민성 대장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디카페인 커피(원두+생두) 수입량은 7000t(톤)이었다. 2019년 3000톤에서 133.3%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2020만달러(약 268억원)에서 7190만달러로 256% 증가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도 디카페인 커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 추세다.
커피콩을 쓰지 않은 이색 대체커피 제품도 눈길을 끈다. 대체커피는 원두 대신 보리, 맥아 보리, 치커리, 호밀 등으로 커피맛을 내는 음료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대체 커피 시장은 27억달러 규모였지만, 오는 2030년에는 53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커피를 판매하는 업체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달차컴퍼니도 그중 하나다. 달차컴퍼니는 2020년부터 커피원두 대신 검정보리를 넣은 ‘검정보리’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원두 대신 검정보리를, 설탕 대신 자연 유래 감미료를, 일반 우유 대신에 락토프리 우유를 사용했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정유찬 달차컴퍼니 대표는 “제품은 출시 이후 매년 30%씩 매출이 늘고 있다”며 “카페인에 지친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입소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차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일 점심께 찾은 마포구 한 이디야 커피 매장에서는 5평 남짓한 공간에 손님 4명 중 2명이 차를, 1명이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린루이보스티를 시킨 20대 직장인 유모 씨는 “아침에 커피 마시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점심시간엔 커피보다 차를 마시려고 한다”며 “아예 요거트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다(茶)류 생산량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만 전년 대비 12.7% 늘었다. 커피 프랜차이즈나 식음료 업계도 젊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차 신메뉴를 선보이거나 티클래스 등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집에서 ‘나만의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캡슐의 시대를 지나 다양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출시된 영향이다. 자신에게 맞는 원두만 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커피 옆에 ‘제로’ 열풍에 편승한 차 제품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카페족을 겨냥한 식음료 업계와 온·오프라인 유통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명절 선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며 “커피 업계 역시 점진적으로 디카페인이나 대체음료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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