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에도 지기 싫어"…이준영, 승부욕 하나로 '황야' 향해 뚜벅뚜벅 [인터뷰+]
"마동석 파워 나올 때까지 복싱 해볼 것" 포부
"춤 추는 것 액션에 도움,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올해로 스물일곱인데 10대 역할을 하는 데 양심의 가책을 조금 느꼈어요. TMI지만 어려 보이게 나와야 하는데 수염이 너무 빨리 자라서…(웃음) 올해가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하면서 작품에 임하는데, 될 때까지 해보려고요."
열정. 배우 이준영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2014년 그룹 유키스의 '준'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준영은 올해로 11년 차다. 2017년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수겸 학생'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KBS2 '이미테이션에서' 덕심을 자극하는 아이돌 권력으로 분하더니, 넷플릭스 'D.P.'에서 탈영병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넷플릭스 '마스크걸', 영화 '용감한 시민'을 통해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표현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차세대 빌런의 대표주자라는 별칭을 받은 이준영은 '황야'를 통해 결을 달리했다.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사투를 담은 이 작품에서 어설픈 실력이지만 남산(마동석)과 함께 사냥하고 수나(노정의 분)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지완 역을 연기한 것. 이번 작품을 통해 악역을 넘어 선역도 가능하다는 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준영과 '황야'의 인연은 연출을 맡은 허명행 감독으로부터 시작됐다. 마동석과 황 감독이 꼽은 '액션을 잘하는 젊은 남자 배우' 중 하나였던 것.
"'D.P.'를 동석이 형이 보셨다고 했고, 허 감독님과는 몇 작품을 함께했어요. '편의점 샛별이' 특별 출연했을 때 허 감독님이 무술감독이셨고, 그때 열심히 한 게 이번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준영에 따르면 '황야'와 전작 '용감한 시민' 촬영이 많이 겹쳤다고. 그는 '황야'에선 용감한 10대 지완을 연기했고, '용감한 시민'에서 안하무인 학폭의 주범 한수강으로 분해야 했다.
"재밌었어요. 여러 가지 인격체를 연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만족감이 높았죠. '용감한 시민'도 허 감독님이 무술을 담당하셨어요. 같이 다니면서 각각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고요. '황야'의 경우 심적으로 힘든 역할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많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마동석은 이준영이 액션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황야' 지완 캐릭터 설정상 도리어 자제해 액션 연기를 해야 했다는 것.
"칭찬받으니 엄청나게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마동석 형님의 엄청난 팬입니다. 내 '아이돌' 앞에서 못하는 모습은 절대 보이지 말아야지 하면서 준비했어요. 동석 형님과 허 감독님은 후배들이 조금 더 편하게 도전해볼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 주셨죠."
이준영은 마동석의 액션 연기를 실제로 보고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순간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연기적으로 동석 형님의 호흡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렇게도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공부가 많이 됐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이준영은 마동석이 운영하는 복싱 클럽의 회원(?)이 되었다고.
"동석 형님이 운동하실 때 연락을 주세요. 시간 되면 오라고. 그럼 저는 '예! 알겠습니다.' 하면서 갑니다. 어려서 그런지 빨리빨리 배운다고 칭찬해 주세요. 하하. 파트너로 운동도 같이하는데 동석 형님이 치실 때 미트를 잡아 본 적이 있어요. 잘 못 서 있으면 날아가겠다 싶을 정도의 파워였죠. 쉬실 때 운동을 계속하는 분이라 저도 그런 파워가 나올 때까지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웃으셨어요."
이준영은 자신의 춤을 좋아하는 마동석을 위해 연습할 때마다 영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동석 형님이 제 춤을 좋아해 주신다. '최근에 연습하고 있지?'라며 먼저 연락해주시고, 숙제 검사하듯이 보내고 있다. '오늘도 바이브를 느껴버렸습니다'라면서 말이다"라고 말하 수줍게 웃었다.
이어 "춤을 추는 게 액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속도감 있게 찍다 보면 박자로 계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조금 유리하다. 처음에 빨리 외워야 할 때도 박자로 접근하고 디테일적인 부분을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황야'는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인기 요인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액션, 날 것 같은 캐릭터들이 시청자 입장에서 새로웠을 것"이라며 "속도감, 박진감 있게 표현돼서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셨구나 싶다"고 답했다.
해외 팬들도 부쩍 많아졌다. "쉬는 날 어딜 돌아다니면 국내 팬들이 알아봐 주셨는데, 관광하러 온 외국 분들도 알아봐 주셔서 신기한 요즘입니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닌데 지나가면서 '황야'를 봤다고, 계속 활시위를 당기는 포즈를 취하세요. 그럼 저는 'It's me'라고 말하며 사진도 찍어드리고 그랬어요. 인스타그램에 외국어 댓글들이 많아졌는데 번역을 할 수 있어서 눌러서 보고 있어요. OTT 플랫폼이 활성화된 덕인 것 같아요. 더 재미난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연기 활동을 하는 그이지만, 모태 '아이돌'인 자신의 모습도 포기할 수 없어 보였다.
"춤도, 노래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그게 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하나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다 집중해서 놓치고 싶지 않아요. 몸이 힘들더라도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에도 지기 싫은 승부욕이 있습니다."
이준영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앨범 준비를 위해서도 꾸준히 회사와 소통 중이다. 다음 날 스케줄 시작 시간이 늦으면 꼭 연습실에 들러 춤 연습을 한다고. 허니제이, 울플러 할로, 오바디 등 댄서들과의 친분에 관해 묻자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힙합 레전드시다. 한창 신에서 유명하신 분들인데 같이 하면서 되게 많이 배운다. 마동석 형이랑 있을 때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는 올해 버킷리스트에 관해 묻자 "공개될 작품들, 촬영 중인 작품들이 있어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도 "춤, 노래도 계속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 안에는 댄스 배틀 대회를 나가고 싶다. 누구는 우승이란 목표를 세울 테지만 저는 예선 2차까지 가보자 하는 소소한 목표를 세웠다"고 귀띔했.
이준영은 존경하는 인물로 김재중을 꼽았다. 그는 "형이 20년 차인데 멋있더라. 과연 내가 20년 동안 잘 활동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관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저는 멋있게 살고 싶어요. 비주얼적인 것 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에서도 멋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차근차근 제 템포대로 가면서 좋은 추억들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저답게 잘 걸어가 보고 싶습니다."
'황야'를 통해 완벽한 연기 변주를 선보인 이준영은 오는 2월 28일 공개되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로얄로더’에서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강오그룹의 혼외자 강인하로 분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넷플릭스 ‘약한영웅 Class2’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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