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를 동제주·서제주로 분할…3개 기초단체 복원 추진
오영훈 "하반기 주민투표"…결정은 행안부 장관에 달려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가 제주시를 둘로 나누는 행정체제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에는 없는 기초자치단체(이하 기초단체)를 두기 위해 제주시를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로 나누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때 기초단체를 없애고 1개의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행정체제를 운용하기로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현재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행정 서비스 편의를 위해 구분한 행정시일 뿐이어서 자치권을 가질 수 있는 법인격이 없다. 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임명하고, 의회도 없다.
제주도는 이제 주민투표를 다시 진행해 18년 전 없앴던 기초단체를 복원하기로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6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에도, 현재도 없는 새로운 기초단체를 도입하겠다"면서 기초단체 부활을 통해 행정에 대한 주민 참여 확대,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특별자치에 따른 특례 확대를 약속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 존립 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제주도에 이양,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18년간 광역단체 단일 체계
애초 제주도의 행정계층구조는 '제주도'라는 광역단체, '제주시'(현재 제주시 동 지역)와 '서귀포시'(현재 제주시 동 지역) 등 2개 시, '북제주군'(현재 제주시 읍·면 지역)·'남제주군'(현재 서귀포시 읍·면 지역) 등 2개 군이 있는 다층 구조의 행정체제였다.
1995년 민선 1기 때부터는 도지사뿐만 아니라 시장과 군수를 직접선거로 선출했고, 4개 시·군이 각각 예산 편성과 집행 등에 대한 자치권을 행사했다.
변화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거듭나려고 하던 2005년 시작됐다.
2005년 김태환 당시 도지사는 국제자유도시를 효율적으로 추진한다는 등의 명분을 내걸고 기초단체를 없애는 제주특별자치도 설립 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당시 주민투표 결과 절반이 넘는 57%가 기초단체 없이 광역단체만 운영하는 안을 선택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민선 4기 출범부터 기초단체 없고 광역단체만 있는 단일 행정체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런데 도지사가 바뀐 민선 5기(2010∼2014년) 때부터 도지사에 대한 권한 집중,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불균형 발전, 행정시의 자율성 제한, 주민 참여의 제한 등이 제기되면서 지방 정가와 일부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 기초단체 부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행정체제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제주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는 후보 시절 기초단체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이어 지난해 강원도와 전북도가 기초단체를 유지하면서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제주에도 기초단체를 두려는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3개 기초단체 구성 주민투표
2022년 8월에는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한국지방자치학회 등에 의뢰해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용역진은 지난달 11일 단일 광역체계인 제주도에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3개 행정구역은 제주시를 국회의원 선거구(제주시갑·제주시을)에 따라 서제주시와 동제주시 2개로 분할하고, 서귀포시를 현행대로 두는 것이다.
동제주시에는 구좌읍, 조천읍, 우도면, 일도1동 일도2동, 이도2동, 건입동, 화북동, 삼양동, 봉개동, 아라동이 포함된다.
서제주시에는 한림읍, 애월읍, 한경면, 추자면, 삼도1동, 삼도2동, 용담1동, 용담2동, 오라동, 연동, 노형동, 외도동, 이호동, 도두동에 포함된다.
제주공항(용담2동)과 제주항(건입동)은 각각 서제주시, 동제주시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각 행정시장은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용역진은 3개 행정구역과 4개 행정구역(읍·면 및 동·서 분리) 등 두 가지 방안을 비교 검토한 결과, 3개 행정구역이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 간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서귀포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주시를 동서로 분리해 지역 정체성도 일정 수준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준용해 행정구역 분할에 따른 저항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행정구역 증가로 지역경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도민 경청회와 여론조사, 전문가 토론회, 청년포럼, 도민참여단 숙의 토론회를 통해 용역진의 연구 결과대로 3개 기초단체를 두는 방안을 제주지사에게 권고했고,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도의 요청에 따라 국회는 '주민투표 통해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기존 제주특별법에는 행정시를 두지 못하도록 한다는 조항만 있어 행정체제 개편 작업에 발목을 잡아 왔다.
주민투표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에 달려있지만, 도는 이르면 하반기 주민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는 이와 함께 행정체제 개편 배경과 경과, 세부 계획, 로드맵,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추가 제언 추진 방안 등을 담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추진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부터 기초단체 도입을 위한 근거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실행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특히 기초단체에도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특례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법률상 주민투표 실시 여부는 행안부 장관의 결정에 달려있으며 주민투표 결과 기초단체를 두는 방안이 나오더라도 행정계층구조 변경을 위해서는 행안부의 결정과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 '주민 편익을 실현하자'는 행정체제 개편의 표면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를 다시 복원하는 이유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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