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길거리에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이 달린다

박동현 기자 2024. 2.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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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서빙 로봇, 로봇 청소기 등 이미 자율주행 로봇은 우리 일상 곳곳에 있어요. 하지만 모두 실내에서만 운행되던 로봇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턴 바깥에서도 로봇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 자율주행 로봇, 도보를 걷다

길에서 주행중인 로봇. 뉴빌리티 제공

● 보행자가 된 로봇

올해부터 도로에서 걸어다니는 로봇을 볼 수 있어요. 2023년 11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자율주행 로봇에는 보행자 지위가 부여돼요.

보행자 지위를 얻기 위해선 산업통상자원부의 운행안전인증에 따라 16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해요. 로봇의 무게는 500㎏ 이하, 이동 속도는 시속 5~15km 이하 등 다른 보행자와 공존하기 위한 기준들이 있지요.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 시험을 치르고 운전 면허를 따듯이 로봇도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보행 면허’를 얻는 셈이에요.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가이드북 산업통상자원부,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지금은 로봇이 실외에서 자율주행을 하려면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유예해 주는 제도) 지역에서만 이동할 수 있어요. 보행 면허를 딴 로봇은 규제 샌드박스 지역을 벗어나 어디든 다닐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뉴빌리티 강기혁 부대표는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올해 상반기 운행안전인증 심사를 통과하면 도로를 다니며 주변을 학습할 예정”이라며 “횡단보도나 가게에서 뉴비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로봇이 실내를 벗어나면 변칙적인 날씨나 비포장도로 같은 장애물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강기혁 부대표는 “평면도만 있으면 충분한 실내와 달리 실외는 여러 변수가 있어 더욱 민감한 장비와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전격공개! 로봇이 바라본 세상

로봇이 바라본 세상. 뉴빌리티 제공

●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돕는 센서와 회로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장애물을 인지한 후 뇌에서 회피하라는 명령을 통해 몸을 움직입니다. 자율주행 로봇 또한 비슷한 과정으로 장애물을 피해 요리조리 길을 찾아갑니다.

우선 로봇의 외부에 달린 여러 장치가 마치 사람의 감각 기관 역할을 해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총 3개의 장치가 대표적이지요. 세 장비는 각자 역할이 달라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합니다.

로봇의 구조. 뉴빌리티 제공

라이다는 사방으로 빛을 쏘아 장애물의 형태와 거리 등을 측정한 다음 정보를 통해 주변의 지형을 탐색하는데 이를 ‘매핑’이라고 합니다. 라이다는 주변을 자세하게 매핑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눈이나 비가 내리면 빛이 굴절되어 정보에 오류가 생겨요.

레이더는 라디오 전파를 쏘면서 주변 사물을 감지합니다. 레이더는 라이더보다 저렴하고 환경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라이다에 비해 간략한 정보만 탐지할 수 있어요. 카메라는 로봇이 눈앞의 대상이 나무인지 사람인지 분별할 수 있는 이미지 정보를 줍니다. 이를 통해 로봇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학습하며 지도를 완성합니다.

로봇 내부에 설치된 컴퓨터는 사람의 뇌 역할을 해요. 컴퓨터는 앞서 얻은 주변 정보를 이용해 측위, 인지, 제어라는 3단계를 거쳐 경로를 탐색합니다.

측위는 GPS와 카메라 등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이에요. 인지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로 확보한 정보를 해석해 각각 사물이 어떤 물체인지 혹은 주행 가능한 영역은 어디인지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이후 로봇은 목적지까지 적절한 경로를 찾고 장애물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면 회피하는 등 움직임을 알맞게 제어하는 과정을 거쳐요.

각 장비들끼리 서로를 보완하며 작동하듯이 측위, 인지, 제어 과정에서도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최적의 경로를 끝없이 계산합니다.

○ 자율주행 세상 온다?!

자율주행버스. 연합뉴스 제공

● 5년 뒤면 운전자가 사라진다?

2023년 12월 서울시는 심야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어요. 합정역에서 동대문역을 잇는 버스는 9.8km를 자율주행으로 이동합니다. 서울시는 이전에도 광화문과 청와대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하며 자율주행을 꾸준히 시험해 왔어요. 아직은 자율주행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아서 운전자는 자율주행을 하더라도 운전대를 놓지 않고 전방을 살펴야 합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총 5단계로 분류됩니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1단계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5단계까지 나뉘어요. 심야 자율주행 버스를 제작한 스타트업 에스유엠은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2 수준이며 레벨3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아직은 운전자가 동승하면서 실시간 지켜봐야 하지만 수년 내로는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에 우리나라에서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허가받기도 했어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면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등 운전 시간을 여가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차량이 일상으로 완전히 들어오면 운전자는 운전할 때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하루 평균 50분, 1년엔 12일의 여유 시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상을 함께할 로봇. VIABOT, Stanley Robotics, SNOWBOT, HL 만도 제공

● 일상을 함께할 로봇들

2024년 기준 자율주행 로봇은 서빙 로봇이나 건물 청소 로봇 등으로 아직은 대부분 실내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자율주행 로봇이 도래한 2030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뉴비처럼 작은 물건이나 음식 배달을 넘어 로봇이 다양한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길거리를 청소하고 보행자를 위해 순찰하며 쌓인 눈을 치우는 등 여러 일을 도맡아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로봇이 활약하면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어요. 이에 대해 강기혁 부대표는 “로봇은 한파나 폭염, 위험한 장소 등 극한 환경에서 사람이 할 수 없는 부분 위주로 투입되기 위해 존재한다”고 전했습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는 사람이 하기 힘든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이 도시를 자유롭게 다니기 위해선 외부 환경 또한 조성돼야 합니다. 차량은 신호등의 실시간 정보를 오차 없이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로봇의 경우엔 목적지의 엘리베이터를 조작하거나 출입문을 열어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사물인터넷이 필요해요. 서울시는 곳곳에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고 있으며 “2030년엔 보행자와 차량, 로봇이 도로를 공유하는 도시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월 1일, [기획] 미래로 떠나는 배달 탐방기, 자율주행 로봇

[박동현 기자 idea10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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