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만원짜리 개인 영화관···애플 ‘비전 프로’ 게임 체인저 될까
얼굴 절반을 가리는 큼직한 고글을 쓴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풍경,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앞은 보일까?’ 걱정도 들지만, 별 무리 없이 운전을 하거나 스키도 탄다. 주방에서 척척 요리도 해낸다.
지난 주말부터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는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기기 ‘비전 프로’를 직접 착용한 얼리 어댑터들의 실제 사용기로 떠들썩했다.
비전 프로를 끼고 보는 세상은, 사실 육안으로 보는 풍경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각종 애플리케이션(앱)과 콘텐츠를 현실의 3차원 공간에 띄워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기고 편리함도 더할 수 있다. 비행기 내부 공간에 엑셀 시트를 띄워 좁은 이코노미석을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고, 라면이 끓고 있는 냄비 위에 가상 타이머를 부착해 조리 시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연결하고 창조하고 검색하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팀 쿡 애플 CEO)”이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 프로는 애플이 애플워치 이후 9년만에 선보인 신규 폼팩터(제품 외형)다. 초기 평가는 “공상 과학 영화에 있는 것 같다”, “마법을 쓰는 것 같다”는 찬사에서부터 “무겁고 불편하다”, “자주 이용할 것 같지 않다” 같은 실망 어린 평가가 뒤섞여 있다. 일단 출시 초기의 화제성만큼은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테크 유튜버들과 외신이 주목한 부분은 손짓과 시선의 움직임만으로 화면을 조정하고 앱을 클릭하는 ‘손·시선 추적’ 기술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헤드셋을 쓴 채 바깥 세상의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패스스루’ 기술도 대체로 호평받았다.
패스스루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는 기계 외부 카메라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만큼 매끄럽게 화면을 구성하지 못한다는 점인데, 미 IT매체 CNET은 “애플의 패스스루 카메라는 왜곡이 거의 없는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라고 언급했다.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돋보인다. 비전 프로를 두고 “몰입감 넘치는 개인형 영화관”, “궁극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미국 IT매체 인버스의 레이먼드 웡 부편집장은 “침대에 누워 비전 프로를 쓰고 드라마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를 시청했는데, 거실에 놓인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100피트 규모에 이르는 극장 크기의 거대한 가상 디스플레이에서 영화와 TV를 시청하는 경험이 얼마나 놀라운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인터페이스는 비교적 사용하기 쉽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조안나 스턴은 비전 프로를 1주일간 사용한 뒤 “함께 방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미친 것처럼 보일지라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세대 제품인 만큼 한계점도 명확하다. 먼저 무게와 착용감이다. 약 0.6kg(외장 배터리 팩 제외) 무게가 두통과 목의 피로감을 낳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오래 착용하다 보면 헤드셋이 헐거워져 시선 추적이 때때로 실패한다는 경험담도 있다. 배터리 수명도 2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외장 배터리 팩을 유선 케이블을 통해 헤드셋과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비싼 가격도 이슈다. 비전 프로 가격은 3499달러, 한화 약 463만원부터 시작한다. “500만원짜리 기계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느니 대형TV로 보는 게 더 편하고 경제적”이라며,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콘텐츠 앱도 아직은 많지 않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주요 콘텐츠 플랫폼 업체는 비전프로 전용 앱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앞서 밝혔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비전프로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해야 한다. 다만 유튜브만큼은 당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유할 수 없지만, 비전프로용 앱이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비전 프로 출시를 두고 찬사와 불평이 혼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비전 프로가 침체된 확장현실(XR) 시장의 부활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돈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애플이 소비자와 경쟁사들을 끌어들이는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도 구글·퀄컴과 협업해 XR기기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 글래스’ 명칭으로 XR 기기 상표권을 등록한 바 있다. 소니는 최근 독일 지멘스와 함께 개발 중인 XR 헤드셋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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