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구장에 생길 일들 [경기장의 안과 밖]
프로야구 KBO리그는 2월1일부터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2월은 아직 겨울이지만 기후가 따듯한 지역에서 훈련을 시작해 봄을 맞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캠프는 대체로 밝은 분위기다.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는 야구 팀과 팬들에게 낙관의 기간이다. 낙관의 근거는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해온 이런저런 전력 보강이다. 스토브리그에서 일어난 일들을 항목별로 정리했다.
▶ 외국인 선수
올해 첫선을 보인 새 외국인 선수는 모두 13명. 구단당 세 명씩 보유할 수 있으므로 교체율은 43.3%에 이른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크다. 지난해 10개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가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2.6%에 달했다. 일본 프로야구(NPB)가 8%대라는 점에서 KBO리그 구단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매우 높다.
새 외국인 선수 13명 가운데 야수는 네 명. 가장 관심이 가는 선수는 KT로 복귀한 멜 로하스 주니어다. 2021~2022년 NPB 한신에서 부진한 뒤 지난해 멕시칸리그에서 뛰었다. 2020년 OPS(출루율+장타율) 1.097로 KBO리그 MVP에 올랐다. 외야수 요나단 페를라사(한화)와 빅토르 레예스(롯데)도 중요하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야수 WAR이 –0.87승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찍은 팀이다. 리그 평균은 2.67승이었다. 외야수 페를라사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지난해 트리플A에서 23홈런에 OPS 0.922를 기록한 강타자다. 롯데는 이대호 은퇴 이후 타선의 중심이 사라졌다. 지난해 전체 야수 WAR이 14.21승으로 10개 구단 꼴찌였다. 레예스는 메이저리그 5시즌 394경기 출장 경력을 자랑한다.
외국인 투수는 KBO리그 구단에서 대개 선발 에이스와 2선발을 맡는다. NC는 오프시즌에 에이스인 에릭 페디를 잃었다.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NC는 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를 새로 영입했지만 2023년 리그 MVP 페디의 공백이 크다. 삼성은 4시즌 동안 54승을 따낸 데이비드 뷰캐넌과 결별했다. 야수 포함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두 교체한 팀은 이 두 팀뿐이다. 투수 둘 가운데 에이스가 나와야 한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WAR 합계가 0.85승으로 리그 꼴찌였다. 9위 SSG(4.95)와도 차이가 컸다. 올해 두 자리를 윌 크로와 제임스 네일 등 새 얼굴로 채웠다.
▶ 프리에이전트(FA)
2023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모두 34명. 이 가운데 19명이 자격 신청을 했다. 가장 큰 규모는 LG와 6년 124억원에 계약한 유격수 오지환이다. 역대 유격수 FA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지환은 이미 2022년 시즌 뒤 비FA 신분으로 같은 기간(2024~2029년), 같은 금액으로 계약을 했다. 소속 팀 LG가 오프시즌 보호선수 숫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갱신한 경우다. FA 선수는 FA 계약이나 2차 드래프트 등에 적용되는 보호선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꼼수’라는 비판이 있지만 규정을 잘 활용한 창의성이 발휘됐다는 평가도 있다.
오지환 다음으로는 양석환(두산)이 78억원(4+2년), 안치홍(한화)이 72억원(4+2년), 김재윤(삼성)이 58억원(4년), 임찬규(LG)가 50억원(4년)으로 고액 계약을 했다. 예년과 비교해 시장이 뜨겁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1년 11월부터 비FA 다년 계약을 허용했다. 이후 오지환을 비롯해 SSG 김광현(4년 151억원), NC 구창모(6년 125억원), 삼성 구자욱(5년 120억원), 롯데 박세웅(5년 90억원) 등이 FA 자격 없이 대형 계약을 맺었다. FA 자격 신청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선수가 더 젊은 나이일 때 장기 계약을 하는 게 유리한 면이 있다.
FA 계약 19건 중 소속 팀이 바뀐 이적은 세 건뿐이다. 내야수 안치홍이 롯데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안치홍은 지난해 2루수로 93경기, 1루수로 34경기를 뛰면서 WAR 2.75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2루수 포지션 WAR 9위(0.59승)였던 한화는 안치홍의 가세로 약점을 보강했다. 8위(1.20승)였던 롯데는 반대로 이 포지션 보강이 시급해졌다. 삼성은 KT 마무리 김재윤(2.86승)과 키움 구원투수 임창민(1.89승)을 FA로 영입했다. 지난해 삼성은 구원 평균자책점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5점을 넘겼다. 구원투수 두 명 영입은 올해 42세가 되는 프랜차이즈 스타 오승환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오승환은 이번 오프시즌에 2년 FA 계약을 했다.
▶ 2차 드래프트
2차 드래프트는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에게 이적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다. 구단별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선수가 대상이다. 지난해 11월22일 역대 여섯 번째로 열려 모두 22명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는 화려한 커리어를 보낸 베테랑 선수가 다수 선택된 게 특징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SSG에서 은퇴할 예정이던 외야수 김강민은 한화의 부름을 받고 24번째 시즌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한화는 김강민에게 베테랑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통산 82승 90세이브 106홀드를 기록한 구원투수 우규민은 KT로 이적했다. 2루수 포지션에 구멍이 생긴 롯데는 한화에서 오선진, SSG에서 최항 등 내야수 두 명을 뽑았다. 오선진은 2차 드래프트에서 선택된 선수 중 지난해 가장 높은 WAR(0.80승)을 기록했다.
▶ 트레이드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트레이드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프시즌 트레이드는 세 건에 불과했다. 박준혁 신임 단장 체제인 롯데가 두 건을 했다. 지난해 11월26일 왼손 투수 진해수를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주고 LG에서 데려왔다. 올 1월26일에는 사전 협의에 따라 LG가 2+1년 9억원에 FA 계약한 김민성을, 25세 내야수 김민수를 내주고 영입했다. 롯데는 왼손 구원투수 전력이 약하고, 주전 3루수 한동희가 올해 시즌 중 군입대 예정이다. 적절한 트레이드로 평가된다. SSG는 키움으로부터 38세 포수 이지영을 영입했다. 현금 2억5000만원과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이 대가다. SSG는 2차 드래프트에서도 포수만 두 명(박대온·신범수)을 뽑았다. 이재원의 방출과 이흥련의 은퇴로 포수 전력이 약화된 사정이 있었다.
▶ 자유계약선수
FA 자격이 없더라도 구단이 재계약 권리인 보류권을 포기한 선수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야구 규약상 보류선수 명단 제외 선수로, 흔히 ‘방출’로 표현한다. 모두 11명이 자유계약선수로 계약을 했다. 가장 주목할 선수는 2014년 역대 최다인 201안타를 때려내며 MVP에 올랐던 서건창이다. 2019년까지 통산 1030안타에 타율 0.315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타율은 0.253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LG에서 44경기 타율 0.200에 그친 뒤 자진해 방출을 요청했고 해를 넘긴 1월15일 고향 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가 주전 2루수 김선빈과 3년 30억원에 FA 계약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SSG에서만 1426경기(전신 SK 포함)에 출장한 포수 이재원도 한화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하며 재기를 노린다. 통산 200경기에 출장한 왼손 구원투수 임준섭은 롯데로 이적했다. 2013년 NC 창단 멤버 이민호는 방출 뒤 삼성에 입단하며 5년 만인 1군 복귀에 도전한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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