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AI칩 제조에 9000조원 펀딩…삼성·SK 큰 장 서나
UAE 자금에 TSMC 제조능력 확보 계획
미국 정부 허가 받아야 사실상 가능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투자 및 제조 합류 기회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AI 반도체 제조를 위해 9000조원에 달하는 펀딩에 나섰다. 여기엔 AI 관련 반도체 제조와 에너지 확보 등이 포함된다. 반도체 제조업체로는 대만 TSMC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오픈AI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트먼 CEO 아랍에미리트 정부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만남을 통해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높이고, AI 구동 능력 확장을 위해 5조에서 7조달러에 이르는 투자 모금에 나섰다.
이번 펀딩 계획은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비싼 AI 반도체 확보 등을 위한 것이다. 올트먼 CEO는 AI 반도체를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자주 언급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트먼 CEO가 목표로 삼는 7조 달러 펀딩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5270억 달러였으며 2030년에 이른다 해도 연간 1조 달러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올트먼 CEO가 언급한 금액(5조~7조달러)은 일부 주요 국가의 부채 규모나 거대 국부 펀드보다 더 큰 규모다”고 짚었다.
증권 산업 및 금융 시장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체 기업 채권 발행액은 1조 4400억 달러였다.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큰 두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6조 달러에 그친다.
올트먼 CEO는 이번 펀딩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 고문을 만났다.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인 셰이크 타흐눈 국가안보 고문은 AI 업계의 신성으로 주목받는 G42를 설립한 인물이다. 또한 올트먼 CEO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만나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 CEO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를 통해 수십 개의 AI 칩 제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동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TSMC가 이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픈AI와 중동 국가 등 다양한 투자자, 칩 제조업체, 전력 공급업체가 함께 자금을 모아 AI 반도체 파운드리를 건설한 뒤 기존 칩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파트너십을 만드는 게 올트먼 CEO의 구상이다.
문제는 TSMC의 생산 능력과 생산라인의 지정학적 위치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400억 달러 규모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지만 숙련된 근로자 부족과 비용 상승 등의 문제로 완공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를 안보 문제로 생각하는 미국 정부로선 미국 외 다른 지역에 AI 반도체 생산라인을 두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WSJ은 “올트먼 CEO가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미국 정부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AI 반도체 생산라인은 막대한 양의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 방안도 알트만의 투자 계획에 포함돼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면담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오후 늦게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양산하고 있다. 양사의 HBM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0%가 넘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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